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세요 심리학과에 #001]
#001. 심리학도 상담사가 되기 전에 알고 가면 좋을 여러가지 정보들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은데, 꼭 심리학과를 나와야할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상담이란 자체가 대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자격증이 있어야만 상담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구나 상담을 진행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담이 대가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되죠.
일반적으로 심리상담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분들은.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하거나, 선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께는 역으로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왜 굳이 그런 역할을 '돈을 버는 직업'으로서 하려고 하시나요? 직업은 다른 안정적인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이후에 본인이 좋아하는 대화나 상담을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상담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면담하는 것도 상담이고, 신경정신과에서 의사 선생님과 얘기하는 것도 상담입니다. 전문 상담실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보드 게임을 같이 즐기면서 고민을 털어놔도 상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업으로서의 상담은 단순한 고민 해결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적응력을 높이는 서비스입니다. 그렇기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죠.
상담과 심리상담의 차이
심리상담사의 상담과, 일반적인 상담의 차이는. 그 전문성과, 심적 문제 해결이라는 전문성에 있습니다. 누구나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줄 수는 있지만, 그 이후에 누군가의 심적 고통을 해소해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심지어 그게 몇 달에 걸친, 지속적인 대화와 자기성찰, 분석과 애정 어린 대화가 필요한 경우라면 더욱더 그럴겁니다.
일반적으로 간단한 상담과, 심리상담에 대해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실제로 심리상담은 단순히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대화나. 위안을 위한 소통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상대방의 상황에 대한 분석과 파악, 이후의 치료방식에 대한 전략 짜기 등등. 대화를 통해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전문가의 역할을 해내기 때문에. 전문가로서 직업적 심리상담이 가능한 것이죠.
심리 상담의 전문성을 쌓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반대로 생각해보죠.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는다면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나요? 내가 하는 말을 오해 없이 알아듣고, 내 상황과 사정을 이해할만한 배경 지식도 충분하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고, 내가 하는 말을 당황하지 않고 모두 받아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이면 좋지 않을까요? 쌓아야 하는 전문성이 바로 이것입니다. 상담사의 자기 마음관리부터 시작해서 사회, 경제, 법률 등에 대한 지식, 충분한 경험과 연륜, 효과적인 화술, 적절한 치료 기법까지 전문성에 필요합니다.
이런 훈련을 위해 심리학과에 갑니다. 배울 것이 많은 만큼 그 과정도 매우 길고, 교육 과정도 험난합니다. 단순한 이론뿐만 아니라 배운 것을 토대로 실전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훈련까지 동반됩니다. 즉, 심리학과가 학생에게 제공해주는 건 상담에 필요한 기준점을 잡고 알려주는 모범 교육과정입니다.
이런 기준점이 없는 상태에서 시중에 유행하는 자격증이나, 몇 시간의 짧은 교육 과정으로 배부하는 수료증은 전문성을 입증하지 못 합니다. 불과 몇 시간 짧은 교육 과정으로 배웠다고, 집에서 책을 보며 독학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심리상담사가 상담을 통해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전문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이고, 이러한 과정에 수반된 모든 환자의 정보를 지켜야 할 비밀유지서약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졸업하자마자 의사가 될 순 없습니다. 모두 인턴과 레지던트 기간을 거칩니다. 몇 년 동안 수련을 통해 의사가 될 수 있으며, 이 수련 기간이 없다면 우린 의사에게 내 건강을 맡길 수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심리학과를 무조건적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긴 훈련과정이 체계적이고, 검증된 과정일수록 상담사 역시 전문성 있는 상담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정리를 해보죠.
보다시피 전문성만 포기하면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상담은 상담대로 할 수 있고요.
그러니 오지마세요. 심리학과에.
단순한 누군가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싶을 뿐이라면
남들은 생각 못 하는 문제 해결법을 제시하고 싶을 뿐이라면
나 또는 내 주변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을 뿐이라면(이번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다음번에 다룰 예정.)
평생 공부할 생각 없이 몇 가지 심리학 지식을 뽐내고 싶을 뿐이라면
심리학 그리고 상담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쏟을 마음이 없다면
물론 상담사 훈련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성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학 책 몇 권 본 후 병원을 차리고 홍보하는 격이지만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죠.
다음 시간부턴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세분화해서 다루겠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는데 어떤 시간이 소요되는지,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또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 전문성 운운하는 게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등등...
그럼 다음 글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