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할 때 생각나는 음식
살면서 음식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뭐 먹지가 세상 어렵다. 그럼에도 몸이 허하거나 임신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때 간절히 먹고 싶다는 욕구가 차오르는 음식이었다. 그것이 뼈국이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서는 뼈국이라 불렸다.
몸보신의 의미로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뼈국. 달이고 달여 진액을 뽑아 뽀얗게 우려진 국. 기름을 걸러내고 걸러내 끓인 국. 뼈에 살점과 도가니가 붙어 있으면 티브이 보고 있는 나와 오빠를 불러 입에 넣어 주던 맛난 고기. 소금에 찍어 먹으면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에 웃게 되는 맛.
그래서였을까. 몸이 허하고 에너지가 필요할 때면 뼈국이 그렇게 먹고 싶다.
결혼 후 7개월이 지났을 무렵 나에게 새 생명이 찾아왔다. 생명이 내 안에 있다 생각지 못할 무렵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지인 집에서 술파티를 했다. 불같은 저녁을 보낸 다음날 시어머니께서 끓여줬다는 뼈국으로 떡국을 끓여 주었다. 너무 맛있어 후루룩 쩝쩝하는 사이 떡국은 사라졌다. 먹는 속도가 느린 내가 처음으로 못마땅했던 날이었다. 맛있는 뼈국을 두 그릇 먹고 싶었는데 이미 바닥난 다음이었다. 그 뒤로 그 맛을 느끼기 위해 식당에 찾아가 먹어 보았지만 그 진한 국물 맛은 느낄 수 없었다. 임신한 몸이 계속 먹고 싶어 했던 그 맛. 그때 알았다. 내 몸이 약해지거나 임신하면 먹고 싶은 것이 뼈국이라는 것을.
어릴 땐 그 뼈국의 소중함을 모른 채 그냥 먹었다. 파와 마늘이 들어간 뼈국은 어린이 입맛에 별로였을 거다. 파와 마늘을 빼면 맛난데. 소금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뼈국. 지금은 마늘과 파가 들어가야 제맛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딸에게 뼈국을 줄 때 건강을 위한답시고 애가 싫어하는 마늘과 파를 듬뿍 넣어 먹고 싶은 마음을 파괴시켰다. 추억의 맛은 아름다움으로 빛나게 해 줘야지. 다시는 건강이랍시고 애가 싫어하는 것을 넣지 말아야겠다.
그러나 저러나 추억을 되살려보니 뼈국은 나에게 에너지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