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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Nov 19. 2021

자본에게 찬탈당한 현시대의 도덕성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리뷰

1. 개요

 우리는 21세기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유형의 자산에 가격표가 붙어있고, 무형의 자산에도 가격이 붙는 시대에 살고 있죠.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이 자본과 돈에 관련되어있기에 배금주의나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배금주의를 경계합니다. "나는 돈이 많으면 탐욕스럽게 살지 않을 거야. 돈은 일정 수준 이상을 지니면 행복과 연관이 없잖아."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런 우리에게 이 영화가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 돈 때문에 부패하지 않을 수 있나요?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장점은 1. 스피디한 연출, 2. 범죄 영화 장르의 전형을 살린 구조, 3. 메시지입니다. 또한 단점은 약간은 아쉬운 묘사입니다.


2-1. 스피디한 연출

칸예 웨스트의 노래 <Black Skinhead> , 이질적인 사운드와 빠른 템포, 묵직한 베이스 음이 인상적인 곡이다.


 이 영화의 예고편에는 칸예 웨스트의 앨범 Yeezus의 수록곡 Black Skinhead가 사용되었습니다. 초반부 빠른 드럼 비트와 약간은 뭉개진듯한 사운드의 조화, 그리고 듣는 이를 곡으로 끌어들이는 구성까지 해당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요. 이 곡은 정말이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게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이 영화의 연출은 시종일관 빠릅니다. 3시간에 달하는 영화임에도 지루함이 적은 요인이기도 하죠. 조던 벨포트가 페니 스탁을 팔기 전까지 와 모든 것이 끝난 직후를 제외하고는 정말이지 광란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스피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페라리의 색이 변하는 장면

 대표적인 예시가 초반부 조던 벨포트의 페라리 소개 장면인데요. 경쾌한 일렉기타 사운드와 함께 빨간 페라리가 지나가다가 자신의 차는 흰색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온 직후 바로 하얗게 변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정신나울 정도로 빠른 템포로 시각적 요소가 변화하는 이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약물 중독자가 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이 영화의 연출을 잘 묘사한 장면으로 이 영화는 스피디한 연출로 하여금 관객들이 정신 사납게 뒤틀린 등장인물들에게 이입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는 부정적 요인을 다룰 때에도 같은데요. [특정 인물이 어떻게 자살했다, 심장마비로 죽었다.]와 같은 소식을 전할 때도 인물의 대사나 내레이션으로만 전달합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우리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에 대해서 중요한 비중을 다루지 않는 이런 연출은 돈에 중독된 인물과 일반적 인물의 괴리감을 더욱 부가시켜줍니다.


2-2. 범죄 영화 장르의 전형을 살린 구조


  대부분의 범죄 영화는 주인공의 범죄 입문으로 시작하여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주인공이 파멸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습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상승과 하강의 교차로 인한 흥미 유발 방식이죠. 그만큼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중요한 장르인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톱클래스의 고점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굉장히 높은 곳에 올라갔다 지면으로 떨어지는 자이로드롭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영화의 고점들은 정말 흥겹기 그지없습니다. 사람들이 꽁꽁 숨겨놓지만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어두운 환상들을 당연하게 진행하고 상상도 못 할 일들을 벌이며 광기를 표출하죠. 왜소증에 걸린 사람을 과녁에 던진다거나 발가벗은 음악대가 사무실에 행진하고 스트리퍼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며 흥을 돋운다고 직원이 삭발을 하는 등, 기타 범죄 영화들이 관람등급을 맞추기 위해 포기했던 묘사들을 여담 없이 터뜨립니다.


 대부분의 범죄영화들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주인공의 성공을 보여주기 위해 이것저것 부연설명을 하며 안간힘을 쓴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 것이고, 들키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관한 사족을 계속해서 첨언하죠. 영화의 고점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지만 정작 고점을 높이는 데에는 큰 효과를 주지 못합니다. 이런 장치 대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죠. 주인공이 직접 잡설을 각설하고 그 이익의 액수를 밝히고 그 이후 벌이는 각종 기행들로 영화의 고점을 높입니다. 훨씬 직관적이고 효과적으로 와닿죠. 이처럼 이 영화는 흥을 제대로 돋우는 영화입니다.


