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을 통해 보는, 피해자가 진정 원하는 것.
이번에 논해볼 영화는 바로
<재심>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분은 페이지를 뒤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형아쌤의 반짝 평점
참신성 :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만큼 참신성은 떨어집니다.
그러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회에서 실화만한 소재가 없기도 하죠.)
몰입도 : ★★★★☆
(실화인만큼 결말도 알고 있고, 흐름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높습니다. 그 이유는 리뷰를 통해 얘기해보죠.)
메시지 : ★★★★☆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딱 하나죠. 2차 제작을 하면서라도 넣고 싶은 시사점이 있는 겁니다.)
심리 : ★★★☆☆
(이준영(정우)의 변화는 그럴 듯 하지만 개연성은 약해보입니다.
사건 전개 상의 개연성보단, 영화 초기 준영의 색깔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랄까..)
전체 : ★★★★☆
(미안해지는 영화입니다. 뭘 해서가 아니고 뭔가를 하지 않아서 미안해지는 영화입니다.)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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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고 빽 없는 벼랑 끝 변호사, 10년을 살인자로 살아온 청년
진실을 찾기 위한 두 남자의 진심 어린 사투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택시기사 살인사건 발생!
유일한 목격자였던 10대 소년 현우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한편, 돈도 빽도 없이 빚만 쌓인 벼랑 끝 변호사 준영은
거대 로펌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한 무료 변론 봉사 중
현우의 사건을 알게 되고 명예와 유명세를 얻기에 좋은 기회라는 본능적 직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현우를 만난 준영은 다시 한번 정의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현우는 준영의 도움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믿어볼 희망을 찾게 되는데..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들 진심을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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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쌤의 고향인 익산이 주무대여서 더 흥미가 간 영화!
그렇지만 굳이 지연을 입에 담지 않더라도 상당한 웰메이드 영화!
<재심> 시작합니다.
1. 법의 양면성 한 스푼.
아는 인권 변호사 한 분께서 술에 취한 채로 이런 이야기를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그래요. 왜 그렇게 어려운 길로 가려고 하냐고. 너 걱정된다고... 사실 저도 흔들리죠.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정말 이렇게 가다가 아무 것도 못 하고 내 소중한 사람들도 지키지 못 하게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럴 때마다 이 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선배님들을 봐요. 그리고 스스로한테 다짐하는 거죠. 맞다. 이 길이 맞다.”
*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은 꼭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법이 만능인 것은 아닙니다. 법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죠.
법은 어쩌면 합리성이라는 표면 아래에서 가장 비합리적인 제도일 수 있습니다. 검증 가능해야 하고, 확증할만한 근거가 필요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일정한 처벌을 선례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법입니다. 그래서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증거를 만들고, 근거를 조작해서, 검증을 짜내고, 확증을 시키면 그 역시 처벌이 된다는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고한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유죄인 사람을 입증시킬 수 없다는 것. 법의 딜레마라면 이것일테지요.
재심에선 이런 법의 특징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준영(정우) 자신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요.
언제부터 의뢰인이 범죄자인지 아닌지 따지셨습니까?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 쓴 사람을 변호해줄 목적으로 생긴 변호사라는 직업은 자본주의와 만나고 법률 서비스가 되면서 ‘죄를 무마해줄 법률 사항이나 허점을 찾는 사람’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고객 이익의 보호? 법을 다루는데의 공익성?
어떤 것이 길일지는 영화를 보시면서 스스로 생각해보시죠!
2. 진정 피해자를 위하는 길 한 스푼.
현우(강하늘)는 경찰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수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인물입니다. 10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한 후에도 타인에 대한 불신, 세상에 대한 분노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 합니다. 살인범이라는 딱지는 항상 그를 쫓아다닙니다.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그런 그에게 있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줄 준영의 등장은 특별한 것입니다. 분노에서 벗어나, 아픔에서 벗어나 ‘내가 살인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지도?’ 하는 희망을 보게 되고 그로써 현우의 눈은 살아납니다.
