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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으로 돈 버는 거 어려워요.

[반디Class 매운맛 #001 내용]

*

유튜브 채널에서 연재 중인 반디Class 매운맛입니다.

대본 그대로를 공유할 예정이에요. 저를 도와줄 마음이 있으시다면 영상으로 끝까지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https://youtu.be/t1AZu9z-egM


 내가 볼 때 심리상담으로는 돈 못 벌어.

 그 이유 얘기해줄게. 들으려면 듣고 말려면 말고


 나 심리상담이 유망직종이 될 거라는 얘기를 대학교 들어갈 때부터 들었거든?

 그런데 교수님들도 심리학과 들어올 때 그 얘기 들으며 들어왔었대. 그럼 심리상담은 적어도 40년 동안 앞으로 뜰 유망직종이었다는 얘기잖아? 그런데 앞으로 40년이 흐른다고 심리상담의 입지가 달라질까? 이거 한다고 떼돈 벌고 인생 성공하고 그럴 수 있을까? 아니, 절대로 안 그래. 아마 내가 교수님 나이가 되어도 심리상담은 영원히 유망직종일 거야.


 물론 심리상담 관련 직업은 점점 많아지겠지.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점점 많아질 거거든. 그 이유는 나중에 맵게 한 번 때려줄게. 직업이 많아지면 된 거 아니냐고? 아니? 취업자가 많아진다고 유망직종이라고 할 수 없어.


 솔직히 생각해봐.

 너는 개빡세고 야근하고 주말 없고 교육비 겁나 쓰는데 월 150 버는 곳을 유망직종이라고 소개할 수 있냐? 월세 빼고 친구들이랑 술자리 한 번 가지면 끝나. 열심히 사는데 매 월 늘어나는 건 빚이야. 네 자식한테 이 직업 좋댄다 이러면서 추천할 수 있어?

 근데 심리학이 딱 그럴 판이야. 심리학 들으면 어때? 간지나잖아. 사람 마음 꿰뚫어볼 것 같고 맨날 행복하고 연애도 결혼도 잘 할 것 같고 돈도 많이 벌 것 같고. 그래서 사람들이 엄청 들어와. 매년 심리학과 경쟁률 엄청 높아. 점점 높아져.



 상담에 상품성이 없으니 복지 이상으론 발전을 못 한다는 소리야.

 상담을 돈 주고 사려는 사람이 없어. 상담가는 많아지는데 상담 받겠다는 사람은 없는 거야. 그러니 결국 상담가들끼리 가격 낮추면서 경쟁을 해. 거기에 이도저도 아닌 말빨러들도 껴. ‘당신의 인생을 정해드립니다.’ 이러면서 상담 1회에 만오천원! 막 이래. 너라면 “상담은 기본적으로 10회는 받아야 마음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1회기에 10만원입니다.” 이러는 사람이랑 “한 번만 상담 받아도 당신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만 오천원!” 이러는 곳이랑 누구한테 끌리겠냐? 경쟁에서 너무 취약해.

 내가 지금 말하는 고객은 "지금 너무 힘들다", "상담이 필요하다" 해서 상담 받는 사람들이 아니야. 힘들어 죽겠으면 당연히 상담 받으러 오겠지. 근데 그건 이미 신경정신과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심각해졌을 때가 많거든? 신경정신과 고객들이라는 거지.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신경정신과로, 상담이 필요한데 버틸 수 있는 사람들은 말빨러들이 가져가니까 결국 정통 심리상담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기관, 지자체에서 박봉 받으면서 밥줄 유지할 수 밖에 없어. 만만한 게 청소년이지. 상담 받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상담으로 얘 좀 고쳐줘요 하는 일만 받게 되는 거야.


 1급이 되고 유명해져도 마찬가지야. 대중들이 이 사람이 어떤 상담 기법을 쓰고 스타일이 어떻고 이런 거 신경 쓰겠어? 그냥 TV 나와서 유명하거나 신박하면 내 돈 가져가세요. 이러는 거지. 다만 1급이 되면 수련생들 관리가 가능해. 집단상담 워크숍 열고, 상담 도구 만들어서 팔고, 후배들 강의 열고, 수련비 받으면서 생활 유지하는 거야.

