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해진 단골손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약국을 하며 가장 걱정되는 순간은,
단골손님이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오실 때가 되었는데, 그 시기가 훌쩍 지나도록
발걸음이 닿지 않는 고령의 환자분이 계시면
괜히 마음이 쓰이고, 자꾸 걱정이 됩니다.
오늘, 그런 걱정이 가시지 않던 환자분 중 한 분이
오랜만에 약국을 찾아오셨습니다.
단골 약국 챙겨주신다고
멀리 떨어진 대학병원 처방전을 들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못 본 사이 많이 수척해지셨더군요.
영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심한 폐렴으로 몇 달을 고생하신 뒤
후유증 때문인지 입맛이 없다고 하셨고,
위장 상태도 많이 나빠져서
물만 마셔도 곧장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그냥 내일 고통 없이 조용히 갔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저에게는 그저 흘러갈 오늘과 내일이,
그분에게는 어쩌면
삶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끝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몇십 년 후, 저도 제 삶의 마지막 장에 도착하겠지요.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어떤 한 줄 평을 남기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