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사랑한다는 것
사주팔자(四柱八字)를 아시나요.
사람이 태어난 해와 달, 날과 시를 네 개의 기둥으로 삼아
천간과 지지, 여덟 글자로 풀어내는 삶의 지도 같은 것 말이에요.
한 사람의 미래를 정확히 예언해주지는 못해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지,
어디에서 힘이 세고 어디에서 조금 느릴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참고서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제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유난히 궁금한 아이였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도 늘 알고 싶었고요.
그래서 사주팔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주 앱을 여러 개 깔아 같은 팔자를 서로 비교해보고,
십성이니 신살이니 하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며
마치 제 삶을 해부하듯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어쩌면 그건
‘미리 알고 대비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노래 학원을 등록하면서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주도 있을까?’
그래서 유명 가수들의 사주를 참고해보았습니다.
아주 많은 사례를 본 건 아니지만,
금(金) 기운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소리가 시원하고 카랑카랑했고,
목(木) 기운이 많은 사람들은
감정선이 살아 있는 보컬이 많았습니다.
그걸 보며 자연스럽게
제 사주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금 기운은 거의 없고,
대신 목 기운이 있는 편이더군요.
그러니 귀를 단번에 사로잡는 고음형 보컬은 아닐 수 있어도,
감정을 담아 이야기를 건네는 노래는
제 방식으로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잘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노래’를 찾는 일이었겠지요.
어렸을 때, 그리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노래를 잘한다’는 말의 의미를
‘고음을 잘 낸다’로만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고음이 강한 보컬을 들을 때마다
왜 나는 저렇게 못할까,
역시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하며
비교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제가 잘할 수 없는 건 ‘실패’가 아니라
그냥 제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받아들이게 된 거죠.
그래서 요즘은
“왜 나는 저 사람처럼 안 되지?” 대신
“저건 저 사람의 세계고,
나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면 되지.”
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될 수 없는 누군가를 억지로 따라가느라
나를 소진시키기보다는,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빛나는 지점을
조금씩 키워가고 싶어졌습니다.
이 생각을 삶 전체로 넓혀보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부러워하며
내 인생을 비하할 필요도 없겠지요.
나에게는 내 삶이
가장 잘 어울리고,
가장 오래 함께 가야 할 인생이니까요.
아모르 파티.
이제야 이 말의 뜻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삶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이 인생을,
이 속도와 이 결을 가진 나를
기꺼이 사랑하는 것이라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