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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다. 돈이 없어.

단상 (20.03.28.)


 프리랜서의 가장 큰 적은 불안정함에서 오는 불안함이다. 개인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프리랜서도 나쁘지 않다. 어딘가에 소속되었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다양한 것을 해볼 수 있다. 일만 꾸준히 들어온다면 직장인일 때 넘볼 수도 없는 수입을 가질 수도 있다. 게다가 내가 속한 판은 고학력 저수입의 대표 분야인 심리 상담 분야이다. 월 200 번다고 해도 그렇게 많이 버는 곳이 있냐며 깜짝 놀라는 곳이다. 그러니까 오지마세요 심리학과에... 아, 올릴 곳이 여기가 아닌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다닐 때였다. 월급이 들어왔다. 적었다. 고시원 월세, 학자금 대출, 보험료, 공과금 등 내고나니 4만원 남더라. 그게 한 달 내 생활비가 되었다. 석사까지 나오면서 자격증 따겠다고 여기저기 쓴 돈이 얼마며 노력이 얼마였나. 30일을 4만원으로 버텨야 한다고 하니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싶은 유료 취미 활동을 하기도, 지하철 타고 어디 돌아다니는 것도 부담이었다. 반찬도 없이 고시원 공짜 밥을 눈치보며 도시락 담아 점심, 저녁 맨밥만 우걱우걱 먹었었다. 정말 반찬 먹고 싶다 할 때만 라면을 끓여서 라면 국물의 짭짤함으로 달랬었지.


 심리상담을 빌려드립니다. 무료 강의 개설 계획 등이 다 그렇게 살았기에 나온 아이디어이다. '정말 없지만' 꿋꿋이 사는 청년들이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거든. 그리고 그들이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과 돈이 없어서 마음 관리를 못 하고 있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고.



 이 때는 내가 자전거를 탔던 시기이기도 하다. 출퇴근길 대중교통 비용을 아끼는 동시에 시간을 어떻게든 아껴서 동영상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반디심리연구소를 개업하고 악착같이 온라인, 오프라인 가꾸고 있는 이유도 이런 흐름에서 나왔다. 현실을 살면서도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 정말 많았다. 나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다. 성실한 차곡차곡을.



 밑천 하나 없이 재능과 창의성만 믿고 반디심리연구소를 시작했다. 운도 작용했고, 믿고 지지해주는 동료들도 있었기에 조금씩 생활이 나아졌다. 대학원 때 킥보드를 타고 등하교하던 것이, 자전거 타고 출퇴근, 자동차 타고 이동으로 나아졌다. 고시원 두 곳 전전하며 몸 구기고 자던 서울 살이가 가로세로 몸 뻗고 누울 수 있는 원룸으로, 방 두개 있는 신혼 부부 아파트로 나아졌다. 여전히 난 쓰고 싶은 것에 잘 안 쓴다. 아끼고 쌓아놓는다. 그렇게 조금씩 커졌다. 이른 나이에 결혼할 수 있을 만큼 벌었다.



 교육 사업을 하는 프리랜서에겐 나름의 생리가 있다. 1,2월은 암흑기이다. 기관에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없이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입지를 다져놓았었다. 반디심리연구소가 2017년 10월에 출범했으니 2년 반만에 그 정도까지 이뤘었다.


 3월이 되면 개학을 기점으로 여러 기관에서 강의 의뢰가 들어온다. 다시 열심히 살아간다. 결혼하면서 모아둔 재산을 거의 올인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계약이 유지되는 곳도 많으니 걱정 없었다.



 그런데 큰일이다. 돈이 없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집합 교육이 전부 취소되었다. 매번 LCSI 강의를 하러 다녔던 사회복무연수센터는 경증 확진자들의 숙소가 되었다. 학교는 개학을 연기하였다. 신경정신과 심리극도 무제한 연기되었다. 학교가 개학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 비축해 둔 재산으로 유지하며 버텨야 한다.


 그래도 비축 재산이 있던 코로나 초기에는 '이 참에 내실을 공고히 다지는 기간으로 해야지.' 하며 블로그 작업, 유튜브 작업 등을 했다. 그런데 개학이 2주 추가 연기 되었다. 아이고... 하지만 2주 정도는 더 버틸 수 있다. 나아질 것이다. 글을 하나라도 더 쓰자.


 유튜브를 열었다. 바로 보이는 추천 영상이 이거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XKetAjBvXdY







 국민 여론이 이 정도라면 정부 입장에서 강행하기 쉽지 않다. 교내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등장하는 순간 그 책임이 정부의 안일한 대처 프레임으로 향할테니까. 아마 높은 확률로 힘들 것이다. 4월 6일 개학은.



 이건 큰일이다. 긴축 재정을 해도 버틸 재간이 없다. 결혼하자마자 처자식(자식은 없지만) 굶기는 몹쓸 남편이 될 위기이다.


 IMF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자영업자의 막막한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요즘이다. 희망을 갖고 버티려고 해도 땡전 한 푼 없으면 바닥이 무너지는 거잖아. 어휴.





 나 굶어죽을 판이니까 아무 대책도 준비하지 않은 채 개학을 하자. 사회를 다시 움직이자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근데 오늘 생필품 사러 차 타고 나갔다가 차 행렬이 길어 '설마?' 하는 마음으로 공원 가보니 사람이 바글바글 하더라. 근처에 있는 쇼핑몰도 역시 바글바글. 할인한다고 하니 사람이 끊이질 않더라. 놀이터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고, 잘 나가는 식당은 그래도 잘 돌아가더라. 


 그런 걸 보다보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도 현실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학의 시작이 '코로나의 종식'이라 상정하고 있다면 이는 불가능하지 않나? 전 세계가 코로나로 난리인데 2주 더 연기한다고 국내 코로나가 종식되나? 만약 연기의 이유가 이거라면 2020년은 아예 학교를 멈추는 게 맞다. 



 추가 연기를 다시 하게 된다면 '코로나가 없어지길 기도하자!' 가 아니라 '만약 확진자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매뉴얼을 확실히 하고 교사 및 학교 관리자들을 교육하여 준비 시키는 등' 피해를 최소화 하는 실질적인 논의를 하기를 바란다. 이미 하고 있기를 바란다. 빚을 지더라도 어느 정도 빛이 보여야 그에 맞는 작전을 짜지 않겠나. 



 모두 힘들다.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누구를 탓할 수도, 욕할 수도 없는 요즘이다.


 미래를 준비하며 긍정적으로 있으나, 흐음... 버틸 수 있겠지? 막막함이 커져간다. 쿠팡 플렉스 정말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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