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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수다 왕언니 Apr 21. 2023

우연한 만남... 추억

[여행의 이유_김영하 저], [여행의 기술_알랭 드 보통 저]를 읽고..

  작년 봄 제주도 여행에서 떠돌이 개를 만났다. 어떤 공원이었는데,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잘 꾸며놓은 정원과 전통집이 있었던 것 같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입구로 걸어 들어가는 데, 개 한 마리가 따라왔다. 입구를 통과해 잔디밭을 지나는 데도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왔다. 처음에는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 아이가 들고 있던 빵이 원인이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한참을 따라오는 개와 아들은 결국 빵을 나눠 먹었다. 그러고도 떠돌이 개는 가지 않고, 우리를 계속 따라왔다, 앞장섰다 뒤따라 오며를 반복했다. 꼭 그 공원의 가이드 같았다. 그 녀석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마스크를 한참을 물고 다니기도 하고, 비닐봉지에 머리를 박기도 했다. 공원을 다 돌 때까지 우리 주위를 맴돌던 녀석은 우리가 주차장에 도착하자, 결국 다른 방문객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여행은 참 신기하다. 일상의 권태로움을 벗어나고 싶어 한 여행지에서의 추억은 결국 멋진 풍경도, 유서 깊은 유적지도 아닐 때가 많다. 우연히 우리 가족을 따라왔던 떠돌이 개나, 이탈리아 라벤나에서 만난 에어비앤비 주인, 그는 주말 오전 우리 가족을 위해 기꺼이 함께 식료품 쇼핑을 가 주었다. 그때 집주인이 추천해 준 와인과 치즈는 여행 중 먹어봤던 그 어떤 맛보다 최고였다. 뉴질랜드 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북한 질문 공세에 결국 영어밑천이 딸려 도망치듯 헤어진 경험 등, 결국 여행도 사람과의 만남이 추억을 만든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시야를 넓히려고 인간들은 여행을 한다. 또 이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김영하 작가는 책에서 이점을 강조했다. '호모 비아투스'. 게다가 여행은 인간을 성장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여행의 이유와 여행의 기술은 닮은 듯하면서 꽤 다른 책이다. 여행의 이유는 소설가의 여행에세이 여서 그런지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를 통해 작가가 깨달은 개인적 성찰은 에세이의 가독성을 높여 준다. 반면에 여행의 기술은 철학자가 쓴 에세이다. 안내자로 등장하는 문학작품, 작가, 화가의 삶은 공감하기 어렵고, 배경지식이 없다 보니 꽤 지루했다. 개인적 성찰보다는 보편적 삶의 의미를 쓴 점도 사실 지루하게 만들었던 이유 같다. 



  3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나뭇가지에 꽃봉오리가 꽃을 피우려고 한다. 바람은 세지만 어깨를 움츠려 뜨리게 만들지는 않는다. 어디든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물론 미세먼지는 기승이지만, 싱숭생숭한 봄바람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코로나 팬데믹도 사실상 종료되었다. 이제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제는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새로운 장소에서 낯선 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다. 그리고 낯선 이들과 새로운 추억 만들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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