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존기(10) 시험의 숲에서 길을 찾다

도피와 좌절 끝에, 약대로 향한 발걸음

by 도민하

저는 그닥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취업까지 완벽하게 현역으로 들어가려면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위한 커리어를 쌓아갔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 때의 저는 안일했고,

각종 합리화를 하며 대학원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도피성 대학원 진학인 거겠죠.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았고,

고등학생 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채

학점 관리에만 온 신경을 쏟았습니다.


그래서 학점은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활동이 아예 없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이 되어 대학원에 진학하는 건

저와 맞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고

부랴부랴 취업 시장의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아무런 경력도, 아무런 능력도 없기 때문에

대기업은 고사하고 중견기업도

받아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방향이 '학점 잘 받기'에만 집중되었기 때문에

나머지 영역에서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게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인턴쉽 지원하는 것마다 족족 떨어졌습니다.

서류조차 통과되지 못한 게 대다수였습니다.


그래서 취업을 하는 게 맞는지,

다른 시험을 봐야 할지 고민을 했고,

일단 시험 볼 수 있는대로 다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맨 먼저 준비해본 시험은

5급 공무원 시험이었습니다.

2-3달 남짓한 시간 준비했으나

저의 노력의 방향이 잘못된 것인지

1차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 다음 기웃거린 시험이 공인회계사 시험이었습니다.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서 범용 공인인증서를 결제하고

책도 구입하고 나름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공부하다가 대차대조표 작성부터 막혀서

이 길이 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시험을 알아보았고,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보게 됩니다.


PEET는 수능 같은 개념이었습니다.

점수가 나오면 가군, 나군에 각각 지원하고

서류 전형, 면접 전형을 통과해서

원하는 약학대학에 합격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첫번째로 응시했던 PEET에서는

점수가 엉망으로 나왔습니다.

어느 대학교에도 지원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왜 점수가 엉망이었는지 혼자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게임하던 어느 날,

게임을 좀 더 잘하기 위해서

잘하는 사람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제 점수가 엉망이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PEET 시험을 준비하면서

지나치게 개념 공부에만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문제 풀이에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

문제 풀이는 잘하는 사람의 풀이 방식을 보면서

벤치마킹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

첫번째 시험의 패착 원인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PEET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개념 공부 시간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시간은 문제 풀이하는데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문제 풀이 강좌 중 평이 좋은 강의를 골라서

계속 보면서 풀이 방식을 익혀나갔습니다.




그 방식이 통했던 것인지

두번째 PEET 시험에서는

입시를 시도해볼 수는 있는 점수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해 운이 좋게도

마침 E 학교에서 입학 전형을 바꾸어서

전적 대학교 학점에 가중치를 많이 두고

PEET 점수에 가중치를 적게 두었습니다.


왠지 이번에는 결과가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토익(TOEIC) 점수를 만들기 위해서

토익학원 매일반을 등록했습니다.


자기소개서에도 공을 들이고 싶었고

지원 기간 한달 전부터

자기소개서 초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것만 지나면 다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토익 점수도 만들고 자기소개서도 작성하고

대학교 중간고사도 앞두고 있어서

심신이 지쳐있던 토요일이었습니다.

잠깐 눈만 붙이고 다시 공부하려고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습니다.


그때 전화 한 통을 잠결에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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