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Class 매운맛 #002 내용]
[반디Class 매운맛 #001 내용]
*
유튜브 채널에서 연재 중인 반디Class 매운맛입니다.
대본 그대로를 공유할 예정이에요. 저를 도와줄 마음이 있으시다면 영상으로 끝까지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너는 심리상담 얼마 정도면 할래? 인터넷에 상담 쳐보면 만원에서 3만원 정도 받는 곳도 많더라고. 그런 곳은 당연히 평점도 좋고 인기도 많지. 그런데 그렇게 싸게 하는 곳에선 상담 받으면 안 돼. 오늘은 그걸 안주로 씹어볼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할거야.
상담 비용이 비싼 이유, 그리고 싼 가격에 상담을 받으면 안 되는 이유.
심리상담 한 번 받으려면 얼마게?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심리 상담 1시간에 평균적으로 10만원이었어. 거기에서 실력 좋고 인기 많은 상담사는 15만원 20만원 이렇게 뛰는 식이었지. 그런데 상담 비용 물어봐서 10만원이라고 얘기하면 백이면 백 이 반응이야.
히익! 뭐가 그렇게 비싸?
조금 더 솔직한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하지.
한 시간 노가리까고 10만원씩 받으면 완전 개꿀이네?
하아... 근데 내가 이걸 뭐라고 할 수 없는 게 나도 상담 바닥을 잘 몰랐으면 분명 저거랑 똑같이 말했을 것 같거든? 10만원이 동네 개 이름이냐? 하루 종일 알바 뛰어도 10만원 벌기가 빠듯한데 말이야.
자, 근데 이걸 이렇게 생각해보자.
너희 동네에 고기뷔페집이 생겼어. 소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생전 처음 듣는 고급 부위까지 싹 다 무한이래. 그런데 1인당 가격이 단돈 4900원! 이라고 써졌다고 해보자. 그거 보면 넌 무슨 생각부터 할 것 같아? 우와, 이 가게 사장님이 정말 천사인가봐! 우리들을 위해 이렇게 싼 가격에 고기를 내주시다니! 이러겠어?
대체 무슨 싸구려 고기를 쓰길래 4900원밖에 안 받지? 하면서 의심부터 들거야. 오히려 이 반응이 당연하지. 땅파서 장사하는 거 아니잖아. 장사는 어쨌든 남겨먹어야 하잖아.
상담도 마찬가지야. 다른 곳은 10만원인데 저희는 한시간에 2만원입니다. 이러면 무슨 싸구려 상담이길래 이럴 수 있지? 라는 마음이 들어야 돼. 근데 상담은 안 그래. 그냥 한 시간 고민 들어주면서 치킨값보다 비싸게 받네? 싶어지거든. 그러니까 10만원 들으면 놀라자빠지는 거야.
너한테 10만원이 얼마나 큰돈인지는 잠깐 놔두자. 일단 상담가 입장에서 너에게 하는 1시간의 상담을 위해 어떤 투자들을 하는 지 설명해줄게.
*
일단 상담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들어가는 시간과 돈부터 보자. 일단 말할게. 길어. 근데 들어봐. 들을수록 그 무게감이 다가올거야.
한상심 2급 자격증을 따는 최소 비용만 해도 일단 면접상담 50회기 이상을 해야 돼. 50시간, 그 중에 수퍼비전을 10회 이상 해야돼. 상담 잘 하기 위해서 스승님한테 점검 받는 거라고 보면 되는데 그거 할 때마다 10만원씩 내야돼. 자, 10시간에 100만원
집단 상담 2개 집단 각각 15시간 그러니까 30시간 받아야돼. 집단 상담 교육비가 대충 25만원 정도거든? 그거 두 번이니까 6일에 50만원
심리평가 실시 10회 10시간, 해석상담 10시간, 수퍼비전 5회 5시간 50만원
심리평가하려면 워크숍 들어야겠지? 6일 정도에 100만원 이상
공개사례발표 10회 이상 참여 20시간
학회 참여 매년 2회 이상하는 거 대충 10만원
근데 수퍼비전 이런 거 받으려면 맨 손으로 딸랑 갈 수 없겠지? 상담 어떻게 했는지 녹음한 거 죄다 녹취록 작성하고, 이 대목에서 내가 왜 이렇게 말했는지 분석까지 하면 한 사례마다 족히 5~6시간은 걸리거든? 그리고 교육, 학회 이런 거 왔다갔다 하는 비용, 숙박비 이런 거 다 계산하면 아무리 최소값으로 잡아도 400~500은 그냥 깨져.
네가 받게 되는 1시간을 만들기 위해 상담가는 저녁도 주말도 다 반납하고 1,2천 빚내가며 노력한 거거든? 고작 1시간 노가리 깐다고 생각할 게 아니란 말이야.
아, 그래그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상담사 되기 위한 투자였으니까 내담자한테 그 비용까지 염두하라고 하는 건 솔직히 억지야. 개인의 투자니까. 고기뷔페에서 고기를 맛있게 연구한 비용을 너에게 청구하진 않으니까.
