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동하라 Dec 28. 2023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고 레이스가 달린 우산

선물 받은 우산

  우산을 선물로 받아본 적 있는가?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고 레이스가 달린 우산. 인터넷에서 구경은 하지만 내 돈 주고는 못 사는 가격.


  우산은 행사 답례품이나 사은품, 선물등으로 많이 들어오는 물건 중 하나다. 공짜 물건.


  행사 때 받은 우산 디자인은 올드하고 사이즈는 다양하다. 그때 그것에 대해 기획한자의 니즈 아니면 돈에 맞춘 상품이었을 것이다. 마음에 쏙 들기 쉽지 않은 단체 주문 상품이었기에 그냥저냥 무난히 공짜라 감사히 쓸 수 있는 정도이다. 그렇게 나에겐 우산은 돈 주고 사는 물건이 아니라는 관념이 생겼다.  


  길을 걷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남들은 편의점에 가서 오천 원에서 육천 원 정도 하는 비닐우산을 산다. 나는 비를 피해 잦아들기를 기다리던지 맞으며 걸어간다. 잠깐의 고민은 한다. 살까? 말까? 그러나 갑작스럽게 사는 우산에 들이는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에 마음을 빠르게 접는다.


  그런 나에게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고 레이스가 달린 색동 우산이 왔다. 그 순간 그것은 소중한 물건이 됐다. 고이고이 간직해야 하고 남이 만지려 하면 보호해야 하는 나보다 우위에 있는 물건. 때가 탈까 부서질까 무서무서하며 보호하기에 바쁜 물건.


  비가 오는 날 저녁 북적거리는 거리 속을 뚫고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의자와 테이블이 불편했고 내 우산을 걸어두고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앉은 곳에 고이 모셔 두었으나 공간이 좁아 지나다니기 불편하다는 항의에 다른 곳으로 우산을 이동시켰다. 그 이후 그것은 나의 소중한 물건이 아닌 잃어버린 물건이 되었다. 식사가 끝난 후 우산을 챙기지 않고 몸만 나간 것이다. 비는 멈춰 있었고 우산이 필요 없는 상황에 복잡한 공간을 빠르게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소중한 우산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을 무렵 그곳에 전화를 걸어 우산을 놓고 왔으니 찾으러 가겠다 했다. 그러나 내 우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직원의

말에 속상해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로는 쇼핑몰에서 자태를 뽐내며 나를 데려가 달라는 우산을 볼 때마다 잠시 흔들리기는 하지만 절대 사지 않는다. 우산은 소모품이다. 언제 없어지고 부서질지 모르는 패션의 완성품이 아닌 내 몸이 젖지 않도록 도와주는 목적만이 남아 있다.


  물건이 주는 목적성이 명확해지는 중인 나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뼈국은 에너지였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