2-3. 메시지


 이 영화 초반부의 조던 벨포트를 보면 우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평범하게 살면서 출근을 하고, 돈에 중독되어 기행을 벌이는 인물(매튜 맥커너히)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죠. 우리가 극의 중후반부의 조던 벨포트를 보며 하는 생각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왜 저러지"와 같은 생각을 그가 매튜를 보며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 직원들의 앞에서 같은 기행을 조던이 직접 저지르죠.


 돈이 사라진 결말부에 다다르면 조던 벨포트는 다시 결혼 관계를 유지하고, 교우관계를 다지고 싶어 하죠. 우리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돈을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중독물질이 문제인가 중독되는 사람이 문제인가"의 질문에서 전자가 문제라는 경향을 띄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많은 양의 돈은 많은 탐욕을 부르고 우리를 결국 파멸로 인도한다.] 이런 뻔한 내용을 말하며 결론을 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 견해는 이와 다릅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특징적인 카메라 앵글, 등장인물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조던 벨포트-관객]1 대 다수의 아이컨택을 유도합니다. 극 초반부터 자신의 마약을 설명하며 조던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이 모든 게 불법임을 말하면서도 조던이 카메라를 바라보죠. 그리고 극의 후반부로 가면 다수의 인물이 카메라를 웃으며 바라봅니다. 과연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1 대 다수의 아이컨택을 유도한 극의 특성상 카메라 쪽에는 조던 벨포트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보며 "내가 돈은 없지만 저 사람보다는 깨끗하지"라는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드러내고 있죠. 그 순간 영화는 우리의 마음을 후벼 파는 끔찍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들은 정말 조던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한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던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조던을 동경합니다. 범죄자인 조던이 강연에서 펜을 팔라고 지시하는 장면과 그것을 보러 온 수많은 인물들을 보여주며 이 영화는 끝이 납니다. 또한 유튜브에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치면 동기부여라는 말이 자동 완성되며 검색되는 영상은 조던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던과 비슷한 가치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길 돈이 부족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말 조던보다 깨끗한가?"라는 질문에 저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네요.


영화에서 양심을 상징하는 FBI 요원 덴햄의 마지막 장면만 봐도 그렇습니다. 덴햄은 조던의 매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고, 양심을 지킨 인물입니다. 그는 조던을 잡고자 하였고, 결국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 그의 마지막은 어땠나요? 치안이 안 좋은 지하철을 타며 맞은편에 있는 가난한 노부부를 바라봅니다. 결국 그는 그 노부부처럼 되겠죠. 양심을 지키고 올바르게 산 인물은 조던이 아닌 덴햄이지만 우리는 조던을 더 동경합니다. 슬프고도 아픈 사실이죠.


3. 단점-약간은 아쉬운 묘사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굉장히 좋은 영화이자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영화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런 범죄영화들이 조심해야 할 점 중 하나가 범죄를 관객들이 즐기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인데,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관객들이 범죄를 즐기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조던을 동경하는 것이겠죠. 영화라는 영향력을 가진 매체는 모방범죄의 위험성이 열린 매체이기에 이는 단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고점 묘사에 비해 저점 묘사는 아쉬웠습니다. 애초에 조던의 경우 실패가 크지 않고 다시 성공하는 인물이긴 하지만, 고점의 템포에 비해 저점의 묘사는 평범한 영화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작은 아쉬움이 들더군요.


 자본주의에서 돈이라는 신흥종교에 찬탈당한 인간 내면의 양심과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였습니다. 자극적인 묘사에 거부감이 있지 않으신 분이라면 누구나 봐도 좋을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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