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투(1)

10] 오류회로

by 언데드

"사장 계시오?"


정말 귀찮다. 장사하는 날도 아닌데 대체 왜 찾아온 것이야. 그는 트럭을 끌고 시동을 끄지 않은 채 가게 앞으로 왔다. 늘 있는 일이지만 오늘 만큼은 좋은 소리를 할 수 없겠다. 옆엔 세 개의 박스가 있었는데 안이 보일 듯 말 듯했다. 덥수룩한 수염으로 씩 웃는 망할 저 표정을 보면 나쁜 단어가 나쁜 문장으로 조합되다가도 이내 삼키게 되어버린다. 웃는 얼굴에 누가 침 뱉으랴. 조금 놀랐지만 나는 목을 가다듬고 대충 옷걸이에 걸친 모자를 눌러써 가게 문을 열었다.


"오늘도 오셨네?"

"아, 예. 고기 시키셨죠?"

".... 저 혹시 문구는 보셨나요?"


나는 가게 미닫이문에 붙은 문구를 최고를 알리는 손으로 가리켰다.


"휴무인가요? 이상하네. 발주를 잘 못 넣었나?"

"예, 예. 오늘 휴문데요."


"아, 잠시만요. 내 잠시 전화 좀 하고 올게, 응?"


그는 박스에 한쪽 손을 올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고함을 치며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전달에 문제가 있었나. 그나저나 이번에 가게에 입고된 고기가 매우 신선하다. 문틈으로 비린내가 덜 나는 걸 보니 핏물을 잘 빼서 온 모양이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점장이 일을 나오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그는 평소에 유순하므로 오늘같이 한적한 날에는 장사를 해도 될 것이다. 나중에 왜 이런 날 나왔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 그 생각부터 해야겠다. 아차, 저 고기 다시 들고 가려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 덕지머리부터 어떻게 해야겠는데.

부스스한 몸을 이끌고 비좁은 창고에 어깨를 들이 밀었다. 지저분한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이 마치 멋대로 재롱을 부린 것 같았다. 이것도 의지가 있는 건가? 역시 귀찮다. 관리를 한다는 것은.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이 양반아, 장사 안 한다니까는."


냉장고에 가려진 창고에 있다 보니 도어록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떡진 머리를 여차저차 정리해 놓고 창고 문을 닫았다. 이 시간에 가게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아따,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것이냐."

"아! 사장님. 발주를 잘 못 넣었나 봐요. 전화한다고 십 분째 저러던데요."

"흠흠. 그러냐, 별일 없으면 가게 돌려놓고 난 이만 가 볼게."


피곤하신가. 사장님이 웬 일로 별 말이 없으시다. 때를 빌려 덕담이나 뱉어볼까.


"그러세요. 그나저나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어제 비 왔잖냐. 비가 왔음 날이 개어야지. 그래야 봉급도 올려주고 말이야."


그놈의 빌어먹을 돈 얘기. 돈 비나 억수로 내렸으면 여한이 없겠네.


"장사가 되든 안 되는 해 봐야지, 이 친구야. 오늘 일수는 계좌로 쏠 테니깐 걱정 말거라."

"예, 열심히 해야죠, 뭐."


대화의 흐름이 탄산 빠진 사이다 같았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아무튼 이렇게 쉬는 날에 장사를 한다니 귀여운 월급에 약소한 보탬이나마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효모처럼 부푼다면 하고 싶은 공부를 매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매일 해 먹을 것이다. 삶이 풍요로워져 아웃풋이 보다 아름다워질 것이다. 배배 꼬인 내장의 구슬픈 소리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장이 가게를 나온 뒤로 상황은 다시 출근할 때와 똑같아졌다. 단 한 가지 말고는. 우리 가게는 삼십 대 아낙네 두 명이 함께 일한다. 그들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 뭐, 당연히 출근하지 않을 테지. 그러나 나는 왜 여기에. 한심하다. 지금의 이 기분. 비굴한 사내의 같잖은 의심이다. 손님이 오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짓는 의심. 그러다 문득 현관문을 마주 보는 간판에 눈길이 가고 말았다.


'그대의 의심은 곧 현실이 된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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