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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몰라요. 그냥요."
메마른 감정; 무감동증

[오늘의 심리학 #216.]

 상담을 하다보면 "아니요. 몰라요. 그냥요." 3콤보를 무한 반복하는 청소년을 볼 때가 많습니다.

 이 중에는 자신의 현재 감정을 표현해내지 못 하는 아이들도 있고, 이를 넘어 상대방의 감정 또한 못 알아채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이 무던해서 그럴까요? 감정이 없어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의 감정은 '느낄 때마다 죄악시 되어 어느 순간 의식 아래로 숨은 것'입니다.

 이를 무감동증(Alexithymia)이라 합니다.


- 무감동증(Alexithymia)은 자신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고 표현도 어려워한다.
- 상대방의 감정을 아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비언어적인 단서도 잘 읽지 못 한다.

- 또한 다음과 같은 일상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1) 자신의 현재 감정을 전혀 알지 못 한다.
 2) 감정보단 논리를 앞둔 방향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3) 자신의 욕구와 욕망에 단절되어 있다.
 4) 심장 박동, 호흡곤란, 신체적 고통, 두통 등의 증상이 있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다.
 5) 상상력이 제한되어 있고 즐기지 못 한다.
 6) 갑자기 분노 폭발과 같은 파괴적인 행동을 보인다.
 7) 이유 없이 추진력과 동기를 잃는다.
 8) 자아 의식이 흐리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미래에 무엇을 원하는 지 알지 못 한다.
 9) 자신을 언제나 주인공이 아닌 관찰자로 여긴다.
 10) 인간관계에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꺼린다.


 '무감동' 은 극단적인 정서 형태입니다.

 오죽했으면 아예 안 느끼기를 선택했겠어요.

 물론 선천적으로 앞뇌섬엽(anterior insula)의 장애가 있어 이러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더 많습니다.


- 인구의 13%가 무감동증을 앓고 있다고 보이며 남성 유병률이 여성보다 2배 가까이 높다.
- 1차적 무감동증은 유전적 이상으로 인해 일어난다.
- 2차적 무감동증은 환경, 발달 과정에서 일어난다.

- 무감동증과 연관된 질환은 다음과 같다.
 1) 물질 사용 장애
 2)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3) 심신 장애
 4) 불안 장애
 5) 우울 장애
 6) 섭식 장애
 7) 성격 장애
 8) 강박증

- 무감동증은 어린 시절 정서발달 장애의 결과이다.
- 어떠한 솔직한 표현도 불편 혹은 처벌 받았던 경험이 쌓이면 결국 감정을 없애거나 매장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무감동이 정말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묻혀 있는' 증거가 바로 연관 질환입니다.

 특히 무감동이 있을 경우 우울증 발병이 두 배 높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 중 41%가 무감동으로 나타났음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렇다면 이런 무감동은 치료가 가능할까요?


- 무감동증의 치료는 정신분석과 같은 전통적 접근은 좋은 효과를 내지 못 한다.
- 변증법적 행동요법을 통해 감정을 확인하고 표현하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 예술 치료(표현, 동작, 음악, 문학 등)가 도움이 된다.
- 신뢰하는 치료사와 상담 관계를 쌓음으로써 묻힌 감정이 점차 표면화될 수 있다.

- 건강한 관계에서 감정은 일차원적이지 않다. 실망, 분노, 좌절과 같은 감정도 허용되어야 한다.
- 무감동증 아래 갇혀 있는 것은 극도로 예민하고 감정이입을 잘 하는 영혼이다.


CC0 1.0 Universal (CC0 1.0) Public Domain Dedication


 인간중심상담의 창시자 칼 로저스는 사람에게 '자기실현경향성'이 있고, 이는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건적인 사랑'을 주다보면 상대방은 그 사랑을 받기 위해 원래 본인이 아닌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에 맞추기 위해 자기실현을 잃어간다고 보았죠.

 이런 의미에서 무감동은 두 가지 시련이 겹친 상황입니다.

 우선 실망, 분노, 좌절 등 받아들이기 다소 불편한 감정을 허용 받은 경험이 없습니다. 울면 안 돼. 화내면 혼나. 짜증내면 나쁜 사람이야 등의 호통을 받으며 부정적 감정을 '나쁜 감정'으로 받아들이게끔 됩니다.

 그럼 기쁜 감정은 어떨까요? 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는 좋았다가, 언제는 혼나는 일관성 없는 피드백에 갈피를 잡지 못 한 개인은 결국 '안 느끼는 게 최우선이구나.' 하며 마음의 빗장을 잠그게 된 거죠.


 이런 내담자와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면 상담사는 넓은 마음으로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계속 해서 믿음을 줘야 합니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느끼고 표현하든 계속 이 곳에 있을 거라고. 당신 잘못 없다고.


 여러분은 어떤가요? 마음, 그 마음의 움직임 모두 안녕하신가요?




* 출처 자료


Alexithymia: Do You Know What You Feel?

Healing from a disconnection with your emotions.

Posted Feb 06, 2021 Imi Lo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living-emotional-intensity/202102/alexithymia-do-you-know-what-you-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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