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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Jan 14. 2022

역행을 불허하는 단방향성의 아름다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리뷰

1. 개요

 레트로 혹은 복고라고 표현되는 단어는 크게 두가지 정서에서 기인됩니다. 자신이 행복했다고 느끼는 과거에 관한 그리움의 정서겪어보지 못한 시대에 관한 향수의 정서가 그 뿌리입니다. 저 역시도 제가 생각하는 TV프로그램의 황금기인 2000년대 후반을 그리워하는 정서가 있으면서도, 제가 겪어보지 못한 90년대 NBA 경기, 80년대 일본 문화, 3~40년대의 할리우드를 동경합니다. 즉, 레트로는 개인이 생각하는 황금기를 기점으로 생성되는 향수의 정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황금기에 대해 우디 앨런은 말합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동경하지 말라


이 영화의 특징은 시간의 흐름과 황금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점과 3명의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 시간의 흐름과 황금기에 관하여

 시간은 일방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대 기준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해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하죠. 이처럼 시간이란 일방통행의 단방향성 개념이기에 우리는 과거를 동경해도 과거로 돌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과거와 황금기를 동경하는 것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과거를 동경하는 이들을 비관적 태도로 바라봅니다.


 "내가 동경하는 과거의 존재들은 그 이전의 과거를 동경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전제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이 이야기를 주인공과 아드리아나를 통해 말합니다. 1920년대를 동경하는 주인공과 달리 아드리아나는 1920년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1890년대를 동경하는 인물이죠. 과거에 대한 동경의 정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정서가 실질적으로 발전에 도움을 주는가에 관해 굉장히 냉소적으로 답합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과거의 유산에 매몰되지말고 현재의 원석과 보물을 찾아라."라고 축약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비기와 조던을 동경하지 말고 칸예와 르브론의 업적을 보고, 무한도전 대신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을, 클래식 시네마를 동경하는 대신 <라라랜드>, <문라이트>, <아이리시맨>과 같은 모던 클래식을 찾아보라는 의미로 다가오기에, 크게 공감이 가는 메시지였습니다.


2-2. 3명의 여주인공

 이 영화는 3명의 여주인공이 나오는데 각각의 인물들이 상징하는 바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먼저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한 이네즈의 경우 현재의 존재임과 동시에 세속적 현실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주인공 길펜더의 낭만적 사고에 대해서 존중하려하지 않으며, 물질적 가치와 사회적 권위를 숭상합니다. 낭만적이고 노스텔지어적 사고를 지닌 길펜더와는 계속해서 대립하는 존재이기에 길펜더에게 현재라는 시간으로부터의 도피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마리옹 꼬띠아르가 연기한 아드리아나는 반대로 과거의 존재이면서 노스텔지어적 환상을 상징합니다. 길펜더가 그토록 바라던 여인이며, 사고가 비슷하고 숭상하는 가치 역시 동일합니다. 자유연애주의자라는 성격이 결혼관련 현실의 스트레스가 투영된 본인의 내면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기에 이 인물은 환상을 좇는 길펜더의 내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나 현재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은 길펜더가 현재의 가치를 찾게하는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레아 세두가 연기한 가브리엘의 경우 둘의 절충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현재의 존재이면서 노스텔지어적 환상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죠. 절충안임과 동시에 아드리아나보다 길펜더와 닮은 인물이기도 하며, 환상에 사로잡혀 현재를 무시하는 인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정답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극의 핵심 메시지를 여러 입체적인 인물들을 통해 더욱 완성시켜나간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고도 잘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마무리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상당히 낭만적인 영화이지만, 그 기저에는 상당히 비관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조소가 깔려있습니다. 또한 과거만을 숭상하는 시대의 방랑자들에게 현재의 소중함을 일침하는 가하면서도 세속적 현실을 거부하는 지조를 가지라는 격려를 불어넣는 훈훈함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파리 묘사나 화면 색감, 카메오 배우들과 같이 훌륭한 요소가 많은 영화이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이상으로 과거를 동경하되, 매몰되지말라는 메시지를 지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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