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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구든, 이 선을 넘어오지 마세요.

[오늘의 심리학 #174.]


 다소 솔직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얼마든지 댓글로 토론하고 싶습니다.

 제 경계선을 얘기하는 게 당신의 경계선을 침범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니까요.


 요 몇년간 일어나고 있는 사회 문제를 보며 안타깝습니다. 답답해요.

 특히 젠더 갈등, 성범죄 관련 이슈는 답답함을 넘어 화가 납니다. 그릇된 가치관과 신념이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이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 타인을 공감,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나의 선의가 착취당해선 안 된다.
- 개인적 경계(Personal boundary)는 학대, 피해, 이용 등으로 상처 입은 후 개인이 설정한 경계이다. 존중해줘야 한다.

- 타인의 경계선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유심히 보라.
- 상대의 경계를 알았을 때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 반응들은 은연 중에 상대에게 죄책감을 유발하기에 지양해야 한다.

 1) 헐뜯고 부당하게 비난
  : 감히 그런 말을 해? 넌 정말 잘못된 사람이구나!

 2) 피해자를 연기하고 죄책감을 줌
  : 혼란스러워.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잖아. 친구끼린 서로 돕는 거 아니야? 한 번만 더 해줘.

 3) 수동 공격
  : 아, 그렇게 해서 미안해. 이것만 하면 굉장히 이득을 볼텐데 아쉽네.

- 경계선을 빼앗는 것은 그 사람을 미래의 학대에 취약하게 만든다.
- 그래서 경계선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면 매우 유용하다.


 우리는 태어나서 보고 들은 바를 바탕으로 세상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아이와, 허구한 날 부부싸움을 보고 자란 아이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겁니다. 그 사람의 접근이 내게 도움이 될 지, 피해가 될 지에 따라 그 사람의 경계(Boundary)가 형성됩니다.


 이 경계가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선, 그들의 경계가 여기까지이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속마음을(특히 부정적인 마음일수록) 숨기고 상대방에게 예의 갖추는 방식에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혹여 상대방의 행동이 기분이 나빠도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못 했습니다. "당신은 나의 선을 넘었어요." 라고 말하지 못 했습니다.

 그런 적이 없으니 그런 말을 들은 후 어떤 반응을 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나를 침범해서 불편해요." 라는 정당한 자기 주장을 '나에 대한 모욕' 내지 '무시'로 판단합니다. 그 결과가 위에서 말한대로죠. 오히려 상대방을 예민하고 무례한 사람으로 만듭니다. 묘한 죄책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용기 내서 말했던 이는 '그냥 말하지 말 걸.' 하고 후회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건 이 개인 경계선(Personal boundary)에 대한 교육입니다. 이해하고 존중하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마무리 부분에서 하도록 하죠.


- 타인의 경계선을 접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변명과 정당화하지 않는 것이다.
"정말 미안해. 그렇게 느낄 거라 생각하지 못 했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실수 없도록 노력할게. 그래도 너와의 관계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어."


 누군가가 자신의 경계선을 밝혔다면 바로 인정하고 존중하면 됩니다.

 그 사람의 경계선을 몰랐기에 했던 실수라고.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당신이 죄를 지어서 사과하는 게 아닙니다. 몰랐기에 한 실수를 인정하는 사과입니다.

 "네가 잘못됐어." 라는 말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이건 변명, 정당화를 부릅니다.

 "내가 불편해." 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불편하게 해서 미안해." 라고 인정할 때 상대방은 존중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 고스팅(잠수), 거부, 보류 등의 방어기제도 건강한 경계선 지키기가 아니다.
-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 두려워 설명도 없이 관계를 매듭짓지 말라.
- 이는 당신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감정에 대해 얘기할 수 있으며, 상대를 존중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선 누군가의 일방적인 노력이 아닌 모두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불편한 사람은 불편함을 숨기지 않고 당사자에게 당당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자연스레 형성하려면 얘기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나이스한 대처도 필수적입니다. 그 누구도 같지 않습니다.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이고 나아가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함이죠.






 제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겠습니다. 불편하실 분은 읽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젠더 갈등에 대한 작금의 흐름이 불안합니다.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갈등론적이고, 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봐요.

 개인 경계선의 시점으로 볼게요.

 

 * 여성 문제가 대두되고,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노력이 일어난다.

 이건 당연히 해야죠. 오히려 권장해야 합니다. 범죄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불안함, 동등한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신, 출산, 양육의 부담이 경력 단절과 연결되는 막막한 억울함 등 여성이 직면하는 사회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여성 역시 사회의 일원이고, 자기 실현을 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게 스스로를 펼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 당연히 필요해요.

 저출산이니 뭐니 하는 사회적 필요성을 위해 여성 개인이 경계선을 허물고 수긍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회에서 출산이 필요하다면, 여성 스스로 경계선을 넓히고 싶게끔 하는 수밖에 없어요. 제발 "아무리 그래도 이건 해야지." 식의 막무가내 당위 좀 그만 하시고요.


 *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당연합니다. 성범죄는 개인 경계선을 침범하다 못 해 짓밟는 행위입니다.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기준만이 맞다고 하며 상대를 '도구'로 이용하는 짓입니다. 아니, 명확한 증거가 있는 가해자마저 솜방망이 처벌을 구형한다면 당연히 민심이 들끓지 않겠어요? 미국 송환 왜 안 된다는 건데? 이건 정말 이해가 안 되네...


 * 성에 대한 강력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부터 다소 불편할 것 같네요. 전 여기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성은 매우 개인적이고 복합적입니다. 그렇기에 인물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다릅니다. 객관적인 경계선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아니, 불가능합니다.

  애매하니까 아예 하지 말라! 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성은 인간에게 매우 보편적인 욕구이니까요. 


 허나 개인의 경계선을 이해하지 않았던 과거가 쌓여서, 다루고 받아들이는 지식이 부족해서, 잔존하는 문화가 지금의 흐름과 사뭇 달라서 갈등이 커집니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자기 주장만 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 개인 경계선이 어떻든 '이미 형성되었다면' 남들이 뭐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합리적인지는 나중 문제죠. 이미 형성된 걸 어떻게 하겠어요? 그리고 그 원인은 과거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핍박 했던 원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 오늘의 심리학에서 말한 적이 있죠? 혐오 감정은 직접적인 경험이 없이도 전염됩니다. 과거에 저렇게 했으니 지금 나에게 못 할까? 이런 마음이 드니까요. 이미 경계선은 만들어졌습니다. 곪았던 경계선이 피를 토하며 나오고 있는 중이죠.


 그래서 젠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움직임은 남성이 해야합니다. (기존의 남성 중심 문화가 있었으니까요.)

 개인의 경계선을 존중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나'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선 넘는 문화'를 내가 먼저 나서서 바꾸려는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그제서야 여성들의 노력이 가능합니다. (필요하고요.) 여성들 역시 남성들을 이해하고 그들만의 경계선을 존중해야 합니다. 지금의 풍토는 '남성의 문화가 마냥 야만적이고 무식하다.' 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남성에게도 남성 대다수와 공유하는 감성이 있습니다. 

 

 젠더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법 제정'이 아닙니다.

 적절한 교육 그로 인한 인식 함양이 필요합니다. 갈등과 분노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살아야죠. 각자의 개인 경계선을 존중하면서요.





* 출처 자료


How He or She Responds to a Boundary Is Telling

Detect and deal with an emotionally irresponsible person before it's too late.

Posted Jul 17, 2020 Erin Leonard Ph.D.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peaceful-parenting/202007/how-he-or-she-responds-boundary-is-t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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