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약국을 열고, 처음 사람을 배웠습니다

졸업 후 개국 1년, 이 작은 약국에서 배운 것들

by 도민하

약사가 자기 약국을 차리는 것을 ‘개국한다’고 합니다.

‘개원’, ‘개업’처럼, 약국을 연다는 의미죠.


저는 졸업하자마자, 개국부터 해버렸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집에 빚이 있는 상황이라

근무약사로 일해봤자 월급의 대부분이

빚 갚는 데 쓰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숨만 쉬어도 몇 백만 원씩 나가야 하는 상황.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개국을 선택했습니다.


다행히 완전히 새로 시작한 건 아니었고,

기존에 운영되던 약국을 인수한 케이스라

가족의 빚도 갚고,

제게도 약간의 숨 쉴 틈이 생겼습니다.


이제 약국을 연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단골 손님들의 얼굴과 이름도

제법 익숙하게 떠오릅니다.

이제야 이 공간과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아요.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사람들이 조금 무섭기까지 했어요.

내가 제대로 약을 주고 있는 건지,

혹시나 실수하는 건 아닐지 걱정도 많았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매번 정해진 시기에 오시는

장기 환자분의 스케줄을 미리 떠올려

약을 미리 준비해두면,

“전에 없다고 하더니 이번엔 있네?”

하며 바로 받아가실 때,

그 한마디에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요.


그리고 대체로 약국에 오시는 분들이

참 따뜻하고 좋은 분이 많습니다.

더운 여름엔 "고생한다"며 커피를 건네주시는 분,

가을이면 연시 잘 익었다며 하나 주시는 분,

겨울이면 붕어빵 한 봉지를 쥐여주시며

“하나 먹어요” 하시는 분들.

그리고 복약지도를 마친 뒤

“행복하고 멋진 하루 되세요”

말씀해주시는 분들까지.


그렇게 사람들에게

많이 배웁니다.

많이 위로받습니다.


이 공간과 언제까지

인연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따뜻함 속에서

조금은 마음 놓고,

조금은 평온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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