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현재는 돋보기가 없으면 글을 읽기 힘들지만, 그전에는 활자중독 수준이었다. 책이나 신문을 매일 들고 다녔고, 지하철, 버스에 붙은 광고 글자 하나하나까지 읽어재껴야 직성이 풀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육아를 할 때도 제일 신경 썼던 부분이 독서였다. 나처럼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듯이,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 엘리베이터에 붙은 게시글들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번쩍 띄었다. 독서토론 수업을 시작한다는 공고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반가웠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자의 반 타의 반 일을 그만둔 상태였다. 게다가 사교육에도 관심도 없어, 엄마들과의 사교모임도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꽤 심심한 차였기에, 보물이라도 찾은 느낌이었다.
2014년도에 출간된 '이젠, 함께 읽기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요지는 독서토론을 통해 독서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맘카페에서 몇몇의 주부들이 모여하는 모임에도 참여해 보았다. 하지만 2~3 달인가만에 그만두었다. 모임에 나온 사람들은 육아서와 자기 계발서, 특히 부와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 분야에는 관심이 없었고, 굳이 이런 책들로 토론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회 수업은 꽤 좋았다. 소설을 쓰시는 작가님이 강사셨는데, 내가 몰랐던 많은 책들을 알게 되었다. 힘들었지만 완독의 기쁨도 컸다. 지금도 기억나는 책은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이다. 나는 결석도 하지 않고 모든 책들을 완독 했다. 2년을 열심히 활동하였는데, 아쉽게도 2020년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도서관 수업이 중지되었다.
2021년에 다시 도서관 수업이 재개되었다. 줌으로 하는 수업이었다. 1년 동안 열심히 참석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독서회와 달리 두 가지 단점이 느껴졌다.
첫 번째는 소통의 단절이다. 만나서 하는 대화와는 달리 토론보다는 발표의 느낌이었다. 선생님의 호명에 따라 한 명씩 돌아가며 소감을 이야기하는데, 깊이 있는 논제 토론이 어려웠다. 오프라인 모임은 서로 느낌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줌 프로그램은 소리가 겹치면 안 되기에 언제 말을 해야 하는지 알아채기가 어렵다. 표정과 어조, 제스처 등으로 느낄 수 있는 대화의 맛도 찾을 수 없다.
두 번째는 주입식 수업이다. 강사님이 책에 대한 내용을 PPT로 준비를 하셨다. 해당 도서의 작가부터 시대적 배경까지 꽤 여러 장의 자료를 설명하시는 방법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새로운 회원들이 참석하였기에 이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셨겠다 싶지만, 나는 재미가 없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2021년 12월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독서회원들이 모여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었다. 도서관에 동아리 등록도 했다. 2022년도에는 시에서 지원하는 동아리지원사업에 선정되어 60만 원어치 책도 구매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한 달에 두 번 만났고, 각자 돌아가면서 리더를 하였다. 리더는 책선정, 논제 준비, 토론 진행까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