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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왕자 Oct 03. 2023

이심전심(以心錢心) 우리 아이들

‘물질주의’ 극복 사춘기 생활백서

                                   목차 


01 한가위 우리 아이들

02 이심전심(以心傳心) 이심(以心)

03 맥경화(脈硬化)

04 ‘물질주의극복 사춘기 생활백서




                        한가위 우리 아이들     


민족의 명절 추석(秋夕) 연휴가 끝나간다.

길고 긴 휴가였다. 그리 막히던 서울에 차가 한산했다.

모두 Out of 서울 했고 뻥 뚫린 도로를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고향이 서울인 사람들에게 한가위는 한가함의 위(上)에 놓인 천하태평 시간임에 틀림없었다. 말은 살찌고 인간의 배는 튀어나오는 한가위에 한가하게 드러누워 사춘기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만이 유일한 한가위에서 열외 된 문외한(門外漢)이기 때문이다.       


한가위

‘가위’는 가을의 중앙을 의미하며 ‘한’은 ‘크다’는 뜻이다.

즉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로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한다. 가족들과 생이별을 경험한 코로나 이후 3년여 만에 온 가족이 모인 대동단결의 장(場)에 마음까지 흥겹다. 두 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9h 이상이 걸린다 하더라도 시간과 공간을 마다하지 않고 부모님을 뵈러 가는 고향 길은 즐거움과 미안한 마음의 쌍곡선이다.     

  

추석차례(秋夕茶禮)

한국 세시풍속사전을 살펴보면 추석엔 설날과 다르게

흰 떡국 대신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낸다. 햇곡식을 수확하여 조상님께 먼저 제사를 지내고 먹는데 이를 천신(薦新)이라 한다.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오순도순 마음을 나누는 민족 최대 명절과는 별개로 가족 중에서 열외 되거나 조퇴하거나 결석하는 이는 분명 사춘기 수험생일 것이다. 수험생 가족은 Go to 고향을 내년으로 미루기도 한다니 대한민국에서 시험은 명절도 피해가는 프리패스 인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이심심(以心心)      


넉넉한 한가위에 주위 어른을 찾아뵈면서 드리는 선물은 다른 때 보다 의미가 깊다. 정성을 다하여 마음과 마음을 잇는 선물은 고마움을 넘어 감동이며 이심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검색창에 이심전심을 찾아보았더니 ‘빈대떡’ 집이 많이 검색된다. 정겹고 훈훈한 말이다. 한문 수업이 부족한 사춘기 아이들은 아마도 ‘이심전심’을 두고 ‘전을 부치는 집’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특히 사자성어에 약하고

국, 영, 수 과목도 아니다 보니 한문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대의명분도 약하다.      

  

이심전심(以 : 써 이, 心 : 마음 심, 傳 : 전할 전, 心 : 마음 심) 풀어서 적어보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뜻으로 석가가 제자인 가섭(迦葉)에게 말이 아닌 마음으로 불교의 진수(眞髓)를 전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느 날 석가가 제자들을 영취산(靈鷲山)에 모아놓고 설법을 하였는데 그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석가는 손가락으로 연꽃 한 송이를 말없이 집어 들고 약간 비틀어 보였다.


제자들은 석가의 행동을 알 수 없었으나 가섭(迦葉)만이 그 뜻을 깨닫고 빙그레 웃었다고 한다. 석가도 빙그레 웃으며 가섭에게 이렇게 말했다. ‘불립문자 교외별전(不立文字 敎外別傳)’ 즉 언어나 교리를 따르지 않고 이심전심으로 전하는 오묘한 진리가 있다고 말하며 이 가르침이 가섭(迦葉)에게 전해졌다. 현대적 의미로는 ‘필(feel)이 통한다’ 로 생각하면 느낌이 팍 올 것이다.      


이심(以心)      

요즘은 어떤가 ?

이심점심 ? 이 말이 점심시간에나 발휘 되는가 ?

