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늦게 도착한 마음에 대하여
김동률의 '답장'이라는 곡의 가사처럼
저는 좀 많이 느려서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성시경님의 일본 활약상에
뒤늦게 빠져서 하루 종일 노래만 듣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일본 밴드
Back number - Heroine 이라는 노래에 빠져서
성시경님의 Ai 커버 버전과
원곡을 번갈아가면서
멍하게 노래만 몇 시간씩 듣고 있어요.
근데 사실 저는 Back number 라는 가수를 이미 알고 있었어요.
이전에 만났던 친구가 그 사람의 팬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알려주었던 노래가
Back number - Takaneno hanakosan 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는 J-pop 에 큰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의 세계를 탐방한다는 느낌으로 그 노래를 듣곤 했었어요.
J-pop 은 이런 느낌이구나.
얘는 이런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는구나.
솔직히 한국의 노래방에서 일본곡을 부르기는 쉽지 않죠.
그렇지만 그와 노래방을 가면 그는 꼭 그 가수의 노래를 부르곤 했어요.
그래서 정말 그 가수의 노래를 좋아하고 있구나 했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그는
그당시의 제가 원하는 사랑을 주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만나면서도 항상
'얘는 내가 좋은걸까? 날 왜 만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너는 내가 좋은 게 맞아?" 라고 물어보면
"좋으니까 만나는 거야" 라는 기계 같은 답변을 늘어놓기 일쑤였습니다.
사랑은 주고 받는 거긴 하지만
그걸 인식하지 못하면 주는 사랑만 있고
받는 사랑은 없는 슬픈 일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가 제 삶에서
이미 오래전에 과거의 사람이 된 지금에서야
Back number - Heroine을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취향을
나에게 들려주고, 함께 듣고, 함께 부르려 했던 것.
어쩌면 그것이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사랑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그땐 왜 몰랐을까요.
사랑은 꼭 말로 설명되어야만
사랑이 되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저는 좀 느린 사람이라서
유행도 한 박자 늦게 따라가고,
그때의 소중했던 마음도
너무 늦게.. 알아버렸네요.
분명 그 당시에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 그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시선으로 돌아보니
그 사람 자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만큼
성숙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끝내 같은 궤도를 돌지 못하고
각자의 우주를 걷게 된 건.
이제 와서야 알 것 같습니다.
사랑이 끝난 이유는
누군가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었다는 것을요.
늦게 깨달았지만,
그 또한 제 몫의 배움이었겠지요.
저는 여전히 조금 느린 사람이고,
그래서 이렇게 뒤늦게라도
마음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