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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알고 싶은 성은 학교가 아니라 야동에 있다.

[오늘의 심리학 #074.]

왜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 할까?



What Does the Internet Teach Your Teen About Sex?

 Parents and schools should help kids fact-check what they’re “learning” online.

 Posted Sep 16, 2019 Psychology Today Editorial Staff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brainstorm/201909/what-does-the-internet-teach-your-teen-about-sex?collection=1133420



* 주요 내용

-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청소년 성관계와 소셜 미디어 사용을 연구하는 Annemarie van Oosten은 "아이들이 온라인을 이용해서 포르노를 보면서 잘못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얘기하였다.
- 그들은 네덜란드 12세에서 24세 사이의 20,000명 이상의 청소년들에게 부모, 친구와의 의사소통, 학교에서의 성교육, 성적 정체성, 성적 경험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연구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성에 관련된 정보를 많이 찾으며, 성에 대한 전문 웹사이트보단 비전문적(성인 사이트) 사이트를 이용한다.
-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직접적인 경험, 학교나 부모님으로부턴 듣지 못 할 이야기에 대해 배우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하며, 성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는 당혹감, 오해, 편견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익명성을 제공한다.

- 청소년들이 학교, 부모보다 야한 동영상을 이용하여 성 지식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 청소년들이 궁금해하는 정보가 '온라인'에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 10대들은 섹스 자체를 탐구하고 섹스의 즐거움을 더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부모와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성병이나 임신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그들이 원하는 건 위험에 대한 이야기보다 성에 대한 긍정적인 대화이다.
- 섹스의 위험함 역시 알아야 하지만, 그들이 성적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방법이나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 연애에서 친밀함을 키우기 위한 방법 등도 배워야 한다.




* Bandi Thinks


© johnschno, 출처 Unsplash


 젠더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금기시 되었던 성에 대한 발언, 지식들이 방송에서 다뤄지게 되었습니다. 2013년 8월부터 방영을 시작했던 마녀사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알고 계신가요? 남자들이 나누는 여자 이야기라는 컨셉으로 시작하여 그동안 방송에서 다룰 수 없는 정도의 야한 농담(섹드립), 연인들의 속사정, 남녀의 인식 등을 재미있게 풀어내던 방송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5qRfk4DowRCeqQ4gNWpLL17EBI-a84hU

 현재는 유튜브에서 무료로 전편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도 하니 언제 어디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첫 방송에서 진행을 맡은 신동엽, 허지웅, 성시경 등은 이 방송에 대해 생소하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얘기까지 해도 돼?" "이거 금방 사라질 방송인데.." 식의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죠. 그러나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마녀사냥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게 됩니다. 공감되는 이야기, 진솔하고 당연히 '야한' 농담들에 대중은 열광했습니다. 심지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마녀사냥 방청객으로 오는 경우도 있었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애'와 '성' 그리고 '관계'는 인간의 빼놓을 수 없는 본능이고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부담스럽지 않게, 농담처럼 공유할 창구가 필요한 사람이 많았으며 마녀사냥이 그 수요를 제대로 뚫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주제를 위트는 있되 불쾌하진 않은 정도로 다룰 수 있는 MC들의 진행과 제작진의 편집이 큰 몫을 했고요.



© thutra0803, 출처 Unsplash


 방송에서 '성'에 관련된 내용을 다룬 게 마녀사냥이 처음은 아닙니다. 교육방송에서도 성 교육을 할 수 있는 방송 편찬이 있었으며, 알게 모르게 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녀사냥에서 <1강. 남자의 생식기와 사정의 조건> 을 내걸고 전문가의 강의를 송출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박 예능의 역사를 걸을 수 있었을까요? 단언컨데 그랬을 리 없습니다. 



 차라리 성에 대한 더욱 노골적인 정보를 담을 수 있었겠죠. 그러나 기존의 성교육에 없었던 것을 마녀사냥은 담고 있었습니다.


