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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라 Feb 01. 2024

I LOVE YOU

결혼

  악동뮤지션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들썩거림과 편안함이 느껴지며 기분 좋음이 온몸으로 퍼진다.

안정된 목소리로 막힘없이 불러내려 가는 악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나 또한 부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게 된다. 그러나 직접 부르기 시작하면 뜨악.

고음 불가다. 

    

  다리꼬지마를 통해 알게 된 악뮤는 나 복이의 결혼식 축가를 통해 믿고 듣는 노래가 되었다.

신부 대기실에 앉아 감정이 눈물에 집중되어 있었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울면 안 된다는 다짐에 이미 마음은 백번 천번 울고 있었던 듯 하다. 

    

  신부 입장.     


  아빠 환의 손을 잡고 문 앞에 섰다.

“ 아빠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어떻게 하지 “

슬픔의 감정을 모두에게 입김으로 퍼트리고 있는 복이.

가까스로 눈물을 꾹 참으며 환과의 입장을 끝냈다. 내 역할을 하나씩 하나씩 해치워 가는 것처럼 의례를 통과해 나갔다.     


  주례 없는 결혼식을 진행했고 환에게 덕담을 부탁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살짝 고쳐 환에게 건넸다. 부탁에 서툰 복이는 환에게 부탁하는 것이 큰 짐을 안겨 드리는 것 같아 부담되었고 죄송했다. 복이 기준에 많은 사람들 앞에 나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건 실기 시험 이후 끔찍하게 여겨지는 것 중 하나였기에 어떻게든 편하게 해 드리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있는 그대로 읽을 수 있게 각본을 짜 건네는 것이었다. 그것을 받아본 환은


“이대로 하라고. 에이 이놈아, 아무튼 알겠다. 내가 알아서 할게. ”     


  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예비 신랑 남이와 예비신부 복이는 환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복이와 남이에게 환이 들려주는 마음의 소리였다. 환의 울컥 함이 느껴졌다. 복이 또한 환의 울컥함에 참아 오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쏟아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려 하니 표정은 일그러지고 눈물은 흐르고 화장은 지워지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사진 기사님은 본분을 다하기 위해 그런 나를 찍고 있다. 아휴.     


  혼인 서약.   

  

  남이와 한 줄씩 주고받으며 신랑의 서약과 신부의 서약을 읽어 내려갔다. 잘해보겠다는 각오로 남이에게 지적하며 나 잘났다는 듯 연습했는데 당일엔 첫 줄 읽고 눈물이 터져 다음을 진행하지 못했다. 울음을 참는다는 것은 말을 하지 않을 때 가능한 일인가보다. 입이 터지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눈물이 엉엉 터져 나왔다. 울고 있는 복이를 재촉하지 않고 재치를 발휘하여 신부의 글을 대신하여 읽어 내려가 주었다.     


  '남편이 가정을 혼자 짊어지고 가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합니다.‘     


  그것에 하객들은 빵 터져 웃음바다가 되었고 내 눈물도 휴식 타임을 갖게 되었다. 덕분에 마지막 부분은 잘 살겠다며 함께 마무리했다.     


  결혼식의 꽃, 축가.     


  성악 전공인 음악 선생님이 첫 축가를 장식해 주었다. 충북 괴산에 있는 청소년 수련원으로 수련회를 갔을 때였다. 수련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 속에 이탈리아에 있는 콜로세움의 미니 버전의 야외무대가 있었다. 원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울림을 머금고 있듯 마이크 없이도 웅장함을 느끼게 해주는 과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는 무대였다. 교감 선생님이 음악 선생님에게 한 곡 부탁했고 무대 가운데로 올라가 멋지게 불러 주었다. 어떤 곡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귀와 마음이 황홀했던 기억만은 뚜렷했다. 그때 그 감동을 하객분들과 함께하고자 축가를 부탁했고 감사하게도 식을 빛내주었다.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같은 마음이었을 거로 생각된다. 제발 울지 않기를.     


  두 번째 축가는 학급 아이들이 준비한 무대였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축하 인사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기대하라며 멋지게 꾸며준다는 말이 참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참 예쁘게도 준비해 주었고, 감동이었다. 그때 노래 중 기억에 남는 노래가 악동뮤지션의 'I LOVE YOU' 이었다. 개사하여 불러주는 아이들이 너무 예뻤으나 참고 있던 나의 눈물 감성은 건드려졌다. 누군가 한 명이 노래 부르며 눈물이 터졌고 하나둘 퍼지며 다 함께 울며 부르는 합창이 되었다. 그걸 보는 난 와르르 무너졌다. 이 열 횡대로 서서 울며 노래하며 장미꽃을 들고 한 명 한 명 다가오는데 결혼식이 맞나 싶었다. 기쁜 날 하객마저 울려버린 결혼식.     


  식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결혼식이 너무 슬퍼 혼자 살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다.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에겐 절대 울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만든 결혼식이었다.     


  알러 뷰라는 노래를 축가로 처음 들으며 다시 듣고 싶고 불러보고 싶어 검색을 해보았다. 그때 제목을 알게 되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맨정신에 들어 볼 수 있었다. 리듬이 참으로 경쾌하고 재미있었다. 그 곡을 들으며 우리가 그렇게 울었다니.     


  역시나 악뮤는 편안하고 경쾌하게 불렀고 나도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줬다. 멋지게 따라 부르리라며.     


  ‘저절로 네게 눈이 가 네가 입은 옷 무늬가 눈에 띄는 것도 아닌데 온종일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중에도 이 사람 참 괜찮단 말이야’     


  따라 부르던 중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며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어깨가 들썩거렸다. 이건 무슨 감정일까?     


리듬이 이렇게 경쾌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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