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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Jan 17. 2022

고대 그리스의 향취가 느껴지는 부르주아지적 동성애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1. 개요

 사랑이라는 키워드는 오래전부터 창작물의 중심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소재임에도 현재까지 창작물의 중심 소재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아마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있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중 특히나 첫사랑은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사랑이죠.


 처음이기에 모든 것이 새롭고 흥분되는 것, 그렇기에 많은 것이 익숙해진 후에는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첫사랑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첫사랑을 겪는 17세 소년의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 묘사와 영화의 시각적, 시대적 배경입니다.


2-1.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는 다양한 측면으로 묘사될 수 있지만 저는 이 둘의 관계를 고대 그리스 신성부대와 같은 관계, 혹은 동일인물을 묘사한 것이라는 측면으로 해당 영화를 관람하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 테베에서는 게이 커플로 구성된 정예부대인 신성부대가 존재하였습니다. 미혼의 시민 계급 층 남성과 청년들로 구성된 이 부대는 서로 전우이자, 연인이며, 사제관계를 맺고 있는 특이한 구성의 부대였습니다. 그리고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서로 연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단순한 연인 관계를 넘어선 사제관계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올리버가 주도적으로 엘리오에게 연인 관계에서 서로가 표방해야할 자세를 말해주고, 상대방에게 사랑을 전하는 본인만의 형태를 전수해주기도 합니다.


 다른 경우에는 엘리오와 올리버가 동일인물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엘리오는 모든 것이 처음인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미숙한 소년입니다. 그렇기에 행동에 거리낌이 적고 느끼는 감정의 폭이 더욱 크죠. 하지만 올리버는 엘리오보다 많은 경험을 지닌 사람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한 괴로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사랑으로 인해 겪는 감정의 폭이 엘리오에 비해 적은 인물입니다.


 즉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하는 모든 행동들은 많은 일을 겪은 미래의 엘리오가 현재의 엘리오에게 하는 조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끝이 존재하고 언젠가 엘리오도 올리버가 겪은 상흔을 앓게 될 것임을 모두 알지만서도 감정을 거부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복잡 미묘한 관계 묘사가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2-2. 영화의 시각적, 시대적 배경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온대 지중해기후의 건조하면서도 온난한 특성을 화면의 색감만으로 적절하게 표현해냈습니다. 또한 시종일관 엘리오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카메라이지만, 올리버가 다른 여인과 키스를 하는 장면 이후 엘리오를 잡는 초점이 불분명한 장면 등은 카메라 표현으로 인물의 감정 묘사를 이룰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입니다. 1990년대 HIV 바이러스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고, 에이즈와 동성애에 관한 극심한 반감이 생기기 이전의 상황이죠. 그렇기에 엘리오는 향후 자신이 그동안 경험해보지못한 무분별한 혐오와 차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높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오의 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엘리오가 올리버와 만난 후로 겪은 그 특별한 경험과 감정은 분명 그에게 난관 속에서도 힘을 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탁월합니다. 비극적 운명이 곧 닥칠 엘리오에게 그 모든 시련을 겪으면서도 마음 속에 남아있을 단 하나의 사랑을 심어주기 때문이죠.


3. 마무리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주제가 퀴어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는 영화입니다. 물론 대사나 인물들이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때로는 현학적이기도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사랑을 묘사한 영화들 중 언제나 상위권에 놓일 영화라고 확신합니다. 성적 자기 정체성의 특성과 별개로 사랑에 관한 묘사가 너무나도 탁월하기에 소재에 극심한 반발이 있으신 분이 아니시라면 누구에게나 추천드릴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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