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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Dec 24. 2021

다른 형태의 언어와 문자 속 담긴 진심을 그대에게

영화 <목소리의 형태> 리뷰

1. 개요

 우리는 타인과 마음을 나누고 의견을 주고 받기 위해 언어나 문자와 같은 수단을 사용합니다. 같은 언어권에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당연하게도 여겨지는 것이 언어를 통한 대화이지만, 다른 언어권의 사람에게는 이것이 어렵고도 벅찬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청각장애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구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있어서 목소리로 전달되는 언어는 다른 언어권의 언어처럼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형태를 가진 목소리와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다루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장점은 1. 세 종류의 언어 묘사, 2. 특유의 템포 조절, 3. 상징성이고, 아쉬운 점은 1.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너무 사실적인 묘사로 생각합니다.


2-1. 세 종류의 언어 묘사

 이 영화에는 크게 세 부류의 언어가 나옵니다. 입을 통해 소리내어 말하는 구어, 문자를 사용해 대화하는 필담, 손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수화가 등장하는데요. 세 종류의 언어는 서로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에 따라 서로가 가지는 의미도 다릅니다.


 먼저 구어는 비장애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대다수의 인물들이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이면서 여자 주인공 니시미야 쇼코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사용하려한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따돌림을 받기도 했지만 구어는 니시미야가 타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사용한 언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필담은 등장인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 너무나도 길기에 즉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단점이 있지만 서로가 가장 적은 노력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수는 없는 한계점도 명확한 수단입니다.


 마지막으로 수화는 니시미야의 가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사용할 수 없는 언어입니다. 비장애인이 배우기에 난이도가 높은 언어이자, 니시미야를 진심으로 이해하고자하는 마음이 없다면 배울 이유도 느끼지 못하는 언어이죠. 또한 남자 주인공인 쇼야가 쇼코에게 사과를 하고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한 이해의 수단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습니다.


2-2. 특유의 템포 조절

 이 영화는 약 2시간 1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각본의 치밀함이 매력인 영화는 아닙니다. 각본의 문제가 존재하지만 본인들의 템포에 맞춘연출을 통해 그 단점을 덮은 케이스에 가깝죠. 이 영화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템포가 빠르지 않습니다.


 초반부 쇼야가 샤프심을 샤프안에 다시 집어넣는 장면, 작은 사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쇼코가 노트를 넘기는 장면 모두 천천히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중 필담을 위해 노트를 넘기는 장면의 템포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관객들은 노트를 넘기는 장면이 길다는 점에서 다음 장에는 어떤 말이 있을까에 관한 호기심과 동시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영화가 의도한 점입니다. 비교적 간단한 필담에서조차 오는 불편함에 의해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농인을 이해할 마음 자체를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함축적으로 묘사한 것이죠.


 이처럼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소리를 차단하거나 음향을 부각시키는 장면을 굉장히 천천히 잔잔하게 다룹니다. 주인공인 쇼코의 상황에 이입하기 위한 이미지를 차례로 본인의 템포대로 쌓아올린다는 느낌은 시간을 할애한만큼 충분히 멋졌습니다.


2-3. 상징성

 이 영화는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사과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과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쇼야는 자신의 등장과 사과가 쇼코에게 부담스럽진 않을지, 이 모든 행위가 자신의 정신적 위로를 위한 행위는 아닐지에 관해 굉장히 신중한 태도를 가지면서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평상시에 사용하지 않는 수화까지 배웠습니다. 수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를 잘 설명한 파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에서의 죽음 역시 중요한 점 입니다.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모두 죽음을 맞기 위한 준비를 거칩니다. 쇼야는 일정 수준의 돈을 모은 후 자살하려 했고, 쇼코는 불꽃놀이가 있던 날 자살하려 했습니다. 허나 두 시도는 모두 실패했고 공교롭게도 두 인물 모두 자살기도 실패 이후 타인에게 본인의 진심을 제대로 전할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결국 이를 통해 이 영화는 어떻게든 살아야 진심을 전달할,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온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3-1.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너무 사실적인 묘사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강할 영화입니다. 대표적인 이유가 쇼코의 캐릭터와 초반부 장면들인데요. 이 영화의 초반부에는 급우들이 쇼코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공책을 던지고, 보청기를 망가트리고, 심한 말을 쓰는 등, 실제로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이 있는 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너무할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는 후반부의 이해를 위한 좋은 초석이기도 하지만, 다소 불편한 장면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쇼코의 캐릭터가 모든 것을 용서할 정도로 착한 성녀의 수준으로 묘사된 것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자신을 심하게 괴롭혔던 이를 바로 용서하고, 오히려 그 사람과 사랑에까지 빠지는 설정은 해당 인물에 대한 몰입감을 다소 떨어뜨릴만큼 비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 마무리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아야한다" 라는 메시지와 "힘들고 괴롭더라도 살아라, 살아서 오명을 씻고 실수를 만회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 <목소리의 형태>였습니다. 쇼코의 캐릭터성이나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는 몇몇 장면들이 존재함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이해라는 소재를 잘 다룬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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