한가위에서 마음을 대변하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돈이 되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 아니라 이심심(以心心) 인 것이다. 언제부턴가 모든 가치의 척도가 쩐(錢)으로 바뀌었다. 실 무역에서 뿐만 아니라 교환가치도 비교가치도 쩐이 최고인 세상.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건 돈이 부족해서 라고 말하는 데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세종대왕님이 미소 짓는 파란색 돈이 만사형통하던 시대는 끝났다. 구실이 약하다. 적어도 누런색 신사임당께서 나와 주셔야 체면치레가 되는 시대이다.


뭐니 뭐니해도 머니가 최고 !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받아라” 가족들은 두당 얼마에 속한다. 머릿수가 많을수록 좋다. 명절이 아니라 용돈 충족 시즌 인 것이다. 돈이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하고 돈이 있어야 대접받고 돈이 있어야 만사가 통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기본권은 돈으로 계층 지워졌고 그 계층은 보이지 않는 특권과 계급을 만들었다. 돈은 물론 아름다운 꽃이다. 문제는 그 꽃이 조화인지 생화인지 어디에 쓰는 용도인지에 따라 독(毒)이 되기도 하고 득(得)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맥경화(脈硬化)  


한가위 경제를 살펴보자. 돈의 입출입에 대한 원활한 통로가 막혀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하는 상태로 추석 밥상 물가가 올라 돈이 그 가치를 보존하기 어려운 상태가 여러 곳에서 보인다.    

  

‘3() 현상

‘3고(高) 현상’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를 의미하며 짙은 안개 속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고물가 차원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아져서 마트에서 장을 보기 두려움이 요즘 더 심해졌다. 이것은 석유와 농산물 가격 상승이 요인인데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치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고 올 여름의 폭우와 태풍 등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도 정점을 찍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가격 오름세는 미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채 금리 상승이 지속되는 요인이 되었으며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될 것이다.      


환율은 어떤가 ? 고환율이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오늘자로 1360원이다.(2023.10.3. 기준)

고환율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자극시켜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더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내년까지 연 5%의 기준금리 유지를 시사하면서 당분간 고금리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고환율도 지속된다. 국내 기업 및 가계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돈맥 경화(돈脈硬化) 증상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졌으며 이 어려움은 결국 돈이 최고라는 가치를 확증시켰다.          

 



             ‘물질주의예방 사춘기 생활백서      


추석에 온가족이 모였지만 화기 애매한 웃음과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직장에서 얼마를 버는지... 언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지... 다시는 명절에 가족들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두 쩐의 문제이다. 돈이 최고의 가치인 자본주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돈의 가치가 모든 것을 초월하여 부작용이 심해지니 답답함을 하소연 하는 것이다.      

부모님과 주위 어른들의 사고방식이 그대로 사춘기 아이들에게 스며든다. 돈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돈의 많고 적음이 사춘기 아이들의 가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눠줄 수 있을 때 넉넉함이 의미가 있고

부족할 때 채워야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빈곤(貧困)은 극복해야 하고 결핍(缺乏)은 수용해야 한다.

가난은 되물림 되어서는 안 되지만 풍요가 과해서는

독이 될 수 있다. 부족함은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그 과정은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사춘기 우리 아이들이 김소운(1907~1981) 작가의 ‘가난한 날의 행복’을 30대에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버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보다.

가난은 결코 환영할 것이 못 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에도 아침 이슬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회상이 있다.

여기에 적는 세 쌍의 가난한 부부이야기는 내게 언제나 새로운 감동을 안겨다 주는 실화들이다.     

<중략>     

지난날의 가난은 잊지 않는 게 좋겠다.

더구나 그 속에 빛나던 사랑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행복은 반드시 부와 일치하진 않는다”는 말은 결코

진부한 일편의 경구만은 아니다.

- 김소운(1907~1981) ‘가난한 날의 행복’     


물질주의를 극복하는 힘이 담긴 마음에 와 닿는 글이다.


돈이 삶을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않고 살고 싶다.     


- 어른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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