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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Dec 31. 2021

스타일리쉬한 시각효과를 살리지 못한 각본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리뷰

1. 개요

 다소 애매한 완성도의 영화에는 크게 두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모든 항목의 완성도가 평균 수준인 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일장일단이 너무나 확고한 영화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후자의 편을 더 선호하는 바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당시에는 전자가 더 잘 만들었다는 인상이 남지만 정작 나중에 가서는 후자에 비해 전자가 기억에 남는것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제 기준 일장일단이 가장 극명하게 갈렸던,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보다 기억에 남는 영화가 바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였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장점은 화려한 시각효과와 액션, 센스있는 캐릭터이고, 단점은 부족한 각본과 서사 그리고 과도한 속편 암시라고 생각합니다.


2-1. 화려한 시각효과와 액션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전작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던 요소인 슈트의 눈부분 디자인을 관객들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변화시킴과 동시에 슈퍼히어로 영화 역대 최고로 훌륭한 시각효과를 자랑하는 영화입니다.

 작품의 빌런 일렉트로와의 맞대결에서 화려한 시각효과의 극이 드러나는데요. 타임스퀘어에서 싸우는 장면을 보면 전투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일렉트로와 스파이더맨의 전투 목적은 상당히 다릅니다. 일렉트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것을 파괴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스파이더맨은 웹슈터 하나가 고장난 상태로 사상자없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하여 스파이더맨은 시민들의 대피가 이루어질 때까지 일렉트로의 공격을 최대한 흘려내려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거미줄을 이용한 각종 창의적인 전략들은 화려한 시각효과와 만나 그 매력을 부가시킵니다.


 이외에도 해리와의 대결과 라이노와의 결투에서도 사람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해당 씬에서 나온 손 모양의 거미줄이나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미사일을 튕겨내는 장면은 훌륭한 합을 통해 스파이더맨의 캐릭터성을 더욱 부각하였습니다. 서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당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의 캐릭터성이 어느정도 유지된 것은 시각효과의 덕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2-2. 센스있는 캐릭터

 저에게 "최고의 피터 파커는 누구인가?" 라고 묻는다면 아직까지 저는 토비 맥과이어를 뽑겠습니다. 히어로가 아닌, 피터 파커의 삶에 드러나는 고충과 애환을 제대로 묘사한 배우가 토비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최고의 스파이더맨은 누구인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앤드류 가필드를 꼽겠습니다. 역대 스파이더맨을 연기했던 그 어떤 배우보다 스파이더맨의 특징을 살려 센스있는 장면들을 잘 만든 배우가 바로 앤드류이기 때문입니다. 쉴새없이 트래쉬토킹을 하는 엄청난 수다스러움이라던가, 라이노를 행동 불능으로 만들고 여유롭게 콧노래를 부르며 거미줄로 바지를 벗기는 장면은 다른 스파이더맨들에게서 볼 수 없는 캐릭터성입니다. 그리고 본작에서의 스파이더맨은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센스있고 매력넘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웬 스테이시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녀는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서의 메리 제인이나, DCEU에서의 로이스 레인처럼 히어로가 구해야만 하는 대상, 수동적인 인물, 주인공에게 시련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적 캐릭터가 아닌, 주인공의 동반자이자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냅니다. 이는 전작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일렉트로의 성질을 이용한 해결책을 제안하고, 처치에도 관여하는등 그녀는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능동적이고 매력적인 히로인입니다.

 

3-1. 부족한 각본과 서사

 이 영화의 단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너무 많은 것을 한번에 하려했다."입니다. 이 영화는 크게 3가지 이야기를 한번에 하려고 합니다. 실종된 아버지의 행적과 본인의 기원, 물리적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 그웬과의 로맨스, 해리의 위기 직면 후 본인의 신분을 둘러싼 갈등까지 개별적으로 좋은 주제들이지만 이 3가지를 한번에 하고자 하기에 이 영화는 허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가장 비중이 떨어지는 첫 주제로 인해 개인 피터 파커로서의 입지는 극중에서 거의 사라진 상태였고, 그웬과 해리의 상황이 중요한 나머지 주제들로 인해 정작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의 비중이 너무나도 줄어든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야맙니다.


 당장에 리처드 파커의 죽음은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의미가 없어지고, 맥거핀 수준의 비중을 극의 흐름에서 차지합니다. 충돌할 위기에 처한 비행기들의 이야기도 긴장감을 부여하기위한 인위적인 장치에 불과하고, 해리와 피터의 친밀도 부분 묘사도 다소 부족했습니다. 최종 빌런으로서의 그린 고블린의 능력도 일렉트로에 비해 많이 아쉬운 수준으로 묘사되며 일찍 퇴장하는 등,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여러 주제를 한번에 다루려다가 시간 분배에 실패하는 영화의 전형적인 단점을 보여줍니다.


3-2. 과도한 속편 암시

 이전 문단의 경우 작품 내적 요소를 너무 많이 넣으려고 한 느낌이 강하다면, 이 문단의 경우 작품 외적 요소를 너무 많이 넣어서 문제가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고 세계관에 포함하고자하는 요소가 많을 때 영화에서 많이 범하는 실수가 바로 이런 것인데요. <아이언맨2> <배트맨 v 슈퍼맨>의 경우와도 유사한 파트입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았을 때 시니스터 식스와 그 일원들의 장비는 전혀 유용하지 않습니다. 라이노가 작품에서 꽤나 비중있게 다루어지기는 하지만, 그 역시도 사실 극의 중심에 서있지는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시니스터 식스의 슈트와 라이노는 속편을 위해 소모되는 장치성 캐릭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두 영화 모두 세계관 확장을 위해 어벤져스의 심볼과 저스티스리그의 심볼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암시한 것과 같은 이유로 이 영화 역시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확장을 위해 무리해서 속편 암시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의도는 알겠으나 결과물로 증명하지 못한것은 명백한 패착이라 볼 수 있죠.


4. 마무리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제게 있어서 가장 애증이 섞인 히어로 영화이자 클립으로 볼 때 가장 좋은 슈퍼히어로 영화입니다. 시각적 연출에 한해서는 이후 나루토 애니메이션 오프닝에서 오마주할 정도로 훌륭한 합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지만, 서사적 측면에서는 칭찬을 하기 쉽지 않은 그런 애매모호한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는 출연 배우를 좋아하시는 분이나 최상급 시각 효과와 액션 연출을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굉장히 추천드리는 영화이고요, 서사적 측면을 중시하는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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