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질 듯 버티며, 수능 이후를 기다리던 시간
드디어 입시 던전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8월은 대학교 수시 모집 요강에 맞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바빴습니다.
수시 모집에서는 최대 6개의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6개 꽉꽉 채워서 지원했는데,
저는 두 곳만 지원하려고 했습니다.
소위 명문대로 알려진 SKY 중 S와
대전에 있는 K 기술대학교였습니다.
6개 꽉꽉 채워서 지원해도 되었겠지만,
그 당시 저는 좀 더 절박하게
입시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정말 가고 싶은 학교라고 생각한
두 곳에만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음.. 지금 같으면 모든 학교에 다 써볼 것 같습니다만
그때는 무슨 객기가 있었던 건지..
한참 수시 원서 접수로 바쁜 9월 어느 날,
복도에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얘기를 했는데,
SKY 중 K 학교에 수시 원서를 낸다는 겁니다.
아 그러냐, 건투를 빈다며
자리를 뜨려는 찰나,
그 친구가 '너도 거기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냐'라고
제안을 하더군요.
친구랑 같은 대학교 가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K 학교에 대해서 좋은 인상도 가지고 있었으니
밑져야 본전이니까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날이 K 학교 지원 마감 4일 전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자기소개서를 마무리하고
모든 수시 전형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서류 전형 합격 여부와
수능 최저 등급 만족 여부만 남았습니다.
9월 모의고사는 그동안 봐왔던 모의고사보다
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10월 모의고사를 하루 앞둔 날 새벽에
난소에 혹이 커져 주변 장기와 엉키는 바람에
극심한 복통이 발생했습니다.
새벽 1시에 응급실로 갔고,
다행히 복통이 잦아들어서
그날 바로 퇴원했습니다.
가족들이 혼비백산하여
그 새벽에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학교로 달려오셨고
저는 그 길로 기숙사를 나와서
수능 시험 날까지 집에서 요양 겸 공부를 했습니다.
마지막 한 달 남짓, 집은 제 작은 요새이자
시험장으로 향하는 대기실이 되었습니다.
수능 날은 무척 추웠습니다.
안 그래도 긴장되어서 더 떨리는데
날씨까지 엄청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는 게 느껴졌고
아니나 다를까, 1교시인 국어 시험부터
집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모의고사를 볼 때와 비교해서
느낌이 좋지 않았고,
그 찝찝함은 하루 종일 지속되었습니다.
가족들은 풀이 죽은 저를 보고
고생했다며 격려해 주었고,
잘못 봐도 괜찮다며,
정말 너무 못 봤으면
내년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눈물이 핑 돌더군요.
저는 문제 푸느라 바빴기 때문에
가채점을 하지 못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가채점 점수를 알려달라고 하셨지만
가채점을 못했다며,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2월 초가 되었고
수능 점수가 나왔습니다!
과학 탐구영역이 아주 어렵게 나왔는데
거기서 다행히 1등급이 나와서
가까스로 수능 최저 등급을 맞췄습니다.
이제 수시 전형의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만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