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프리랜서 Diary - 쉬는 날은 있어도 휴가는 없다.

 쁘다고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차를 타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이동 거리도 늘고, 일도 늘었습니다. 수입도 늘었으나 주유비, 톨비, 활동비 등을 계산하지 않은 상태인지라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네요. 여러 가지 일 있었습니다만,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고... 핵심만 얘기하자면, 아팠습니다. 네... 엄청 아팠습니다. 감기였는데 몸살, 콧물, 가래, 오한, 열, 두통을 동반한 매우 알찬 패키지였습니다. 감기를 겪으면서 번뜩 떠오른 소설 주제가 있으니 아예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아무튼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1. 몸이 약해지면 프로그램도 약발이 떨어진다.
 
표나 중대한 공연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 이가 있노라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름 효과 좋은 부적인데요. “당신이 틀린 것을 어차피 관객들은 모른다.”는 겁니다. 그러니 긴장하지 말고, 실수해도 노련하게 넘기면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이 부적은 긴장 완화용 방편일 뿐이지 교과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틀린 것을 당신은 알고 있기 때문이죠.
 초등학교 프로그램을 다니다보면 별 일이 다 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외모 디스를 하는 애들, 성적 농담을 일삼는 애들, 다짜고짜 우는 애들, 상상하지도 못 했던 말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애들 등 다양하죠. 저는 그런 아이들의 신경전에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악의가 아닌 치기라고 여기면 어지간한 상황은 다 넘길 수 있어요.
 감기 기운이 몸에 돈 것은 한창 숲속초등학교 학교폭력예방 역할극을 진행하고 있던 3월 28일 수요일이었습니다. 그냥 머리가 지끈하고 콧물이 조금 난다 싶더니 숲속초등학교 역할극이 끝나는 30일이 되어서는 아주 죽겠더라고요. 몸이 아픈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하는 것까진 문제 없는데, 약해져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감정 조절이 힘들어집니다. 마지막 반에서 다소 짜증 섞인 반응으로 호통을 치며 진행을 하였네요. 집단의 역동 상 적절한 호통이 아닌 저의 짜증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스스로는 알고 있기에, 끝낸 다음에도 참 찝찝했습니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결국 집단리더의 문제인데 말이죠. 쩝...
 몸이 약해지면 프로그램도 약발이 떨어집니다. 두뇌의 회전이 느려질 수 밖에 없어요. 대뇌보단 전두엽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흐어어...
  
 2. 몸이 약해지면 자동차는 흐물거린다.
 
기약을 먹는 과정은 스트레스였어요. 먹으면 증상은 좀 낫는 것 같은데, 잠도 오기 마련. 당장 다음 일정을 위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사람으로써 매우 위험한 선택이었죠. 이른바 치킨 게임이었어요. 안 먹고 아플래? 먹고 졸릴래? 하는. 그래서 의도적으로 감기약보단 자연치유에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아픈 게 죽는 것보단 낫잖아요...? 하지만 감기만으로도 몸은 약할대로 약해졌기에 운전대를 잡은 모양새가 위태롭기 짝이 없었어요. 한 번은 톨비 아끼겠다고 무료도로타고 밑으로 내려가다가 방향 잘못 가서 상행선 고속도로 타고 10Km쯤 올라간 적도 있습니다. 짜증나다가 이내 서럽더라고요. 나 대체 뭐하는 거지 싶었어요. 전 반디심리연구소가 저 이외의 직원 몫까지 챙길 수 있는 기업이 되면 로드 매니저부터 구할 생각입니다. 운전은 지옥이에요. 흑흑...
  
 
3. 프리랜서에게 쉬는 날은 있어도 휴가는 없다.
 
가! 무척 그립고 꿈에 그려지는 단어였습니다. 어쩌면 아프기 시작한 날부터 일정이 그리 쏟아지는지 쉬는 날도 주말도 없이 이곳저곳 냅다 움직였네요. 그나마 남게 된 시간도 정신적인 크리티컬을 일으키는 사건 발생으로 인해 그 일 수습하려 이곳저곳 움직이는 데 죄다 사용해야 했습니다. 
프리랜서는 쉬는 날이 생깁니다. 일이 안 들어오면 그게 곧 쉬는 날이죠. 그러나 그 어떤 순간에도 휴가를 쓸 수는 없습니다. 일이 잡힌 날엔 절대로 취소를 할 수 없더라고요. 기관의 사정이 있는 법이잖아요? 참 아이러니하구나 많이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4. 프리랜서에게 유명세는 곧 홍보일까요?
 
간인물이라는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만날 약속을 정하고 인터뷰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주간인물 등의 정기 간행지가 어떤 생활을 하는 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만, 그건 둘째치고... 여튼 나왔습니다. 

(아, 왜 이 의사가운 입은 아저씨가 나오는걸까요?? 저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orz)


 명세나 공증력이 저의 앞 날에 어떻게 영향을 줄 지는 알 수 없지만이렇게 언론과 잡지를 통해 저의 신념과 가치관을 알리고 제 능력을 홍보할 수 있는 장은 시도해볼만 하다고 여겨집니다관심이 생긴 분들의 연락을 바라지만요!
  
 5. 재밌는 거 많다.
최근 테일즈샵에 다녀왔습니다


 
기 사장님을 제가 참 좋아해요생각하는 바가 매우 아스트랄하셔서 언제나 많은 시사점을 얻어 오곤 하거든요이번에도 매우 즐겁고 신선한 내용의 이야기 듣고고급스러운 음식까지 얻어먹고 왔습니다그들에게 있어서 저는 인싸예요이제 전 현실계의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3류만화가 따위...
  
 심리코칭연구소 C&C의 이용희 소장님과 함께 하는 전라북도 교장단 성인지 역할극도 신선하고 재밌습니다괜찮을까하는 생각으로 썼던 대본인데 깨알 웃음 포인트도 있고 공감대 형성도 되는 듯하여 사실 많이 신납니다제 창작품이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다니게다가 생각지도 못 하게 이런 이유로 실현되다니 하면서 어안이 벙벙 그러나 즐거운 상태.
  
 최근에 굉장히 큰 충격 상황이 있었지만정서는 생각보다 안정적입니다도리어 이 상황을 통해 배운 것을 어떻게든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에요감기는 이제 막바지입니다이제 컨디션도 슬슬 돌아오고 했으니 새로운 것들도 만들고 시도해보면서 반디심리연구소를 다시금 키워볼 생각입니다사업 시작한지 이제 6개월 접어들고 있을 뿐이니후후... 아직은 조금 더 모험할 때 아니겠나요?

작가의 이전글 혹시 심리극(Psychodrama) 들어봤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