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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데드 Dec 15. 2023

기사

05

이 세상에는 교묘한 사기수법이 가득하다. 환치기를 비롯한 금전갈취부터 시작해서 명의를 도용하는 방법까지. 왜 일부 사람들은 나쁜 일을 좋은 일처럼 하고 사는 것일까? 어둑한 저녁, 남는 시간에 그들의 심리를 파훼하려던 찰나, 나쁜 마음으로 타인에게 접근했던 웃지 못할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당시에는 지옥 같은 현실에 시달렸기에 이용가치가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쉽게 생각했었고, 이용가치가 없으면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 이런 관계 수법이 해가 된다는 걸 깨닫자 더 이상 사람을 물건처럼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인생의 굴곡이 파도처럼 너울거릴 때마다 보였던 바닥은 아마 몇 만개. 수위가 차올라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기포가 내 몸을 수면 위로 올려준 것은 겨우 몇 십 개. 들썩이는 차가운 현실에 반영된 감정은 소금물을 들이켰고, 그냥 지옥에 가만히 있길 바랐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니 풀리기 시작했던가. 


썩은 동아줄이라도 남으면 그것마저 타인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소용돌이에 말려들어가면서 치는 싸이클론. 돌아버리겠는 바다에서 위를 올려보자 썩은 동아줄이 즐비해 있었으니 그것을 엮으면 타인을 속일 수 있는 단단한 포승줄이 되겠다는 생각이 탁 들었다. 포승줄에 포박된 '도우미'들은 비하와 평가가 만연한 사회에서 어쭙잖게 착한 사람의 칭호를 받게 되고, 타인을 이용하는 것이 자연시 된 이상한 세계가 지금의 내가 사는 시대다. 그러나 아직 망할 희망은 있다. 부당한 일을 백십 번 당하다 보면 기적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적기인 상황에서도 올곧은 동아줄이 내려왔다. 우선 그걸 잡고 올라가 살아야 하니 줄을 붙잡는 순간 잠도 오고 피곤할 테다. 안심은 되었으니까. 심안(心安)이 올 때면.


'이상하리만치 잘 풀리는 상황.'


희망을 위장한 지옥줄에 의문을 품으면 문제가 발생한 장소에서 벌어진 부당한 사건을 하나하나 양파 까듯이 비집는다. 게임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략을 새롭게 짜야하고, 적의 약점을 더 많이 알아야 하며, 그 문제의 영역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인식해야 하는 첫 단계가 필요하다. 문제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면 자연스레 그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할지 어떻게든 부딪혀 알아가야 할지 생각하는 두 번째 단계로 전환되면서 행동을 달리 취한다. 문제의 근원을 완벽히 이해하면 마음을 통해 보인 수천만 개의 썩은 동아줄은 모두 홀라당 타버린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이상함을 감지하고 끊임없이 이 행동이 옳은 것인지 자신에게 되물어보는 것에서 이미 정답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가끔 사람을 너무 믿는 것이 독이 되기도 하지만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사실이 이상향, 즉 내가 바라는 인간의 올곧은 정신에 둘의 가치가 정확히 합쳐진다면 그 신념은 기적을 발휘한다. 내가 믿는 모든 상황이 거짓이 아니길. 나의 믿음과 신념도 이상한 사기가 아니길. 


이미지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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