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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Nov 15. 2021

무함마드가 되지 않기 위한 폴의 여정

영화 듄(2021) 리뷰


인류는 문명이 시작된 이래 다양한 사건을 겪어왔습니다. 각종 고난을 겪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고, 종교적 차원의 영웅이 탄생하기도했죠. 이러한 시기를 겪으며 인류는 발전해왔다고 여겨져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 대해 이 영화가 묻습니다.


수많은 기적을 겪으며 인간은 본질적으로 변화하였는가?


영화 듄은 먼 미래의 인류 역시 현재, 그리고 과거 인류와 같은 이유로 갈등을 일으키는 등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하죠.

영화 <듄(2021)>은 전형적인 메시아적 구성을 지니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이 영화는 신격화될 수 있는 초인적 인물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정치적, 종교적 분쟁에 관하여 다루며 그들의 출현이 불러올 재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글래스>가 생각나는 대목이네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게 될 초인적 인물의 이야기 영화 듄 리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장점은 1. 장엄한 연출, 2. 익숙한듯 색다른 메시지입니다.

또한 다소 아쉬운 점은 1. 각본상의 문제, 2. 명작으로 가기에는 모호함을 꼽고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1. 장엄한 연출

 저는 드니 빌뇌브 감독을 좋아합니다. <컨택트>도 굉장히 재밌게 보았고, <블레이드러너 2049>는 제 기준 2010년대 최고의 SF영화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감독의 연출 특징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굉장히 관조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정적이고 차분하며 카메라 움직임과 등장인물의 움직임은 정직합니다. 긴박감과 경쾌함은 다소 떨어지고, 지루하다는 평을 듣기 쉬운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장엄하고 웅장하며, 관객이 극 중 관찰자로 존재하는 느낌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는 특히 상업적 성공이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걸맞지 않는 구성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출방식은 듄에서 역시 같았습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하코넨 가문 사이의 대규모 전투나 꿈속에서의 소규모 전투, 인부 구출시나 사막을 떠도는 장면 모두 정직한 촬영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클로즈업을 사용할 때에도 굉장히 천천히 다가가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이는 오히려 관객으로하여금 전 우주의 운명이 갈릴 사태를 목도하는 관찰자의 입장이 된듯한 느낌을 부여했습니다.


미장센에 목숨거는 감독의 특성상 이 영화는 굉장히 멋진 장면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연회식 장면이나 제국 측 열병식 장면은 비장하고 장엄하면서도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중심부로부터 인물들을 V자 형태로 구성함으로서 전반적인 시야를 레토 공작에게 집중하게 만듦과 더불어 화면의 구석으로 갈수록 블러효과로 흐릿해지는 촬영방식은 이 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가운데에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알려줍니다.

 

<듄(2021)>에서는 제국의 황제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감이 느껴졌던 이유에는 한스 짐머의 곡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곡은 등장한 적 없는 황제의 위엄을 드러내는 등 훌륭했습니다.


또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아라키스 도착을 알리는 백파이프 소리나 폴이 모래벌레에게서 쫓기는 시점에서 들려오는 북소리 역시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2. 익숙한 듯 색다른 전개와 메시지


이 영화는 얼핏보면 평범한 메시아의 탄생기처럼 보이곤 합니다.


비범한 능력의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 종교적, 정치적 영웅이 되어 자신의 소망을 이루고 유토피아를 만드는 전형적인 메시아 이야기와 그 골자가 비슷하죠.


그러나 이 영화는 기타 메시아 탄생기와는 하고자하는 말이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우선 메시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부터 차이점이 존재하죠. 기존의 영웅담이 메시아의 등장을 축복 또는 기적으로 묘사하는 반면에 이 영화는 그 등장을 종교 전쟁이라는 재앙의 시초로 봅니다.


이 영화는 인간이 몇만년이 흐른 미래에도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극을 진행합니다. 덕망과 능력을 가진 인물(레토)이 등장하더라도, 지도자(황제)는 그를 질투하고 시기하여 그를 끌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타인(프레멘)을 이해는 커녕 알아보고자 하지도 않는 인물들(하코넨)도 존재하죠.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에서 벌을 받는 모습으로 묘사된 무함마드

기적은 세상을 바꿀 힘이 될 수 있지만 인간이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인물이 종교적 영웅이 되는 상황은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이 영화는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표적인 예시가 우리가 이슬람의 창시자로 잘 알고 있는 무함마드입니다.


그는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만들어 종교적 영웅으로 거듭났으나, 그의 뜻은 변질되어갔고, 그의 이름만 유령처럼 남아 수많은 참상을 낳았죠. 그는 결국 단테의 신곡에서 인간 사이의 불화의 씨를 뿌렸다는 죄목으로 지옥 제 8원에 갇힌 것으로 묘사되는 등 중세를 살아간 많은 이들로부터 원망을 산 인물입니다.

