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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단상. (20.03.27.)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잖아.

 간만에 춘천에 가서 후배를 만나 밥도 먹고 후배가 운영하는 카페를 다녀왔다. 정말 간만의 외출이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7시 정도. 비축해둔 영상 하나를 유튜브에 공개하고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올리고나니 '뭐라도 해야 할까?' 하는 조바심이 난다. 조바심은 예행 연습을 해둬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개학하고나면 슬슬 외부 활동도 재개한다. 하루종일 자택근무를 하며 쌓아놓은 작업량은 불가능하겠지만, 아예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오늘의 심리학도, 저서 집필 활동도, 유튜브 활동 및 편집도 현명하게 해내려면 이럴 때일수록 뭔가 해야 한다. 일 다녀왔다고 퍼지면 온라인에는 다시 소홀해질테니까. 그래서 조바심이 생겼다. 이렇게 다녀왔을 때 뭔가 만들어야 해!

 '오늘의 심리학이라도 하나 번역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며 마우스를 딸깍딸깍했지만 마음이 안 잡혔다. 오늘은 넘어가자.

 대신 넘치는 생각들을 두서 없이 적어보고 싶어졌다. 나에겐 생각 정리겠고, 이 글을 보는 당신께는 인간 형아쌤을 만나는 시간이겠지. 시작해보자. 흐트러진 이야기들.

 1.

 나의 가장 큰 무기는 창의성이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일상이 '아, 이거 재밌겠다!'의 연속이다.

 예전에는 이 속성을 만화 연재에 쏟았었다. 유쾌한 친구들은 여전히 내 자식이고 보물이다. 현재는 현실을 짊어질 책무 하에 '그래도 재밌게 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 중이다. 하지만 나는 한 명이다. 타인을 고용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없기에 모든 건 가내 수공업이다. 수공업은 물리적인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즉, 내겐 시간이 부족하다.

 이것까지 하면 벅찰까? 하면서도 꼭 하고 싶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있다.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딱 하나다. 나만 할 수 있는 내 전문성과 능력을 행사하되, 이후 필요한 편집, 홍보, 마케팅, 영상제작 등의 과정을 대신 만들어 줄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고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건 협업엔 품앗이의 개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내 상상을 실현해 줄 이에게 도움을 받고 합당한 보수를 제공하는 건 고용이지.)

 밑천과 배경 없는 하루살이 서민이 꿈꾸기에 아직 머나멀다. 우선 해야 할 건 꿈을 좇으며 다방면 저지르는 게 아니라 가능성 있는 일부에 집중하는 거겠지. 

 반디심리연구소와 형아쌤을 브랜드화하려 노력하는 이유다. 나만 할 수 있는 게 있고, 아직 하지 못 하는 게 많다. 좀이 쑤신달까.

 2.

 아, 내가 부지런하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 엄청 게으르다. 게다가 하기 싫은 건 정말 못 한다. 집중력이 제로가 된다. 난 현실파보다 낭만파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고 싶은, 그래서 24시간 '싫은 일은 안 하고 싶은' 피터팬이다.

 3.

 내 컨텐츠와 정보의 질은 꾸준히 늘어나는 구독자가 말해준다. (댓글이 없는 건 생각을 해봐야 한다. 난 소통과 질문을 원하는데 정보를 제공 받는 쪽은 그런 인상을 받지 못 하기 때문에 댓글도 없는 거겠지. 결국 난 질과 양엔 성공하고 있어도 마케팅은 엉망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 번질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만큼 홍보가 안 된다. 뭐냐. 허생전 찍는 것도 아니고.

 4.

