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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Diary - 배부른 이는 소화제를 찾는다.

 월 50~100 벌며 근근이 버티던 18년의 1,2월. '아무리 이제 막 시작하는 거라지만 이렇게 벌이가 암울해서야 그간 모아뒀던 돈만 다 쓰고 자멸하는 거 아니야?' 하는 막연한 불안함에 휩쌓일 때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그건 기우였습니다. 3월 중순부터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 스케줄은 결국 4월 일정을 가득 메울 정도가 되었어요. 서울에선 서울대로의 일, 전북에서 들어오는 일, 충남에서 자체적으로 의뢰된 스케줄까지 경부선이 기뻐할 오르락내리락을 거듭하다보니 집에서 두 발 뻗고 잔 게 언제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씩씩한 뚜벅이었던 저는 어느 덧 자가 운전석에 앉아 오른쪽 발목만 까딱거리는 운전족이 되어버렸습니다. 꾸물꾸물하며 어떻게든 밥을 지은 저에게 풍요로운 반찬을 제공해주던 냉장고도 열린 게 언제였는지 기억을 못 할 정도가 되었네요. 이럴 거면 고시원에서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집 안 활용을 잘 못 하는 것 같아서요.

 네, 홍보 하나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굉장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유와 권태를 불안해하던 시절에서 일정 사이 테트리스를 하는 고민을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 4월에 반짝하고 5월부터는 좀 더 여유롭고, 다시 수입은 줄어드는 시간을 가지게 되겠지요. 그러나 현재는 딱 제목과 같은 상태입니다. 배가 터질 것처럼 부르네요. 다 소화를 못 시키겠어요. 헛구역질 중입니다.

                                                  
 일정은 이랬지만, 개인적으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괴로운 시간을 겪었습니다. 정확한 사정을 말하자면 복잡하지만, 특조위 때부터 지금까지 모아놨던 꽤 많은 돈을 단번에 잃었습니다. 제 의지가 전혀 들어있지 않았던 일이라 그저 허무할 따름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작스런 일정 폭식에 몸이 놀랐습니다. 지독한 감기에 걸리는가 싶더니 장염 증상이 심하게 올라왔어요. 그 상태로 전주부터 서울까지 차를 끌고 올라오기란 제가 지금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을 준대도 고사할 것 같네요.

 그렇게 내/외부로 커다란 일을 겪고, 환경적으로도 큰 변화를 접하다보니 생각하는 것, 임하는 마음도 꽤 달라졌습니다. 다 얘기하자면 너무 복잡하니 하나만 얘기하자면, 네. 배부른 얘기입니다. 나름의 일정을 정해두고 그에 맞지 않는 조건의 일은 고사하는 식으로 컨디션 조절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 하루에 움직이는 거리는 해당 지역(도 권역)을 기준으로 하여 초과되면 움직이지 않는다.
 2. 화, 수는 서울 일정을 / 목, 금은 지역 관계 없이 / 토 오전은 서울에서 개인상담 일정을, 오후부터 월까지는 전북 일정을 가진다.

 입니다. 당장 한 군데라도 가서 뭔가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실을 다지고 대기만성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컨디션 조절입니다. 장기간 운전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체력 소모와 위험도가 심했거든요.
 물론 아직 뇌피셜인지라 시행해보며 다시 착오와 수정을 거듭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아무리 프리랜서라고 해도 자신의 사이클을 지켜야 무너지지 않을 듯 하네요.

 제 몸에 맞는 소화제인지 시간을 두고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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