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_서머싯 몸 저_민음사]를 읽고...
8년 전 남편은 대기업을 다니다 명예퇴직을 했다.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사진작가를 해 보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 취미로 시작했는데, 꽤 열심히였다. 관련 책도 사서 읽고, 포토샵도 독학으로 익혔다. 렌즈며 필터, 사진기에도 꽤 큰돈을 투자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내가 보기에도 사진은 구도며 색감 등이 꽤 좋았다. 물론 사진가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반신반의했지만 말이다. 퇴직하자마자 대구사진비엔날레 출품 준비를 시작했다. 자연을 이용한 추상 작품을 만든다며, 동트기 전 새벽에 나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혼자 제주도 여행을 다녀 오기도 했다.
지금 남편은 프로그래밍을 하는 중소기업에 다닌다. 결국 사진으로 돈을 벌기에는 한계에 부딪혔고, 찍은 사진을 팔아보겠다며 온라인 마켓에도 올렸지만, 소득은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버거웠다. 이 소설의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가족을 버리고 떠나지는 않았지만, 퇴직 후 2~3년은 돈을 저축하지 못하는 생활이었다.
주식 중개인으로 안락한 삶을 살았던 40대 초반의 찰스 스트릭랜드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영국을 떠나 파리로 간다. 자식과 아내를 버리고 몇 푼 안되는 돈을 가지고 가난한 삶을 시작한다. 파리에서 그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던 몇몇의 사람들과 한 여인의 자살을 뒤로하고, 그는 다시 타히티로 떠난다. 그곳에서 나병에 걸려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예술혼을 불태운다. 사후에 그는 천재로 칭송받았고, 생전에는 몇 푼 안되던 그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작가인 서머싯 몸은 인생에서 사회의 기대를 따르는 것이 중요한지, 자신의 열정과 욕구를 따르는 것이 더 중요한지 묻는다. 그리고 예술의 의미와 예술가에게 필요한 자세도 말하고 있다. 예술가는 상식적인 삶을 따르면 안 된다. 또한 자신의 열정과 진심을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면서 예술이 자본주의의 상품으로 전락한 상황도 비판하고 있다.
그는 빙긋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나도 나름대로는 예술가였다고. 내개도 그 친구를 움직인 그런 욕망이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 친구가 그걸 그림으로 표현했다면, 나는 인생으로 표현했을 뿐이지요."
p. 277 중에서...
나는 이 문장이 제일 좋았다. 사람들은 욕망에 이끌려 산다. 그 욕망이 타인의 시선으로 뒤틀리고, 변질되었다 해도 말이다. 그리고 브뤼노 선장의 말대로 인생 하나하나를 작품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예술가에게 필요한 열정과 개성을 자신의 삶에 표현하고 있다. 그 개성이 자본주의에 함몰되어, 다양성이 결여되고 있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 책과 글로 나의 작품을 만들어 간다. 남편은 사진에 대한 열정의 결과물들로 우리 집 거실 벽면을 채웠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자신을 움직이는 것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걸 깨달아야 할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특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열정 충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주인공은 나병으로 죽어가면서도,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워 오두막의 벽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죽기 전 그 그림을 흔적도 없이 태워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인생도 그런 물아 지경의 열정을 휘둘러야 할 대상이다.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하셨던 작년 12월 글쓰기 강사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명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