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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데드 Aug 10. 2023

오래망갑, 망가, 반갑습니다.

0810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어색하다. 아니, 그보다 너무 오랜만에 글을 써서 그런지 타자를 치는 내 두 손마저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토쏠릴 정도는 아니다. 손가락 마디의 감각이 회석암처럼 차차 굳어서인지, 안 썼던 손을 다시금 '내 일'이라는 틀에 맞춰 사용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놓다시피 했던 일기를 다시금 자유롭게 휘갈겨보련다. 휘영청 지나가는 하루를 의미 있게 담아두기에는 이만한 작업(?)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글과 일기가 글을 쓰고자 마음먹은 초창기처럼 진솔하고 담백한 솔직함으로 채우는 건지 모르겠다. 

하나 간헐적으로 드는 날카로운 괴로움과 끈끈한 행복감에 있어 글쓰기를 혐오하지만 그와 동시에 미워하고 외면한 만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다. 나는 작가를 데뷔한 지 1년 4개월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지그재그인 삶을 살고 있고, 여유롭게 글을 쓸 만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글쓰기가 좋다. 이미 세뇌되었다. 미워도 다시 한번. 그래서, 나는 여유 있을 때에만 글을 쓸까? 정답은 NO다. 


그냥 쓴다. 


쪽잠을 자고 출근하면 퀭한 상태로 일을 나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진행형인 꿈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글을 씀으로 인해 나의 인생은 일정 부분 발전되었고 장소와 주변사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굳은 결심과 가끔씩 차는 용기를 쥐어 짜내 쓰는 글 속에도 애틋한 의미는 내재되어 있으니 이것이 조금이나마 내 정서와 안위에 위안이 된다. 


매일 한 줄이라도 일기를 쓰고 싶다. 한 문장, 한 글자도 좋다. 등장했다가 안 했다가 하는 홍길동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에 나는 어지간히 싫증이 난 모양이다. 가끔은 성실하게 글을 써도 좋지 않을까 하는 반박이 문득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나는 글을 쓰고 싶을까. 음, 그래도 올해는 선약을 많이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내 프로젝트가 차질이 전혀 없을 거란 예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사람 인생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겨날지 모를뿐더러 금전적인 문제와 인간관계의 문제, 업무적인 문제, 체력적인 문제, 시간제한의 문제, 수면부족의 문제, 식욕부진의 문제, 신진대사의 문제, 지병의 문제등 팔방문 형인 구방문에 막히므로 나의 프로젝트는 아주 느리더라도 조금씩이나마 진행되었으면 싶었다. 그래야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니까. 내가 바뀌니까. 6프로짜리 스퍼트식 일기를 매일 새벽마다 빠르게 써보련다. 피곤한 건 역시 귀찮아서 처리해야 꿀잠 잘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의 호응과 기대에 못 미치는 글쓰기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과물이 나왔을 때 조회수가 떡상한다던가 광고가 붙어 수익화가 떡하니 될 만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차라리 기대와 자기 검열에 힘을 빼고 물 흘러가듯이 글을 써야 글이 잘 써진다. 여기선 '써야 한다'는 계념조차 생각할 필요가 없다. 눈을 감고 자판기에 손을 갖다 대면 기존에 글을 써왔던 사람은 자연히 '엎지르는 글쓰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엎지르는 글쓰기(spreading)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무조건적으로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거 말고 단 14일만 글을 쓰다 보면 가능하다. 정확하게 14일 채울 수 없다는 자괴감에 이불에 숨고만 싶을 때도 있다. 폰 속의 도파민바다는 아늑하다 못해 너무 꿈만 같아서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그렇기 때문에 쓰는 것이 기본적으로 습관이 되어 있으면 그다음 챕터는 예전에 기억했던 감각들이 살아나게 하는 '적응에 올인'이다. 


글의 주제를 어떻게 할까? 가장 접근하기 쉬운 글쓰기 방법 중 하나는 단연 '일기'다. 일기는 자신이 오늘 하루 겪은 내용을 몇 개 콕 집어 키워드나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한 뒤 풀어내는 '자기 보고서'다. 사전적 용어에 정의된 '일기'에 틀을 굳이 짜 맞추어 글을 써야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일기는 나만 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원한다면 전체로 공개해도 무방하니까 말이다. 


단 하나뿐인 인생을 타인의 눈치만 보고 산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상상만 해도 숨쉬기가 가쁠 지경이다. "내가 이렇게 쓰면 누군가 내 일기를 이렇게 보겠지", "저렇게 쓰면 누군가 욕 한 바가지 하겠지." 이런 걱정은 필름 끊긴 취객한이 마시는 술처럼 뇌에 들이붓지 마시라. 아까운 우리 인생, 욕 조금 먹었다고, 누군가 지적했다고 설령 죽기라도 할까?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지만 복잡한 체계와 시스템을 가진 의심의 세계에서는 군말을 배제하는 방편이 삶을 살아가는 데 굉장히 유리하다. 군말이 들리거나 의심된다면 만두를 떠올려보자. 그것도 군만두면 좋다. 군만두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음식 하나를 정해서 상상해 보자. 영화 [올드보이]의 군만두처럼 생각 없이 먹어치워 버리자. 언제 눈치 보면서 밥을 먹었냐는 듯, 날름. 늘 그랬듯이. 


이런 생각과 사고들이 쌓이고 나면 가끔씩 앙금 같은 결과물을 내놓는다.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몸의 호르몬과 시스템은 그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하므로 나는 당분간의 기약 없는 잠수를 탔던 것 같다. 그렇다. 기약 없는 잠수, 이것이 내가 게으름으로부터 되받은 꾸덕꾸덕한 결과물이다. 실질적인 형체는 없지만 누군가의 무소식은 지인들이나 그를 아는 사람에겐 고구마 같은 상황일 것이다. 나는 고구마짓을 의도치 않지만 팩트에 파묻힐 만큼 정말 많이 한다. 이 기진맥진한 철딱서니는 청산가리통에 넣어 청산해야 정답일 게 뻔하다. 가끔 아무 말대잔치도 해야겠다. 브런치의 속성이라면 모든 작품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을 권유하겠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중요하거나 필요한 말, 대중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라던가 '니즈'가 있으면 일기 중간에 끼워 넣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두서없는 뇌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정리가 매우 힘든 사람이라면 적적극극추천. 파괴왕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아참, 이거슨 오늘의 일기이다. 


이미지 출처 :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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