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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Dec 20. 2021

회한과 미련을 통해 빚어낸 치유의 거미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리뷰

1. 개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하 <파 프롬 홈>)리뷰에서도 말했듯이 저는 <엔드게임> 이후 MCU의 작품들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멋지게 끝낸 시리즈를 다시 일으켜 세울 원동력이 더 이상 마블에게 남아있는지에 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흥미가 떨어졌죠.


 그런 저조차도 오랜만에 MCU 영화의 개봉일을 기다리며 설렜던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입니다. MCU와 이전 스파이더맨 세계관의 크로스오버를 이룩해낸다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것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기에는 충분한 이유였죠. 그런 제 입장에서 <노 웨이 홈>은 충분히 훌륭한 팬 서비스를 갖춘 영화이자, 스파이더맨 영화 중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할 만큼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장점은 1. 오마주를 비롯한 팬 서비스, 2. 두번째 기회와 피터의 정신적 성장이라고 생각하고, 아쉬운 점은 1. 가시성, 2. 아쉬운 빌런 묘사라고 생각합니다.


2-1. 오마주를 비롯한 팬 서비스

 이 영화는 20년간 이어져온 스파이더맨 실사영화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헌정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부분들이 전작에서의 대사를 오마주하거나 전작을 본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죠.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서 MJ가 외치는 "Go get'em tiger."가 작중 고스란히 나온다거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피터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웬임을 깨닫고 그웬을 따라 런던에 가기로 마음을 먹은 후에 하는 대사인 "런던에도 범죄가 많잖아"를 변주한 "보스턴에도 범죄가 많잖아"와 같은 대사들은 전작을 본 관객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지만 그것을 신뢰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의 태도나, 신중하고 선한 성향의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특히나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이 세상에서 유이한 사람들임을 밝히는 장면에서 가족의 유언을 이어말하는 장면은 정말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죠. 토비가 MJ와의 관계를 말하는 장면이나 앤드류가 그웬을 잃은 상실감에 여전히 사로잡혀있는 모습은 불가능하겠지만 <스파이더맨4>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할 정도로 이 영화의 팬 서비스는 훌륭했습니다.


2-2. 두번째 기회와 피터의 정신적 성장

 이 영화의 메인 주제는 두번째 기회와 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기회라는 키워드는 인간의 선한 가능성을 믿는다는 점에서 <다크나이트>가 연상되는 대목이었고, 실제로 빌런이었던 이들의 처단 대신 교화를 주장하는 것이 본작에서의 중점적인 내용입니다. 인생의 과오를 바로잡고 새로운 삶으로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히어로의 의무이자 사명이라는 것이 이 영화의 메인 주제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빌런에 한해서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본작은 히어로들의 두번째 기회에 관해서도 말합니다. 그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을 되돌리는 듯한 장면들을 다수 포진시켜놓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시인데요. 토비가 연기한 스파이더맨의 작중 가장 후회하는 것은 노먼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입니다. 그의 죽음과 본인이 연관되었기에, 절친인 해리는 뉴 고블린으로 변했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죠. 그런 그는 톰 홀랜드가 노먼을 죽이려는 것을 막으며 본인의 과오를 후배가 겪지 않게 하는 멘토적 역할을 성공합니다.


 앤드류의 경우에는 그웬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합니다. 작중에서 아직도 그 사건에 사로잡혀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그런 그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MJ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안전하게 구하는데 성공하며, 그동안의 후회와 회한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그는 정신적 짐을 벗어던지며 성장하게 됩니다.


 톰 홀랜드의 경우 멀티버스의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본인의 욕심으로 인해 사건을 틀어지게 하고, 소중한 이를 잃게 되는 등 작 중 초반에 철없던 모습을 보이던 인물입니다. 그런 그는 자신이 일으킨 과오를 바로잡으며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2번째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본인 역시 본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욕심을 덜어내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후 자신의 존재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이 상처받을 수 있음을 자각하고 본인의 힘으로 슈트를 만들며 새로운 출발을 시작합니다. 결국 그는 3번째 솔로무비만에 토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온전한 스파이더맨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3-1. 가시성과 연출

 이 부분은 제가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전혀 상상하지 못하던 단점이었고, 이 영화를 보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재평가하게 된 부분이었습니다. 우선 저는 선대 스파이더맨 슈트들의 특징으로 토비의 슈트는 스포츠 레깅스같은 질감, 앤드류의 슈트는 광택이 강한 사틴 재질 느낌의 질감으로 생각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중에서는 토비와 앤드류의 슈트 질감이 너무 유사한 수준으로 변했고, 3명의 슈트가 빨간색 베이스이다보니, 빠른 전환으로 전개가 이어지는 액션신에서의 가시성이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눈을 포함한 얼굴 부분이 클로즈업 되기 전에는 누가 누구인지를 생각해야한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이는 <뉴 유니버스>에 나오는 스파이더맨들의 슈트가 실루엣이 모두 겹치지 않았기에 가시성이 좋았던 부분에 비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겠지만 색상이나 질감의 차이를 다소 명확하게 가져갔다면 더 좋았을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종 결투의 연출 역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역대 히어로 영화 중 결투 연출을 가장 잘 만든 축에 속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개봉한지 7년이 넘은 시점에서 정작 전투씬의 연출 자체가 발전은 커녕 퇴보한 느낌을 받는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앤드류 가필드의 시도때도 없이 떠들며 성질을 긁는 트래쉬토킹 역시 절대적인 양이 너무나 줄었고, 전투센스 자체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는 점은 굉장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3-2. 아쉬운 빌런 묘사

 MCU의 빌런 묘사는 예전부터 말이 많았던 부분이었죠. 매력적인 빌런이 없다는 점은 초반기 MCU의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로키나 버키와 같이 선악의 구분이 애매한 빌런만이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는 <토르: 라그나로크>부터 <샹치>까지 매력적인 빌런들이 다수 출연하며 다소 누그러졌던 부분입니다만, <노 웨이 홈>에서는 히어로 묘사를 중점적으로 하다보니 그린 고블린을 제외한 빌런 묘사가 비교적 약해졌습니다.


 작중 가장 강력할 것으로 보였던 일렉트로는 아크 원자로를 탑재한 것이 무색하게 퇴장하였고, 닥터 옥토퍼스는 악역이라 보기 힘든 캐릭터로 변했으며, 리저드와 샌드맨은 존재감이 너무 적었습니다. 육탄전에서 톰 홀랜드를 압도하는 장면을 보여주던 그린 고블린 역시 극 후반부에서는 무기력하게 당하다가 퇴장하는 최후를 맞이합니다.


 물론 그린 고블린 캐릭터는 훌륭했습니다. 가면 없이 오히려 더욱 무서운 캐릭터를 엄청난 연기력으로 잘 소화해 내었고, 메이 숙모의 죽음을 통한 시련 부여와 인간의 선한 내면을 믿는 피터의 신념에 금이 가게 하는 캐릭터 성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 최후가 아쉬웠습니다. 톰 홀랜드 혼자서는 이길 수 없을 것 처럼 묘사되다가 후반부에는 1인에게 가볍게 제압하는 점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팀업 무비인 만큼 최종 보스의 최후는 3인의 총공격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강합니다.


4. 마무리

 저는 이 영화를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N차 관람 역시 고려하고 있으며, 스파이더맨 영화 중에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파이더맨2> 다음으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재밌게 보았기에 다소 아쉬웠던 점에 대해 더욱 말을 많이 한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헌정 영화이자, 시들어가던 MCU 페이즈4의 불길을 다시 일으킨 영화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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