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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그러게, 예고편 함정에 빠져버렸어...

<해빙> 을 통해 보는, 공감을 만드는 정보력

이번에 논해볼 영화는 바로



<해빙> 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략 노골적이니, 혹시 불편하신 분은 페이지를 뒤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형아쌤의 반짝 평점


참신성 : ★☆☆☆☆

(영화를 15분 보고나면 반전과 최종 반전 모두를 추측하게 되는 흔치 않은 뻔함.)


몰입도 : ★☆☆☆☆

(반복되는 연출과 답답함이 영화를 몰입하는 데 상당한 힘을 들입니다.)


메시지 : ★☆☆☆☆

(시사적인 점도, 그렇다고 나타내고자 하는 메시지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심 리 : ★★★★☆

(영화 끝자락에 가서 조진웅씨가 왜 저렇게 예민하였는가를 알고나면 

그간의 심리 표현이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


전 체 : ★★☆☆☆

(많이 아쉽습니다.)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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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녹고 머리 없는 여자 시체가 떠 오르자,

살인의 악몽이 다시 살아난다

한 때 미제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 들어선 경기도의 한 신도시.

병원 도산 후 이혼, 선배 병원에 취직한 내과의사 승훈(조진웅)은

치매아버지 정노인(신구)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의 건물 원룸에 세를 든다.

어느 날, 정노인이 수면내시경 중 가수면 상태에서 흘린

살인 고백 같은 말을 들은 승훈은 부자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한동안 조용했던 이 도시에 다시 살인사건이 시작되고 승훈은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던 중, 승훈을 만나러 왔던 전처가 실종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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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영화 소개에 적혀 있습니다.


해빙이어서 봤지만 다 보고나면 대체 왜 해빙인지 모르겠는 영화, 해빙!

시작하겠습니다.



1. 시점 혼란 한 스푼


시점 혼란이라고 하니 무슨 말인가 싶죠?

해빙을 보다보면 혼란스러운 점이,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점의 혼란에서 오는 거라고 형아쌤은 생각하는데요.

주인공의 시점과 제3자의 시점이 별다른 구분 없이 상황에 따라 혼재되면서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따라가야 하는 관객은 

‘뭐야...?’ 

싶어집니다.

심지어 차라리 해빙은 모든 줄거리를 안 상태에서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여겨집니다. 그만큼 시점의 변환은 불친절합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온전하게 현상을 직시해낼 수 있는 사람도 아니기에 이 혼란은 더욱 큽니다

의사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듯 보였던 간호사가 갑자기 태세를 전환했다가, 마지막엔 또 다른 진술을 하는 데에 이렇다 할 명분이 없습니다. 짝사랑하는 듯 한 모습을 왜 보였는지도 의문스럽게 되죠.


그래서일까요? 마지막에 가서 이야기의 전황을 전부 안 상태에서도 깔끔하게 해소되는 느낌이 덜 합니다. 끝에 가서도, 끝에 끝으로 가서도 그냥 ‘그랬구나.’ 싶지. ..!!’ 하는 탄성이 안 나오죠. 찐득한 답답함이 여전히 잔존하는 듯한 영화가 해빙인 듯 합니다.


2. 주인공에게 몰입 한 스푼

 하지만 달리 생각해봤을 때 이 찝찝함과 혼란스러움은 주인공이 느끼고 있을 찝찝함과 성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역시 모든 것이 밝혀진 시점에서도 의문인 부분이 있고 억울한 부분이 있죠. 

