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지인들과 하는 소규모 동아리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서로의 책 취향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다. 취향이 맞지 않으니 이해력이 떨어졌고, 토론이 자꾸 옆길로 샜다. 결국 부부싸움이나 교육문제로 빠지기 일쑤였다. 동아리원들이 모두 중고등학교 학부모였기에, 입시 현안은 시시때때로 등장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결석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수 인원의 동아리기에, 토론의 질이 떨어지고 내용이 빈약해졌다.
두 번째는 자꾸 어려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한 명이 어려운 책을 하면, 다른 사람도 어려운 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은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어들이 많아 읽기 어려웠던 책이다. 책의 내용도 이해가 안 가는데, 그런 책으로 토론을 하려니 자꾸 딴 길로 샜다. 20세기 가장 난해한 작품이라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도 어려웠다. 유튜브에서도 소개나 설명 영상을 찾을 수 없어 답답했던 회차였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된다. 그래서 나는 지인들과 결별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새롭게 모임을 결성하기로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겼다.
지잉~~
진공청소기를 돌리다 말고, 핸드폰 알람소리에 반갑게 달려간다. 지역 네이버 맘카페에 2시간 전에 독서토론 동아리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쪽지와 채팅으로 꽤 연락이 많이 왔다.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모집 공고를 여기저기 올리기는 처음이었다.
처음 공고는 3~4줄의 글로 짧게 올렸다. 간단한 소개글과 횟수, 시간, 장소만 공지했다. 쪽지와 채팅으로 세세한 운영방식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일일이 답변하는 것에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답변한 노력에도 무색하게 정착 참여하겠다는 실적은 저조했다. 2~3일 내로 10명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4명도 힘들었다. 정작 실제 모임을 갖지도 않았는데, 못 할 것 같다는 사람들도 1~2명 생겼다. 이래서 간혹 개인 블로그를 통해 토론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소소한 금액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얼마 전 동네 서점에서도 토론모임을 한다는 광고를 봤는데, 참여비가 있었다.
일주일을 기다렸다. 하루에도 100여 개가 넘는 글이 올라오는 맘카페이다 보니 내 글은 검색하지 않으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뒤쪽으로 밀렸다. 그래서 두 번째 모집글을 올렸다. 이번에는 정확한 날짜와 책, 저자, 출판사까지 올리고, 토론운영방식에 대해서도 썼다. 그리고 모임의 성격이 친목이 아닌 스터디에 가깝다는 특징까지 세세하게 올렸다. 2023년도 책은 세계문학으로 하겠다는 계획까지 남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첫 모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