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기에, 조금은 더 따뜻하게
저희 약국 맞은 편에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습니다.
식사 후 기분 전환에는 달달한 음료가 제격이죠.
그날따라 디저트도 먹고 싶어서
달달한 음료 두 잔과 디저트 하나를 주문했어요.
무척 더운 날이라 그런지
매장 안에 손님이 아주 많았습니다.
손님들의 말소리와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매장 안이 정신 없었습니다.
매장 안의 크루(crew)들도
이리 저리 동분서주 하더군요.
그렇게 한 십 몇 분 정도 지났을까요?
드디어 제 차례가 왔습니다.
그런데 크루들이 너무 바빴나봐요.
제가 기록해뒀던 요청사항은
전부 미비되어 있고
메뉴 하나는 아예 잘못 나왔더군요.
그래서 주문서 다시 한 번 확인요청드리고
몇 분을 더 기다렸습니다.
음료는 제대로 나왔는데
디저트가 미비되어 있었습니다.
약국을 하지 않았더라면
화가 많이 났으려나요.
저는 그때 약국을 처음 인수해서
어리버리하던 시절,
커피 매장의 크루들처럼
실수를 연발했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아무것도 손에 익지 않아서
하나하나 천천히 해야하는 그런 시기였는데,
하필이면 그날 손님이 아주 많이 몰렸어요.
처방전을 입력하고 전자동기기(ATC)로
조제 내역을 보낼 때,
각자 약을 드시는 루틴에 맞게 수정해서 보내야 되는데,
그때는 너무 긴장해서 그럴 여유가 없어서
저녁에 드시게 인쇄해야 하는데
아침에 드시게 인쇄가 되었어요.
그런데다가 어떤 분 약은
알약이 너무 커서
전자동기기에서 내려와서 포장될 때
알약이 걸려서 전자동기기가 멈춰있기도 했고요.
그런데 사람은 계속 밀려와서
정말 울고 싶은 지경이었죠.
그때 조제가 오래 걸리고
인쇄가 잘못되기도 했는데,
"아, 인쇄가 잘못 되었구나. 내일 다시 올게요."
"선생님이 처음 일하시는 거라 오래 걸렸구나. 다음엔 잘 하세요."
"괜찮아요. 뒤에 일 없어서 기다려도 괜찮아요."
실수 투성이였던 초보 약사를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기꺼이 격려해주셨던 그날이
정말 너무도 감사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서
실수를 연발하는 크루들에게
볼멘소리를 하지 못하겠더군요.
제가 그때 손님들에게 받았던
관용을 생각하면서,
음료와 디저트를 들고 매장을 나왔습니다.
누군가의 서툶 앞에서
좀 더 너그러울 수 있었던 것은
저 역시 서툴렀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저를 이해해준 따뜻한 시선과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해요.
실수를 탓하기보다, 그 위에 작은 격려를 얹어주는 사람이요.
매끄럽지 않은 순간에도
따뜻한 눈빛을 건네는 일.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깊은 위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