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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Dec 13. 2021

아이언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1. 개요

 저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로 MCU 영화에 관한 관심도가 급락했습니다. 이번에 개봉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제외하고는 그간 나온 모든 MCU 영화의 개봉 일자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저는 <엔드게임>이 MCU 최고는 고사하고 어벤져스 시리즈 최고 작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최선의 마무리를 보여줬다고 생각했기에, 그 이후 작품들이 사족같다는 느낌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역시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잘 끝낸 시리즈에 생명을 불어넣을 작품까지는 아니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장점은 1. 전작에 비해 좋아진 시각효과, 2. 시리즈물로서의 연계성이고 아쉬운 점은 1. 다소 억지스러운 하이틴 요소, 2. 단독영화로서 아쉬운 캐릭터성을 꼽겠습니다.


2-1. 전작에 비해 좋아진 시각효과

 저는 개인적으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시리즈를 나쁘지 않게 본 사람입니다. 특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시각효과의 경우 현재까지 나온 슈퍼히어로 영화 중 탑클래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스파이더맨: 홈 커밍>은 미숙한 슈퍼히어로 묘사는 성공했을지언정 시각효과가 뛰어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사용하는 활공 액션도 잘 살리지 못했고, 방향성도 직선적이고 정직했습니다. 그렇지만 <파 프롬 홈>의 경우에는 액션과 시각효과의 발전이 눈에 띄었습니다.


 미스테리오와 함께 엘리멘탈들에게 맞서는 장면의 경우에도 미스테리오의 움직임이나 발사체, 액션의 합이나 CG의 퀄리티 모두 훌륭했으며, 미스테리오의 드론들을 요격하는 장면은 정말 좋았습니다. 본디 스파이더맨은 다대일 구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슈퍼히어로는 아닙니다. 보통의 공격들이 거미줄에서 비롯되기에 행동을 묶는 등 단일한 적과 싸우는데 특화된 능력에 가깝죠.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해당 장면에서 스파이더맨은 지형지물을 이용한 활공 액션을 통해 적을 요격합니다. 다리에서 거미줄을 통한 급격한 방향 전환을 통해 한번에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스파이더맨다운 방식이었습니다.


2-2. 시리즈물로서의 연계성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MCU의 인피니티 사가 마지막 영화로 <엔드게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언맨을 이어 차기 어벤져스의 리더격 인물로 부상할 스파이더맨의 바톤 터치와 같은 내용인데요. 메인 캐릭터 피터 파커부터, 조연인 해피 호건, 빌런들까지 모두 아이언맨과 연관이 있는 인물들인 사람들로 구성된 상황에서, 이 영화는 슈트를 만드는 장면을 포함한 오마주를 통해 스파이더맨에게서 아이언맨이 보이도록 의도하고 있습니다. MCU 팬들에게 낯선 캐릭터가 아닌, 토니가 아꼈던 인물이자 너무나도 친숙한 스파이더맨에게 리더 자리가 옮겨가는 듯한 묘사는 시리즈물로서 다음 챕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것과 같았습니다.

3-1. 다소 억지스러운 하이틴 요소

 MCU는 기존부터 슈퍼히어로 영화와 타 장르의 접목을 많이 시도하는 프랜차이즈였습니다. 슈퍼히어로와 정치극을 결합한 캡틴아메리카 시리즈나 스페이스 오페라와 결합한 가오갤 시리즈, 라이온킹이나 햄릿과 결합한 블랙팬서가 그 대표적인 예시죠. 스파이더맨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10대인 만큼 하이틴 무비와의 결합이 이루어졌습니다. 블립이 되지 않았다는 새로운 인물 브래드 데이비스와 피터파커, MJ 사이의 삼각관계를 통해 하이틴 무비적 요소를 첨가하려 했지만, 이 조합은 실패에 가까웠습니다.


 브래드 데이비스는 피터 파커의 로맨스적 라이벌 포지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브래드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비행기 씬을 제외하고는 MJ와 브래드 사이에서 로맨스적 기류가 거의 흐르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구애를 하는 캐릭터에 가까웠지만, 작중에서 대사를 통한 묘사를 제외하고는 브래드가 매력을 어필할 장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장르는 등장인물 뿐 아니라 관객들도 매혹할 정도의 매력을 흘려줘야지 극이 잘 살아납니다. <해리포터: 불의 잔>중 헤르미온느의 무도회 등장 씬같이 캐릭터의 매력을 흘려야하는데 브래드 데이비스에게 그런 장면은 없습니다. 종합적으로 브래드는 하이틴적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캐릭터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3-2. 단독영화로서 아쉬운 캐릭터성

 이 영화는 MCU에서 스파이더맨이 출연하는 5번째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스파이더맨의 캐릭터성은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언맨의 경우 5번째 작품까지의 캐릭터성 변화가 뚜렷합니다. 아이언맨은 자신감과 자만감이 가득한 개인주의적 인물로 시작하지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마치고 나서는 개인의 불완전함과 위험성을 자각하는 캐릭터로 변모하게 됩니다.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인간적 고뇌를 경험하고 변화를 이어가는 캐릭터였죠. 그에 반해 피터 파커는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줄곧 아이언맨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캐릭터에서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홈커밍>의 경우 아이언맨이 만든 슈트없이, 벌쳐를 해치우면서 토니가 없이도 본인이 히어로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파 프롬 홈>에서는 토니의 죽음 이후 토니가 없어도 본인이 그 빈자리를 메울 히어로이자 어벤져스의 일원이 될 수 있음을 말하죠. 본질적으로 두 영화에서 달라진 점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MCU의 장점 중 하나가 아이언맨이나 캡틴같은 주연급 인물들의 사상이 시간의 흐름과 경험에 의해 바뀌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잘 드러내는 시리즈가 바로 <캡틴아메리카 트릴로지>입니다. 스티브 로저스는 집단주의의 상징인 군대에 입대하는 캐릭터로 시작하여, 쉴드의 케이스를 통해 그릇된 집단 압력의 무서움을 겪은 후, 집단주의의 폐단을 지적하며 개인의 가능성을 믿는 인물로 변화합니다. 이처럼 입지전적이던 캡틴에 비해 피터의 캐릭터성은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4. 마무리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준수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무비이자, 나쁘지 않은 MCU 영화였습니다. 인피니티 사가의 엔딩으로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점도 있고, 캐릭터성도 캡틴이나 아이언맨에 비해 좀 떨어지지만 전작의 단점인 시각효과를 완전히 보완했다는 점이나, 피터가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는 캐릭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블록버스터 무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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