『소설 보다: 여름 2025』김지연, 이서아, 함윤이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들을 엮어 1년에 네 권씩 출간하는 단행본 시리즈로 2018년에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리듬에 따라 분기별로 젊은 작가들의 단편을 빠르게 소개하며, 좀 더 많은 독자들과 함께 하고자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고 가벼운 문고본 형태로 부담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출간되고 있습니다.
<소설 보다>의 또 다른 매력은 각 단편 뒤에 작가 인터뷰가 실려있다는 것입니다. 단편 소설은 분량이 짧은 만큼 서사도 간결해서 작가의 의도나 소설 속에 숨겨진 장치와 배경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소설에 익숙하지 않거나 독서에 흥미를 붙여보려 책을 펼쳤지만 어렵게 느껴져 막막할 때도 있죠. 이럴 때 작가 인터뷰는 작가가 직접 글의 의도와 배경을 설명해 주고, 숨겨진 장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조금 더 쉽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계절마다 바뀌는 표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크기는 작지만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저도 꾸준히 챙겨보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소개해 드릴 『소설 보다: 여름 2025』에는 2025년 여름 선정작인 김지연의 「무덤을 보살피다」, 이서아의 「방랑, 파도」,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총 세 편이 실려있습니다. 세 편 모두 일상에 스미는 미묘한 불안함과 그 불안이 가지고 오는 감정의 변화를 그려낸 것이 공통점입니다. 잔잔한 일상의 흔들림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고, 서늘하고 스산한 분위기는 여름의 더위 속에서 색다른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김지연「무덤을 보살피다」
성묘를 하러 산에 올랐다가 길을 잃고 헤매다 도착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기괴한 양어장. 그 순간부터 일상은 흔들리고 다가올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신에게 선했던 세계가 패배했다는 것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인정했다. 그런 패배가 필요했음을.
이서아「방랑, 파도」
바닷가 마을에 잠시 머물며 백반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틈틈이 서핑을 배우며 요양원 청소일도 하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겉보기엔 어울리지 않은 삶 같지만 백반집 남매를 둘러싼 소문과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은 ‘나’를 찾아는 계기가 됩니다.
웬만한 슬픔은 이미 오래전에 견뎌봤다는 듯이.
웬만한 굴곡은 이미 수십 번도 더 건너봤다는 듯이.
함윤이「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마을과 단절된 산속에서 정체불명의 종교집단이 보여주는 기이한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그들은······흥미로웠다.
그들은 확신에 차 보였다.
그런 확신은 쉬이 보기 힘든 것이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파도가 일렁이는 한 여름! 여름보다 소설을 더 즐기고 싶은 마음과, 소설보다 여름을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이리저리 철썩거립니다. 혹시 제 마음의 소리가 들리시나요? 책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먼저 느끼게 해주는 <소설 보다> 시리즈 덕분에 저도 여름을 더욱 즐기고 있습니다.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시원한 파도 소리에 마음을 맡기고 세 편의 이야기와 함께 여름을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하나 더! <소설 보다> 시리즈는 출간 1년 동안만 한정 판매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 계절 적기에 읽어야 할 책이라는 점도 함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