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으로 떠난 공항 여행

삶을 가볍게 대하는 연습

by 도민하

며칠 전 카드사 혜택을 둘러보다가

제 흥미를 자극하는 문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인천/김포공항 제휴 가맹점

아메리카노 1잔 무료 쿠폰


처음엔 코웃음을 쳤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때문에 인천공항을 간다고?”

계산이 전혀 맞지 않는 선택 같았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계산이 맞지 않는 선택’이

오히려 재미있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때문에

인천공항을 가보는 사람.


왠지 좀 가볍고,

왠지 좀 귀엽지 않나요?


그래서 가족들에게 슬쩍 이야기해봤습니다.


“이거 쓰러 인천공항 갈까?”


의외로 다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커피 한 잔 쿠폰을 핑계로

인천공항에 나들이를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태어나서

인천공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그 넓은 공간과 환한 조명,

캐리어를 끌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출국장 특유의 설렘 같은 공기가

괜히 제 마음까지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제2터미널은

가족들도 모두 처음이라

우리는 여행객도 아니면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처럼 괜히 신이 나 있었습니다.


그날의 기분이 유난히 좋았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여행’이라는 것을

거창하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비행기 티켓도,

호텔 예약도,

완벽한 일정도 없이.


그저 “커피 한 잔 마시러 갈까?”

그 한 문장으로 충분했던 하루.




생각해보니 저는 늘

삶을 너무 무겁게 대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이게 효율적인가?”

“이게 미래에 도움이 되는가?”

“지금 꼭 필요한가?”

라는 질문부터 던졌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쓸데없어 보이는 선택들은

늘 뒤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그날 깨달았습니다.


쓸데없어 보이는 선택이

오히려 나를 살게 하는 선택일 수도 있다는 걸.


아메리카노 한 잔이

인생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그 한 잔 때문에 웃으며 나선 하루는

분명 제 삶의 결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어쩌면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모든 걸 계획하고,

모든 걸 계산하고,

모든 걸 책임지려 애쓰기보다,


가끔은

“그냥 해볼까?”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게 삶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드는 힘 아닐까요.


앞으로는

계산이 완벽하게 맞지 않아도

마음이 조금 설레면

그쪽으로 한 발짝 가보려고요.


아메리카노 한 잔 정도의 이유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덜 심각하게.


그래야

이 긴 인생을

끝까지 즐기며 걸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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