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에 찾은 동심 : 슈퍼보이(Super-Boy)
엄마는 유대인의 교육철학을 토대로 훈육하며 아침 식탁에서도 영어 CNN을 듣게하고 아빠는 저녁에 잠을 재울 때 항상 유튜브 영어 문장을 들려준대요. 정우는 하루라도 영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잠을 못잔데요.
집을 나설 때도 항상 영어책을 들고 다닌다죠?
정우는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앞집 사는 영철이네 부모님들은 영철이가 아직 한글도 못 읽는다고 걱정이 태산이에요.
내일 아침 일찍 영철이 엄마는 영철이에게 잠잘 때 들려줄 제일 비싼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사러 간대요.
“지금 돈이 문제야 ?”
영철이 아빠는 괜히 열 받아서 값비싼 영어책도 세트로 주문하라고 했대요. 그런데 오늘도 천방지축 영철이는 엄마가 영어를 들려줘도 영어에는 관심이 없는 듯 소파에서 놀기만 한대요. 아빠 엄마는 영어를 듣기 싫어하는 영철이를 향해 매일 꾸지람 하셨대요.
“ 뒷집 정우는 매일매일 영어를 듣는 다던데 넌 도대체 왜 그러니? ”
다음날 아빠는 영철이 때문에 속이 상해서 밤늦게까지 술을 드셨고 엄마는 거실에서 영철이가 듣지도 않는
고액 영어 프로그램을 껴안고 펑펑 울었대요.
정우는 정말 대단해요.
아침밥은 꼭 챙겨먹고 매일매일 우유도 한 컵씩 원샷한대요. 특히 정우는 인스턴트 음식은 절대 입에 대지도 않고 콜라는 한 모금도 안 마신대요. 그래서 정우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20cm나 더 크대요.
그런데 옆집 사는 영희는 엄마가 해준 음식을 잘 먹지 않는대요. 아침부터 수저에 잘 구운 고등어 반찬을 놓아주어도 ‘이리 싫다. 저리 싫다’ 정말 아침밥 먹이기가 여간 힘들지 안대요. 밥 먹을때는 흘리고 먹고 우유는 한 모금도 먹기 싫어한대요. 영희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인. 스. 턴. 트
내일 아침 일찍 영희 엄마는 큰 마트에가서 제일 비싼 요구르트를 사러 갈꺼래요.
“ 지금 돈이 문제에요 ? ”
영희 엄마는 아빠에게 괜히 소리쳤고 아빠는 영희를 향해 속상하다며 꾸지람 하셨대요.
“옆집 사는 정우는 음식도 골고루 먹고 인스턴트 음식은 입에도 안 댄다던데 넌 도대체 왜 그러니 ? ”
다음날 아빠는 영희 때문에 속이 상해서 밤늦게 집에 오셨고 엄마는 거실에서 피자 박스와 콜라 페트병을 움켜쥐고 울었다는 소문이에요. 정우는 정말 대단해요.
정우는 학교시험에서 항상 100점을 받는대요. 선생님들은 입에 침을 안 바르고도 정우 칭찬뿐이고 학교에서 상이란 상은 모두 정우 독차지래요. 엄마는 100점짜리 시험지를 벽에 걸어 놓고 도배를 했대요. 시험공부는 따로 하지 않고 시키지 않아도 매일매일 복습과 예습을 철저히 한 대요.
정말 우리 정우는 대단하죠?
근처에 사는 영준이네 부모님들은 영준이가 학교에서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걱정이 태산이래요.
영준이는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놀이터에서 놀기만 한 대요.
다음날 아침 일찍 영준이 엄마는 동네에서 제일 비싼 수학 학원을 알아보러 간대요.
“ 지금 돈이 문제에요 ? ”
영준이 아빠는 가슴을 치며 과외라도 하라고 했대요. 그러나 영준이는 학원 가기 싫어하고 수업 시간도 지루하대요. 학교 수업시간에도 40분동안 앉아 있기 힘들다고 해요. 아빠 엄마는 정우와 비교하며 영준이를 향해 꾸지람 하셨대요.
“ 정우는 100점을 받는다는데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
다음날 아빠는 영준이 때문에 월차 휴가를 내서 학원을 알아보러 가셨고 엄마는 동네 창피해서 영준이의 70짜리 시험지를 휴지통에 이름이 안보이게 찟어 버렸다는 소문이에요.
이 동네에서 정우 때문에 속상한 가정이 많아서 다들 마음 고생이 심하여 이사하는 집이 많아졌어요.
정우와 자녀들이 비교당하는 게 싫어 결국 다들 이사를 가게 되었대요. 나중엔 모두들 하나둘씩 떠나고
정우네 집만 동네에 혼자 덩그러니 남았대요.
“ Mom, 모두 어디로 간거에요 ? "
" 음... 친구들이 안.. 보..이..던...데... ”
정우의 목소리가 갈라지며 음성이 작아지더니 이내 곧 정우가 멈춰 섰어요. 눈도 깜빡하지 않고요.
정우 엄마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신발이 벗겨 진 줄도 모르고 정우를 등에 업고 집으로 들어 왔어요.
다행히 방 서랍에서 무언가 하나를 찾아서 정우 배 안쪽에 무언가를 넣는 엄마.
“1 만시간 배터리” 정우가 로봇인 것을 지금까지 들키지 않은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그렇지만 1만 시간 후에는 다시 배터리를 갈아 주어야 한 대요. 다행히 정우는 내년 까지 배터리를 갈지 않아도 된대요. 아빠, 엄마는 다시 숨쉬는 정우를 보며 아주 행복한 웃음을 지었어요.
뭐든지 스스로 알아서 척척하고 학교에서 늘 100점을 받고 아프지도 않고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으며 밥도 잘 먹고 키도 잘크는 정우를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워 하기 때문이에요. 정말 정우는 대단하죠?
정우는 슈퍼보이(Super-Boy)니까요.
울려대는 SNS를 경쟁이라도 하듯 더 많이 울려대야만 직성이 풀린다. 엄지를 넘어 양손 신공을 발휘하는
신통력이 세상을 지배한다. 남이 내 인생에 조금만 관여하거나 곁눈질로 엿보려고만 해도 생난리가 나는데
SNS에서는 그러한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해 아주 안달이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구독자’ 와 ‘좋아요’ 가 삶의 가치 척도가 되었다.
잘 차려진 음식을 먹기 전에 먼저 사진부터 올려야 한다.
경치 좋은 곳에 가는 이유도 동영상을 찍기 위해서다. 댓글에 은근 신경이 쓰인다.
‘난 언제 10만 인플루언서가 될까 ?’ 핸드폰을 바라보는 눈빛이 충혈된다.
앞집, 옆집, 뒷집 모두 다 잘난 아이만 보인다.
따라서 내 아이는 늘 부족해 보인다.
분주히 준비 시켜도... 마음이 늘 헛헛하다.
열심히 조력해도... 성에 안 찬다.
상대적 빈곤감은 대한민국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다 ................................................ 부 질 없 다.
평범한 우리 아이를 칭찬하자 ! 80대 노모에겐 50 넘은 아들도 물가에 놓은 아이란다. 국영수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듯 아이들의 마음속엔 우주가 있다. SNS를 통해 상대적 부유함을 깨닫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길...
- 어른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