 예전에 리플러스 재혁님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홍보를 위한 통계 자료 분석, 효과적인 홍보를 위한 전략, 고객 분석과 전략 설정 등 눈으로 보고 배웠지. 하지만 여전히 난 그것을 하지 못 한다. 글 쓸 때, 영상 만들 때는 그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데 홍보와 분석엔 도저히 시간을 못 쓴다. 고집 부리는 거지. 싫은 거, 나하고 안 맞는 거 하고 싶지 않은 어린 마음이다. 좋은 말로 하면 전문가의 고집? 무슨! 그냥 '사람들의 수요가 무엇이며 그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의 관찰이 귀찮은 거다. 뻔뻔한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내게 필요한 걸 애써 외면하는 게지. 꾸준함과 성실함을 차단제로 처덕처덕 바르면서.

 최근 제이피님 블로그 보면서 다시 한 번 절절히 느끼고 있다. 마케터의 시선으로 볼 때 내가 하는 건 골동품을 그냥 방구석 장식품으로 처박아두는 꼴일 것 같다. "우리 집에 골동품 있어! 한 번 와서 구경하고 가!" "골동품을 사람들 지나가는 길목에 두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으음, 그러려면 내가 들고 나가야 하잖아. 난 들고 나갈 힘이 없는걸." 어휴, 이게 무슨 징징거리는 어린 소리람.

 5.

 아는 선배가 돈으로 시간을 번다는 이야기를 30대 이후에 알게 될 거라고 했었다. 정확한 예언이었다. 예전엔 버스비 아끼겠다고 몇 시간을 걸어다니며 뿌듯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빨리 움직여서 아낀 시간만큼 노력을 하는 게 더 이득이다. 그 시간 동안 버는 돈이 아낀 돈보다 많은 거지.

 예산을 투자해서 퀄리티를 높임과 동시에 시간을 아낀다. 더욱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안정적으로 둥지를 트는 것도 더 빠르다. 투자 이상의 수입이 따라온다.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이런 이치구나 싶다. 투자 후 손익분기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초기 자금이 있다면 시간을 돈으로 사고 좀 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응, 혼자 해야지. 어휴, 느려지고 퀄리티도 안 나오고. 빈부격차를 심화적으로 바라보면 이렇게 되는 거구나.

 돈이 부족한 건 슬픈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난 내 상황에 만족한다. 근데 불편하고 아쉽긴 하네. 

 6.

 내가 꾸준히 잘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고집부리며 외길 걷는 건지 왔다갔다 한다. 정말 궁금하다. 스무살부터 꾸준히 이랬다. 

 만화를 그렸고, 매주 월요일(업로드 날이었다)을 기다리는 소수의 팬도 있었다. 그들의 평가는 좋았다. 재밌어 했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볼 때 어떨지 궁금했다. 당연히 알 수 없었다. 조회수는 늘어도 댓글(피드백)은 없었거든.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 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그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전자일 거라 생각하며 노력했지만, 마음 한 켠에서 매번 요동치는 의문이었다.

 다양한 거 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브런치 등등. 그러나 마찬가지다. 같은 의문이 요동친다.

 결국 내가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다. 답답하잖아. 10년이 넘도록 묵힌 질문이니까.

 7.

 최근에 아내와 나눴던 대화인데, 난 돈 욕심이 없다. 욕망이 없다는 게 더 맞겠네. 많이 벌어서 권위를 높이고, 유명세를 얻고 이런 거 싫고 피곤하다. 그냥 홍길동처럼 살고 싶다. 돈 많이 버는 곳, 예산 써야 하는 곳 있잖아. 기업이나 이런 곳에서 가족 유지할 수 있는만큼 벌면 족하다. 시간 대비 몸값이 오르면 적은 시간 일해도 목표치를 벌 수 있겠지. 그러면 남는 시간은 재능 기부를 하고 싶다. 내 능력이 필요한 개인 또는 집단에게 돈 걱정 없이 (동기와 진심만 있으면) 도움을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반디심리연구소를, 나를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능력을 알 수 있도록. 그래서 그 능력이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지 내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으음, 어려우려나.

 8.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 돈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는...? 성실함과 노력만으로 가능하려나? 아이디어들과 합의를 봐야 하나? 아휴, 토스 3억 이벤트 하던데 당첨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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