 이 순환이 올바르다고 생각해? 무슨 흥선대원군이야? 외부 다 막고 내수에만 집중하게?



 물론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다양한 시도 해봤겠지. 상담하는 사람들 다 똑똑한 사람들이야. 이런 고민 분명 많이들 했을 거야. 그런데 그래도 안 돼. 왜냐고? 이 놈의 전문가라는 딱지가 제약이 된단 말이야. 상담가는 상담 효과에 대해서 과장이나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윤리에 어긋나니까. 필터 없는 자기 생각도 말을 못 해. 전문성 떨어지고 품위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괜히 부가 설명이 많아지는 거야. 저 남자친구랑 헤어져야 할까요? 아, 일단 만나서 얘기를 해보고 그에 맞게 상담 계획을 짜서 마음을 살펴보면 그에 따라 헤어질 수도 있고 안 헤어질 수도 있고...

 그런데 옆에서 이래. 타로점 봐보세요. 어우, 데스카드 나왔네요. 헤어지세요. 지금 그 사람 바람피고 있을 거에요. ...나참...


 자, 정리해보자.

 상담가들의 전제는 너를 바탕으로 답을 찾아가는 거야. 만약 네가 스무살이면 스무살까지 어떻게 살았고 어떤 경험을 했고, 주변 관계는 어떻고, 어떤 성격이고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야 정말 너에게 맞춤형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잖아?

 근데 너희들의 요구는 그게 아냐. 주인 의식이 없어. 상황에 따라 답을 원해. 얘가 카톡 씹었어요. 이거 무슨 심리예요? 저 오늘 라면 먹을까요 고기 먹을까요? 그냥 딱 골라달라고요. 알려달라고요. 많이 배우셨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 이 시도는 시작부터 잘못 됐어. 아무리 맞는 말을 쉽게 해봤자 문턱을 낮출 뿐이지 쉽고 빠르고 명확한 걸 원하는 바쁜 현대인들을 만족시키지 못 해. 떠서 입에 먹여줘야 하는 거야.


 근데 나는 심리상담이 좋거든. 그래서 직업으로 삼은 거거든.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심리상담을 받았으면 좋겠거든. 심리상담 조금 받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방향이 많이 달라진다는 확신이 있단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전문가로써의 윤리를 지키는 동시에 대중들의 레토르트식 욕구를 파고들 수 있을까? 그래서 그 안에 ‘어? 나도 심리상담 받아볼까?’ 하는 마음을 심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거든?


 지금까지 심리상담가들이 대중들에게 하고 있는 방식은 레토르트 좋아하는 사람한테 유기농 친환경 음식 먹으라고 하는 거야. 만들기 쉬워요. 이렇게 맛있어요. 그러니까 레토르트 그만 먹고 이거 먹지 않을래요? 근데 이게 효과가 적어. 유기농 농가 다 굶어죽게 생겼다니까?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 써보려고. 유기농 잠깐 포기하고 레토르트 먹는 곳에 가서 나도 라면 한 그릇 먹으려고.



 상담가 윤리 어떡하냐고?

 그래서 난 이 컨텐츠에 책임지지 않을 거야. 전문가도 아니고 상담가도 아니고 그냥 심리학 관심 있는 사람이 개인적인 의견 나불대는 장소로 할 거야. 내 말에 설득되지도 말고 무조건적으로 믿지도 마. 그냥 한 사람이 씨부리는 거야. 추천도 공유도 하지마. 그냥 인연 닿는 사람들이 보게끔 놔둬. 그런데도 많이들 보게 되면 내 실험이 성공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

 홀로 고고하면 안 되겠더라고. 이 정도로 내려놔야 뭐라도 하겠더라고. 그래야 얘기도 하고 설명도 하고 그럴 수 있겠더라고.


 반디클래스 매운맛은 앞으로 그런 공간이 될 거야. 맞는 말이 아니라 솔직한 말을 해볼게.

 이론적으로 검증된 맞는 말이 듣고 싶은 사람은 반디클래스 가서 공부해. 난 여기서 맵고 짜게 먹고 사이다 들이킬테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너희의 레토르트에 건배. 반짝반짝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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