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무너진 자리에서, 나는 오늘도 사람을 배운다

감정의 똥 무더기 속에서도 버텨야 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

by 도민하

약국을 하다 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며칠 전엔 유튜브에서 ‘약사 꿈나무를 짓밟는 사람들’이라는 영상을 봤는데,

그게 남의 일이 아니더군요.

하루에도 몇 번씩,

비슷한 장면이 제 앞에서 펼쳐지니까요.


이번 주는 유난히 거칠었습니다.

월요일부터 마치 감정의 폭탄이 투하된 것처럼

예의 없는 말투, 억지, 짜증이 잇따랐습니다.


박카스 한 박스 가격이 천 원 비싸다는 이유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시는 여기 안 온다”며 화를 내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결제 후 다시 와서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약사라면 다 아실 거예요.

이런 일,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긴다는 걸요.


“그 약 그냥 좀 주세요. 돈은 드릴게요.”

“처방전 있어야 드릴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까다로워요. 그냥 주세요.”


법을 지키면 불친절한 사람이 되는

이상한 세상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어떤 약이 비싸다며 히익 소리를 내고

“며칠 전에 3500원에 샀어요. 제가 거짓말 하겠어요?”

하고 나가버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도매가보다 싼 그 가격이

진심으로 궁금할 따름이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낍니다.

이 사회에는,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그대로 타인에게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요.

그게 무의식적인 폭력임을 모른 채 말이죠.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진짜 사업가는 똥무더기에 꽂힌 만 원짜리를

집어 들고 버스를 탈 수 있는 사람이다.”


요즘 그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나는 왜 그 똥무더기에 스스로 들어왔을까.

이렇게까지 냄새 나고,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던 걸까.


그런데도 여전히 문을 엽니다.

이상하게도, 그 모든 일 사이사이에서

조용히 웃으며 “감사합니다”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아직은 세상이 완전히 상식 상실은 아니구나,

그 마음 하나로 또 하루를 버팁니다.


내일도 문을 열 겁니다.

아직은, 사람을 믿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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