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을 지켜주고 싶다

by 김시을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내주고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무욕적인

삶의 태도를 우리가 본받아 이타적인 삶을 살아간다면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밭농사하며 나무가 가물면 물을 좀 주는 것이나, 추우면 몇 나무의 밑동을 짚으로 싸주는

것에 비하면, 나무는 우리에게 꽃과 열매, 목재 등을 주고, 우리가 마시는 공기를 정화하여

지구를 살리고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혜택과 위로를 받아 살아간다.


나무들은 여전히 묵묵히 서 있다. 봄은 아직 몇천 리 밖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나무 아래

가까이 설 때마다 나는 진작부터 봄을 느낀다. 벌써 나무 가지에는 나무 눈들이 생겨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있다. 따뜻한 봄날이 기다려진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다 보니 나는 건강에 대한 염려와 알 수 없는 불안이 마음을 따라다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숲으로 향했다. 흙냄새와 나뭇잎의 숨결이 뒤섞인 공기를 들이마시면

복잡한 생각이 줄고 마음이 고요 해진다.


밭 주변 나무 중에서 나는 밤나무 한 그루를 ‘내 나무’로 삼았다. 거친 나무에 손을 얹고

말을 건넨다.

“잘 지내고 있니? 추운 겨울을 견디느라 힘들었지”

바람이 잎을 흔들면 대답처럼 들려왔다.

“괜찮습니다. 당신도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 말은 결국 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가 되었다.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도 묵묵히 이겨

내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런데 최근 밭 앞에 자연녹지가 개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원주택단지를 일반 분양

하려고 공사 허가가 나서 토목 기초 공사를 하였다. 봄부터는 골조 공사를 하여 자연녹지

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졌다.


나를 살려준 나무로 우거진 숲을 지키고 싶다.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준 나무들, 오늘도 석성산 자락에 서서 밤나무를 안으며 속삭인다.

“이제는 내가 너를 지켜주고 싶다.” 나무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러나 나는 안다.


우리가 서로를 지켜주며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것을. 나무가 나를 살려 주었듯, 이제는 우리가

숲 속의 나무들을 지켜 보호해 주어야 한다.


나태주 시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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