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생을 알아주는 사람들

오늘도 일하러 나갈 수 있는 이유

by 도민하

요즘 시국도 어수선하고

실물 경기도 너무 좋지 않아서

사실은 매일 아침 출근하러 가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내가 굳이 일하지 않아도

돈이 저절로 벌린다면

금방이라도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별 수 있나요.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약국 문을 열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단골 손님 한 분이 오셨습니다.

다른 곳에서 처방을 받으셔도

항상 저희 약국에 가져다주시는

'찐' 단골 손님이십니다.


오늘은 처방전이 아니라

피로회복제를 사러 오셨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를 조금은 측은하게 보셨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자영업이라 참 힘드시죠?

아직 결혼 안 하셨으면

빨리 그만두고 직장 들어가요.

내가 자영업 30년째예요.

나는 자영업은 정말 반대야.”


알고 보니 그 손님은

대단지 아파트 안에서

작은 슈퍼를 30년 동안 운영해 오신 분이었습니다.


당신께서도 사람에게 치이고,

별의별 일을 다 겪으셨다며

사람 상대하는 일,

손님 기다리는 일,

장사라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저의 고생과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습니다.


약국이라는 곳이

다른 자영업에 비해

조금 덜 험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무례한 사람은

어디를 가든 무례하고,

사람 상대하는 일은

결국 사람에게 상처받기도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정말 스트레스도 많고

마음이 힘든 날도 꽤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제 고생과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별것 아닌 말 한마디라도

진심으로 건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람을 만나고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사람에게 이해받는 순간들 때문에

오늘도 다시 일터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다 보면

일이 힘든 날도 있고

사람 때문에 힘든 날도 있지만,

가끔은 사람 때문에

다시 힘을 내는 날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약국 문을 엽니다.






제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브런치 구독으로 계속 만나주세요.

저는 오늘도 글을 씁니다.

작가의 이전글우리는 각자의 계절에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