영화에서 피해 보상금 등 액수적인 부분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목적이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 억울함을, 그간 묵혀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을 풀 수 있다는 희망. 딱 그것 하나인 겁니다. 그 희망을 보자, 현우는 검정고시 공부도 다시 시작할 마음을 갖게 되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의지도 생기게 되지요.
억울한 피해자를 진정 위로하는 방법은 뭘까요?
세월호 얘기를 하게 되네요. 제가 특조위 조사관일 때 언론에 발표했던 내용을 첨부합니다. 저 역시 특조위에서 피해자 분들을 만나며 알게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피해자들에게 '편해지라'는 말 하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세월호 진상 규명보단 세월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이 어떻게 하면 다시 일상생활에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주제이고 그 관심 때문에 여기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영국 힐스버로우 사고 자료를 보니 이런 자료가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는 피해자들이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죽음의 정치적 법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돕는다. 재난의 죽음은 복잡한 인과관계가 존재하고 생존자와 피해자 가족은 답을 찾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제가 진상규명보다는 회복에 관심이 있음에도 지금 이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는 하나, 정부의 공식 조사는 피해자들의 회복에 1순위입니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데 피해자들에게 회복을 바란다고 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폭력입니다. 그래서 특조위가 계속돼야 합니다.
상담하는 입장이다 보니, '힘들겠어요', '편해지세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건 폭력 같아서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상담사입니다.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하 인용 뉴스 전문)
새로 쓰기 위해선 일단 지워야 합니다. 지운다 하더라도 흔적은 남겠지만, 어디를 지워야 하는지 확실히 파악해야 지우기라도 하는 것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 위로 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후의 일입니다.
어느 쪽이 의뢰인을 위한 거냐? 확률 없는 재심이냐? 확실한 돈이냐?
네. 확률 없는 재심입니다.
왜냐하면 현우가 듣고 싶은 말은 “당신 계좌에 얼마가 입금되었습니다.” 라는 것이 아닌 “너 살인범 아니잖아.” 라는 말이기 때문이죠. 현우의 이 마음을 읽었던 준영에게 현우는 자신의 전재산을 줄 정도로요
대표님. 수임료 많이 받으시죠? 전 재산 받아보신 적 있습니까? 없으시죠? 저에겐 있습니다.
3. 미안하다. 한 스푼.
변호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던,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절대로 변호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던 준영은, 현우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합니다.
미안하다고. 너 살인범 아니라고.
너 살인범 만든 건 우리라고.
그러니까 우리들이 조현우한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책임이 뭘까요?
받아서는 안 되는 번거로운 것일까요? 그래서 어떻게든 책임을 지지 않는 선에서 일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책임은 무거운 것이에요. 그러나 필요한 것입니다.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습니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내가 접한 모든 결과 속에는 내가 미친 원인이 있습니다. 그 원인에 온전한 책임을 지고 정화해간다면 우리는 더욱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책임은 짊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짊어질 수 있을만큼 강한 어깨 힘을 기르는 것이 삶이고, 인생이고, 연륜이고, 인격입니다. 책임은 안 지겠지만 혜택은 받겠다? 우리는 이것을 이기심이라고 말합니다.
준영은 현우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로써 현우의 분노는, 원망은 풀어집니다.
그런 것입니다.
*
흉흉한 사건도 많고, 믿을 사람도 없다고 느껴지는 사회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말은 “쯧쯧쯧,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가 아니라 “내 책임이다. 미안하다.” 라는 온전한 받아들임입니다.
진정한 사과. 그것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은 오늘 재심 한 편 어떠신가요? ^^
* 영화의 모티프가 된 최씨를 수사했던 형사가 자살을 했다는 뉴스가 있더군요. 양심의 울림에 진심으로 미안하고 명복을 빕니다.
* 어느 훌륭한 지도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개개인이 온전히 책임을 지고 반성하고 감사할 때 세상은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