그런 면에서 해빙의 러닝타임117분 중 약100분은 조진중의 예민함이 관객에게 역시 전이되는 시간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

 누군가는 조진웅의 예민미를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평을 해놨더라고요. 맞는 말입니다. 주인공은 영화 시작부터 끝에 이르는 내내 바늘 끝에 올라선 것처럼 예민했습니다. 그러나 참 아쉽게도 그 긴 러닝타임 동안 조진중과 관객의 시점과 감정이 일치되지는 못 합니다. 그렇기에 보는 우리는 주인공에게 ‘공감’하기보단 ‘불편’해지는 것이죠.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정서 그대로를 관객 역시 공유하는 것을 너무나도 잘 한 영화가 바로 나홍진 감독의 ‘곡성’

입니다. 관객은 닭이 세 번 울기 전까지의 동틀녘, 무명의 설득 앞에 주인공이 겪게 되는 혼란함을 고스란히 관객 역시 느끼게 되죠. 해빙 역시 러닝타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 정도의 몰입감을 줬다면 참 소름이 끼치는 명작이 되었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그러나 곡성과 해빙의 결정적인 차이는, 곡성의 주인공과 관객은 동일한 사실을 공유하고 알고 있었으나, 해빙의 주인공은 관객이 알지 못 하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관객은 느낍니다.


대체 왜 저렇게 민감한 거야? 왜 저렇게 오버해?
오버하는 이유가 대체 뭐야? 나도 좀 알자!


정보가 곧 공감의 필수입니다. 

잘 알지 못 하는 상태에서 상대방을 봐봤자 이해할 수 없으니 

의아함만 커지고 되려 불만스러워지죠. 

‘사람이 도대체 왜 저래?’

충분히 상대에 대해 알지 않은 상태에서 다 알겠다고 호응하고 반응해봤자 그것은 상대에 대한 공감이 아닙니다. 그냥 내가 떠올린 추측에 대한 셀프 공감인 것이지요.


 이러한 점에서 해빙의 구성은 아쉬웠습니다.

노리는 것이 주인공의 예민함과 긴장을 관객 역시 따라가게끔 하는 것이라면 한강에서 목 없는 시체가 발견되었던 그 때의 연유를 후반이 아닌 전반부에 놓았어야 했습니다. 노리는 것이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드는 반전이었다면 전개에서 고기 집에 대한 노골적인 의심을 풀고 은은하고, 넓은 의심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시작부터 대놓고 범인을 얘기하는 영화에서 관객들은 ‘쟤가 오히려 범인이 아닐 거야.’ 라는 생각을 하지, ‘그래, 범인 벌써 알려주니 참 좋네~’ 하지 않는 것이죠. 



3. 해빙 한 스푼


 제목이 왜 해빙인 지 잘 모르겠습니다.

적절한 제목이 있다면 ‘원맨쇼(부제 : 민감한 의사 선생님의 사생활.AVI)’ 정도였을 듯 한데...

얼어붙었던 한강에서 목 없는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자극적인 소재는 영화 내에서 아무런 빛을 발하지 못 합니다. 그 시체는 오랜 기간 산에 묻혀있다 발견 되었어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흥미를 준 첫 클루가 찌라시 정도의 무게였다는 것을 안 순간 크나큰 허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구성으로 이 허탈감을 역전시킬 수 있었겠지만 러닝 타임 2시간 동안 볼 수 있는 것은, 긴장되는 순간까지 점점 고조되는 BGM과 끝내 놀래킨 다음 있는 ‘아 씌발 꿈’ 의 연속이죠. 낡은 아이템과 연출입니다. 게다가 반복되니 나중엔 긴장도 안 하게 돼요.

 이렇듯 전반적으로는 실망스러운 해빙이었으나, 한 가지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조진웅씨는 참으로 대단한 배우라는 것입니다. 그 촉각이 곤두선 예민 상태를 표현해내면서 흐트러짐이 없다니.. 예상컨대 영화 찍는 내내 상당히 정신적으로 유약해지셨을 것 같습니다. 관객은 안 예민하다는게 흠(...)



이상 해빙에 대한 리뷰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의 영화 연출 기법을 공부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

영화를 볼 때마다 예상과 다른 결말을 맞이하여 영화자존감이 떨어진 분에게 추천!

유약해진 감정선으로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유리같은 감성을 연기해내는 배우를 공부하고 싶다면 강력 추천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는 영화 보고 싶은 분들에겐 비추하는 영화 해빙!

공부하시는 분들, 해빙 한 편 어떠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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