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마음의 속도를 바꿔줄 때
예전에는 이런 계절이 마냥 좋기만 했습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노래를 듣거나,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죠.
그런데 요즘은 문득,
'이 계절을 온전히 느낀 게 언제였더라?'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쁘게 일하고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다 보니
계절의 변화를 놓치고 살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날 문득,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때,
그제야 깨닫습니다.
가을이 왔다는 걸 말이죠.
가을은 참 묘한 계절입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아예 완전히 놓아버리기에는 좀 아쉽죠.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자꾸만 서글프게 하는가 봅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은 그 서글픔이 좋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마음을 잠시라도 늦출 수 있는 계절이니까요.
가을의 느린 리듬 속에서는
조금 미뤄도 괜찮고, 잠깐 쉬어도 괜찮습니다.
그 느릿한 틈 사이에서,
그동안 놓치고 지나쳤던 마음의 조각들이 보입니다.
오늘은 괜히 천천히 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익숙한 거리도, 늘 마시던 차 한 잔도
이 계절 속에서는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