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작별법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by 도민하

저는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교도 집에서 멀리 떨어져 다녔습니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요.

지금 서른이니까.. 전 생애의 절반 정도만

가족 곁에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께서는 따로 말은 없으셨지만,

내심 저와 오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셨던 모양입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뿔뿔이 흩어져 살았는데,

그로부터 4년 쯤 지나니

어머니께서는 다시 엄마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4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입니다.

그리 오래된 공백 같지는 않았지만

떨어져 살다 다시 함께 살려니

서로 조금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같이 살게 된 지 이제 2년 정도.


처음 함께 살 때는

제가 먹고 싶은 것을 말하기만 하면

뚝딱 뚝딱 만들어주시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제가 잘 먹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늘 웃으셨습니다.


자취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누군가의 손길이 깃든 반듯한 옷감.

그 옷을 입을 때마다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매일 눈 뜨면 옆에 계시고

일할 때 빼고는 늘 함께하니

이 생활이 천년만년 계속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조금씩

저와의 작별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이제는 그저 해주시기만 하지 않고,

이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빨래는 옷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하는지

하나씩 알려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꼭 덧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없어도 네가 맛있게 먹어야 하니까.”

“내가 없어도 네가 할 수 있어야 하니까.”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자식이 놀라지 않도록

당신의 부재를 준비하게 하는 것.

그게 우리 어머니,

그녀의 작별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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