 '정말 우리들의 이야기.', '정말 궁금했던 이야기'를 했다는 점입니다.



 본 저널은 정제된 성 지식을 알려주는 전문 웹사이트보다 소위 야동 사이트라 불리는 성인 사이트를 이용해 성에 대한 지식을 쌓고 있는 청소년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성교육, 성 인식 개선 등의 교육을 가면 피부로 와 닿습니다만, 청소년들이 궁금한 건 우리 몸의 신비가 아닙니다. 피임과 관련된 내용을 강의하던 때였어요. 갑자기 청소년들이 눈에 빛을 내며 많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질외사정은 임신률이 얼마나 돼요?", "콘돔을 쓰면 정말 느낌이 줄어요?" 등등. 그 질문의 핵심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럼 임신 안 하면서 쾌감을 많이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즉, 임신과 피임은 부차적인 거고 '섹스' 그 자체에 동경과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섹스' 자체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 곳은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아닌 '포르노 사이트'겠죠. 그래서 성에 대한 접근을 포르노로 하기 시작합니다. 정말 관심 있는 내용은 그 곳에 있으니까요. 



© romaxp, 출처 Unsplash


 그러나 포르노에는 다양한 성적 판타지가 존재합니다. 그 중에는 통상적인 개념에서 용인되어지는 '섹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섹스'도 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다양한 정보, 오직 쾌감과 자극적임을 좇는 영상을 통해 '섹스 잘 하는 방법'을 이미지 트레이닝하던 이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성 지식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특히 '성'은 자신감과 연관이 됩니다. 성적 매력, 섹스를 잘 하는 테크닉 등을 연마하는 이유엔 그것이 자신감을 올리는 탁월한 수단이기 때문도 있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학교와 부모에게 정말 관심 있는 '성'을 묻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마녀사냥은 청소년과 청년들의 탁월한 교과서가 되었던 것입니다. 어디에서도 쉽게 하지 못 하던 말을 대중성과 익명성 앞에서 자신 있게 할 수 있고, 이런 흐름이 만들어준 '아, 나만 이런 생각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객관성이 더욱 흐름을 가속시킬 수 있었죠. 물론 책임감 없이 쾌락만을 좇는 무분별한 성은 잘못되었습니다. 관계에서의 책임감, 생명의 소중함, 예방 없는 성행위의 위험함 등은 당연히 1순위가 되어야 할 내용입니다. 그러나 정말 관심이 있는 내용이 음지에만 있다면 자연스레 청소년들의 눈은 어두운 곳을 향합니다. 성이 어른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깨고, 교육이라는 양지의 공간에도 '즐기는 성', '관계의 긍정적인 점'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damcy, 출처 Unsplash


 마녀사냥으로 돌아와보죠. 마녀사냥 재생목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댓글 중에 '지금 이런 프로그램 생기면 온갖 논란, 분탕 댓글 생기다가 폐지될 듯' 같은 류가 있습니다. 성적으로 자유로운 사회에서 나올 댓글은 아닌 듯 합니다. 



 최근 대두가 된 '젠더 갈등', '젠더 이슈'는 남자의 성과 여자의 성을 나누고, 그간 핍박받았지만 꺼낼 수 없었던 '범죄로써의 성'을 메인에 세웁니다. 성 혐오를 조장하는 극단적인 세력의 목소리가 조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성'이 이렇게 권력의 핵심이자 갈등의 축인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도 여전히 '성'은 인간의 본능일 것입니다. 이 본능이 양지에서 건강하게 발현이 될까요? 아니면 음지로 파고들어 잘못된 썩은 물로 고이게 될까요?



 '성'은 그냥 '성'입니다. 1차 욕구는 그 자체가 메인입니다. '그냥'이라는 말이 개연성을 가지는 얼마 안 되는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냥 성적으로 관심이 가서' 라는 말을 메인으로 인정하고 즐기면 되지 않을까요? 그 욕구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사회에서 오히려 '책임감', '사랑', '안전' 등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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