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

07

by 언데드

당신의 인생에서 '의미가 없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면 언젠간 전혀 관심 없었던 것들도 결국 그대만의 사랑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런 혐오와 차별, 계급의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서도 꿋꿋이 버티어 자신의 길을 걷는 영웅들이 있는가 봅니다. 어느 때인가 저는 이름 모를 영웅이 무심코 뱉었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이제 막 계란 한 판을 머리로 들이받은지라 어안이 벙벙해 철이 증발한걸지도요. 아, 전 역시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조금 알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원하는 것의 형상이 구체적으로 공상의 도화지에 발현되지는 않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무언가 뚜렷해지는 이상한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제 서른 개 의 알로 대뇌피질에 가하는 충격을 단박에 느낄 때입니다. 진리의 노란빛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단 한구간만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알에서 깨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알의 샛노란 내용물을 뒤집어쓰고 나아갑시다. 비가 와도 해맑게 노란 우비를 입은 천진난만한 소년처럼 말이죠. 껍질의 파편을 부끄러워 말아요. 옷이 젖더라도 괜찮습니다. 다 그런대로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주위를 보면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경제적 부담을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해 제자리에서 작은 날개로 퍼덕이는 지인들을 무척 많이 보았습니다. 과거의 영광에 짓눌려 현실에서는 펜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암흑을 걷는 자들도 많았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뭐, 어떤가요. 사람인 걸요. 그런데 잠깐.

사람이라는 이유로 모든 나태와 불만과 분노와 슬픔과 좌절과 절망과 속세를 탓하며 케케묵은 한을 인간이라는 것만으로 합리화하여 침처럼 뱉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인간은 육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마는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을 신격화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어떤 생물이던 존중받아 마땅할 권리가 있습니다만,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생태계 피라미드의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같은 종족인 인간에게 가장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우리가 사회와 약속한 것입니다. 학습을 통해 시스템을 형성, 그것으로 삶의 명분을 얻고, 사회로부터 명예와 지위를 얻고, 따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책임을 다해 사랑을 베푸는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무엇입니까? 역사를 바르게 배우고 지난날의 비루한 악습을 답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지성을 갖추며 인격적으로 훌륭하게 성장할 가능성을 품은 생물체가 아니겠습니까? 명상이란? 그리고 끈기란? 자각몽은 왜 있는 것인지? 사랑하는 사람은 왜 갖은 미움과 핍박과 고통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가? 빅터 프랭클과 같은 선생님은 어째서 사람을, 사랑을 믿었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째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물음표는 영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인생에서 영원이란 건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어쩌면 세상을 쉽게 사는 방법일지도요. 그러나 마음의 눈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기에 의식의 영역은 지극히 협소할 것입니다. 마음의 눈을 지각하고 그것을 뜨기 위해서는 바닥을 치는 경험도, 정상에 서는 경험도, 강물 전역과 바위를 살살 훑는 플랑크톤처럼 흐름에 맡겨 유영하는 경험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영원한 건 사람의 마음에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제가 친부모님의 얼굴을 실제로 단 한 번도 뵌 적이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지각색의 사고를 치고 그 실수들이 노트에 모두 담을 수 없을 정도이지만, 대체적으로 학교에서는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그 성격은 어느덧 성인인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지금의 인생이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겠습니다. 우연히 인생에 빠뜨려선 안 되는 중요한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되었는데 기억의 필름저장소에 저장된 장면들은 반복된 좌절에서도, 침울한 검은 진흙 속에서도 저를 일으켜주고 보다 인간답게 성장시켜 주는 거대한 세계가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제 안의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울기도 웃기도 한 날이 참 소중했다는 걸 깨닫는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했답니다.


한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질풍의 노도의 시기를 겪는 때, 가장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때, 자신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가지는 청소년기입니다. 이때가 회복탄력성 및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주요한 때인 것입니다. 즉, 한 개인의 잠재능력을 투명하게 관찰해 그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기회이죠.


청소년들에게 회복 탄력성은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핵심능력과 태도가 무엇인지 알려주며, 그러한 능력과 태도는 청소년의 정신건강이나 학업 성취도, 주관적 안녕감 등에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_(Anthony, 1987) 청소년이 자라 성인이 되면 그는 사회에 따른 평가적 요구를 사게 된다. 여기서 개인의 능력과 스펙을 통해 사회가 개입한다. 세밀히 검토된 오류는 검열되고, 준장기적 실리에 자격이 갖춰진 잠재적 인재를 지지한다. 이 사회적 지지는 회복탄력성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이러한 맥락에서 '외상 후 성장'에도 기여하는 주요한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_[출처 : 위키피디아]


알 벽이 너무 단단해 제 힘을 제대로 내지 못한 아기새들, 마트로시카처럼 겹겹이 막힌 알에 더 이상 부리로 두드리기를 포기한 아기새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하얀 타원에 갇혀 벽 너머를 보려고 하지 않는 아기새들, 알을 깼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허상의 알을 만들어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아기새들이 많습니다.

자, 이제 눈을 떠 봅시다. 별똥별이 떨어진 곳으로 서둘러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러 간 동방박사처럼 말이죠. 오고야 말았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범하고 있고, 북한은 고양이 눈을 통해 망원경으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언제든 러시아의 손을 거들어 할퀼 준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굳건한 공산주의의 3대 세습이 무너지면 즉시 민주주의로 변환되는 것도 아닙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그러니 평평한 물에 약간의 일렁임을 주어 파동을 일으키는 한 점의 물방울이 됩시다. 폭력과 억압과 같은 구렁텅이 속에서도 '새 조선'과 같은 혁명을 꿈꾸는 이들은 살아있습니다. 당신의 인생도 충분히 더 나아질 수 있고, 수동적인 관계의 인간관계가 아닌 믿음과 사랑에 기반을 두고 의심과 상처가 될만한 무의식적인 언어들을 잘 인지하여 대화의 연못에서 재빨리 건져내야겠습니다. 미끼통에 재료는 넘치도록 남아있습니다. 한 번의 깨달음, 그리고 한 번의 행동, 한 번의 믿음이 당신의 주변에도 상당히 많은 변화를 이룰 것이라 믿겠습니다.


단 한 방울의 파동은 일시적인 물결을 일으키지만 수많은 물방울, 다양한 파동은 궤도공명의 충격을 통해 흐름을 일으킵니다. 출발했던 위치로 돌아왔을 때, 그 과정을 기억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기억은 양자역학적 파동함수의 위상에 나타나며 이를 기하학적 위상이라 하여 내면 속의 깊은 영혼의 울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태풍의 눈을 떠 각자의 파동을 일으킵시다. 물수제비를 날려봅시다. 검지와 엄지로 계란을 잡고 자세를 낮추어 건너편을 향해 비스듬히 돌리면서 던져보는 겁니다. 하나, 둘, 셋!


이미지출처 : google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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