*
그럼 이제 딱 너하고의 상담만 보자. 1인에게 투자해야 하는 재료값을 생각해보자고. 바둑 생각해봐. 바둑 끝나고나면 기사들이 뭐해? 그냥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가? 아니지? 처음부터 어떻게 돌을 놨는지 분석하면서 복기한단 말이야. 그래야 그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을테니까.
상담도 똑같아. 네가 받게될 1시간의 상담을 위해 상담가는 매 상담마다 녹음한 내용을 다시 듣고, 자기가 놓친 부분이 있는지, 상담을 위해 어떤 기법을 쓸 건지 어떤 식으로 전략을 짤 건지 복기하거든? 그래도 막히면 상담 내용 녹음한 거 축어록 다 풀어서 수퍼비전 받을 때도 있어. 너랑 하는 상담을 위해 자기 돈 내가면서 말이야.
이걸 한 사람만 하겠어? 자기 내담자마다 다 하겠지? 그럼 내담자한텐 1시간인게 상담가한텐 적어도 네다섯시간을 들이는 거란 말이야. 하루가 24시간이니까 하루에 상담 2명만 해도 적정 근로시간인 8시간을 훌쩍 넘게 일해야 돼.
그래서 이런 숨은 노력들을 감안 했을 때 1시간의 상담회기가 10만원 정도 책정된 거야. 이렇게 보면 결코 10만원이 적은 가격이 아니게 되는 거지.
여기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 있을 거야. 신경정신과에 갔더니 싸던데요? 상담하고 약 처방 받는 거까지 다 해도 2만원 정도예요.
야, 진료는 증상에 맞게 약 처방하는 게 메인이잖아. 정신과 의사가 내원 환자마다 1시간 동안 얘기하냐? 그랬다간 병원 망하지. 순환률이 있으니까 그게 가능한 거야.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정신과 중에 환자마다 5분도 투자 안 하는 곳도 있단 말이야.
그런데 내가 처음에 말했지? 만원에서 3만원짜리 상담 많다고. 지금 내가 말한대로 그 상담을 봐봐. 여기가 4900원짜리 고기 뷔페랑 다를 게 없단 말이야.
그래서 만약 네가 정말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이런 곳에서 상담은 받으면 안 돼. 난 낮은 가격으로 상담하는 게 다 엉터리라는 얘기를 하는 게 절대 아니야.
고기 뷔페로 보자. 이 뷔페가 4900원일 수 있는 이유가 뭘까?
첫째, 고기가 겁나 싸구려다.
먹으면 배탈 나는 쓰레기를 가지고 와서 파는 거다. 별다른 노력도 없이 검증도 안 된 위험한 걸 들고와서는 심리상담이라면서 팔아먹는 부류가 여기겠지?
둘째, 1인당 수입은 적은데 회전률을 높여서 많이 벌 수 있다.
흔히 대학로 음식점들이 이렇지? 근데 상담에선 이게 안 돼. 상담은 1시간이잖아. 상담을 하루에 여서일곱개 하는 상담가도 있겠지. 근데 그렇게 하면 어쩔 수 없이 너 한 사람에게 들이는 노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회전률을 높이면 서비스 안 좋아지는 거랑 비슷한거지.
셋째, 고기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 거라면 사장이 밑지는 장사하고 있는 거야.
왜 그럴까? 착해서? 아니? 옆 가게들이 고기 값을 다 낮춰서 자기도 낮출 수밖에 없는거야. 맛은 자신 있는데 애초에 비싼 가격 보고 손님이 안 오니까 별 수 없이 마이너스 경쟁. 치킨게임 하는 거지.
그래서 낮은 가격의 상담은 상담이 엉터리거나, 네 상담에 대한 관리가 대충 되거나, 상담가가 어쩔 수 없이 자기 쥐어짜내서 하고 있다. 이 세 개중에 하나야. 어떻게든 누군가 하나는 손해보는 거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지. 낮은 가격에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말자고.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상담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원인에는 너희 탓도 있어. 먹기는 고급 스테이크 먹고 싶어하면서 가격은 분식집 가격이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속빈 강정들이 꼬여드는 거잖아.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너희가 잘못했다 우리가 잘못했다 이게 아니야. 그냥, 정말 제대로 알고 가자는 거야. 파는 사람이 재료 공개 안 하면 모르는 입장에서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겠어? 난 전문가에겐 끊임없이 이런 내부 사정을 알려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여기까지 말했으면 선택은 너희 몫이겠지.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싼게 비지떡이다 하면 나라고 별 수 있겠어?
자, 지금까지 상담하는 사람 입장에서 상담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어. 근데 내가 원하는 건 일반 대중들이 부담 없이 상담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란 말이야? 아무리 상담 가격 10만원이 납득이 되었어도 네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잖아. 그러니 다음 시간엔 상담 받는 입장에서 적은 부담으로 상담 받는 방법을 씹어볼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너희의 레토르트에 건배. 반짝반짝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