이처럼 폴은 자신이 또 다른 무함마드가 되고, 자신과 자신의 이름을 건 이들로 인해 대규모 종교전쟁이 일어나는 미래를 보고 그를 경계합니다.


그러나 폴은 자신이 보았던 미래(자신이 자미스에게 죽는 미래, 자미스가 살아있는 미래)와 다른 현재를 만들어가며 극을 마무리짓습니다. 자신이 본 끔찍한 미래가 아닌, 긍정적 미래를 만들어낼 능력을 보여준 것이지요.


종합적으로 <듄(2021)>은 시간은 진화도와 비슷한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과거는 이미 정해진 직선형에 가깝지만 미래는 방사형으로 뻗어나가기에 폴은 자신이 본 파편적인 미래가 아닌 이상적 미래를 만들어갈 인간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는 재앙을 만들만한 저주와 기적을 만들수 있는 축복이 동시에 있는 불완전한 능력이 있음을 자각하고 성장하는 영웅담이 바로 이 영화 <듄(2021)>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듄(2021)>은 좋은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했던 약간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겠습니다.


1. 각본상의 문제

저는 듄의 원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거의 무지한 수준이죠. 그런 저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불친절했습니다. 영화는 원작의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극중 보여주는 것을 바탕으로 모든 것이 이해가능하게 만들어야합니다.

듄은 정치극을 표방하는 SF극입니다. 정치극에서는 행동의 결과만큼 그 행동을 실행에 옮길 명분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쟁을 묘사할 때 "A국이 B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였다."는 것보다 명분을 부여한 "A국에서 보낸 사신을 B국에서 살해하여 A국이 B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였다." 와 같은 구조가 더 짜임새 있다는 것입니다.


원작에서는 다를 수 있으나 작중 제국군+하코넨 가문의 아라키스 침공에는 명분이 부족합니다.

듄 세계관에서 많은 대가문의 지지를 받는 아트레이데스가문을 공격하고 그들을 몰살시키면서도 그 후폭풍을 만들지 않을만한 명분에 관한 작중 묘사가 빈약했다는 점이 제 사견입니다.


또한 방대한 양의 분량을 줄이다보니 발생한 문제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듄(2021)>은 작중 사건의 마무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끊긴 느낌이 강합니다.


비교가 많이 되는 작품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의 경우에는 반지의 힘에 매료되어 이성을 잃을 뻔 했던 보르미르의 죽음과 원정대의 갈라짐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는 반지 파괴와 사우론 저지라는 작중 핵심 플롯 2가지의 시작점을 알리는 부분이자, 앞으로의 프로도와 샘의 행보를 부각시켜줄 훌륭한 장면으로 마무리 된 것이었죠.


하지만 이에 비해 듄은 반지의 제왕으로 따지면 모리아와 발록 씬 즉, 간달프의 리타이어에서 극이 끝난듯한 느낌을 줍니다. 간달프의 죽음 역시 작 중 중요한 장면이긴 하지만 영화의 마무리로 내놓기에는 아쉬운 느낌이 들듯이, 듄의 마무리 역시 그렇습니다.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미스의 죽음은 전체 이야기에서 중요한 변환점임은 분명하나, 하나의 완결성을 지닌 영화의 마무리로는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부분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2. 명작이라기에는 모호한 요소

<듄(2021)>은 2편이 기다려지게 하는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단편의 작품으로서 명작, 걸작으로 취급받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듄 파트2가 나오고,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로 이어진다면 달라질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하나의 완결된 컨텐츠로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앞서 장점으로 설명한 메시지적 측면도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여러 단서를 흩뿌려놓았을 뿐, 실제로 사태를 직면하며 겪을 주인공의 고뇌는 나타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좋게 말하면 메시지와 암시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망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죠.


시각적 연출과 같은 분야도 충분히 장점의 반열에 들어갈 만큼 좋은 점 투성이지만, 명작의 수준으로 눈을 올려서 "이 영화의 연출이 매드맥스, 블레이드러너 2049만큼의 파괴력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사막을 배경으로 하는 매드맥스의 경우보다 장엄함이라는 부분에서는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더라도, "듄에서의 사막과 매드맥스에서의 사막 중 어느 곳이 더 위험해보이고 혹독해보이는가?"라고 물어보면 전 매드맥스에서의 사막을 꼽겠습니다. 객관적인 지표는 듄에서의 사막이 더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연출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개봉한 듄은 충분히 좋은 수작의 범주에 드는 영화이지만 세기의 걸작까지는 무리라고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후속편 제작이 확정된 현재, 후속편 개봉 이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보면 더 좋은 평을 내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당장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듄 정도로 방대한 세계관의 작품은 비슷한 케이스의 <왕좌의 게임>처럼 차라리 HBO 맥스나 넷플릭스같은 곳에서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합적으로 <듄(2021)>은 출중한 능력을 지닌 개인이 일으킬 수 있는 기적을 동경함과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재앙에 대한 경계를 묘사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인 명작의 반열에 들기에는 아직 아쉽다는 것이지, 충분히 좋은 영화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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