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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Jan 28. 2022

비대칭적 언어 능력에서 비롯된 서스펜스

영화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리뷰

1. 개요

 서스펜스란 무엇일까요? 서스펜스는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계속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서스펜스란 본질적으로 긴장감을 유발하고 관객의 집중을 유도하기에 길게 이어질수록 좋은 것이지만, 일정한 수준의 템포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반대로 지루해지곤 합니다.


 그만큼 서스펜스를 위해서는 템포 조절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긴장의 해소를 통한 분위기 이완과 다시 긴장감이 유지되는 점을 잘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바스터즈: 거친녀석들>은 이런 서스펜스를 굉장히 잘 활용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타란티노 특유의 연출 방식을 잘 묘사했다는 점과, 언어, 문화를 이용한 서스펜스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2-1. 타란티노 특유의 연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 대한 대표적인 평가는 B급 장르로 S급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평가입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애정하던 20세기 B급 영화들의 소재와 특징을 기본 바탕으로 치밀한 서스펜스 배치를 이루어냈기 때문인데요. 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입니다.

 

카메라 합이 어긋나는 장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보면 카메라 무브가 다소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의 영화들은 영화에 현실감을 녹이기 위해 각 카메라의 합이 잘 맞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영화는 같은 인물이 총에 맞는 장면을 찍은 두 카메라에서조차 인물의 위치나 포즈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카메라의 합이 어긋난 경우죠. 하지만 우리는 이를 크게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B급 영화들을 오마주함과 동시에 대체 역사물임을 저명하게 말하는 등, 현실감을 챙기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 점이 타란티노 특유의 연출 중 하나 의도적 현실감 배제입니다.


 이 영화는 악역으로 나치를 설정해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치즘이나 파시즘에 관한 심도있는 비판을 하는가?"라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치의 수장인 히틀러도 묘사되기는 하지만 상당히 우스꽝스럽게 묘사될 뿐 그의 악행이나 사상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한스 대령이나 말단부 나치들의 비중이 더 클 정도죠. 이처럼 타란티노는 누구도 옹호하지 않을 절대적 악을 상징하는 인물을 설정하기 위해 나치의 이름을 빌려왔을 뿐, 나치즘이나 파시즘을 강렬히 비판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절대적 악 설정 또한 타란티노 영화의 주된 특징 중 하나입니다.


2-2. 언어, 문화와 서스펜스

 이 영화에서의 서스펜스는 대부분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1부에서 한스가 유대인을 찾아내고 살해할 당시에도 영어를 할 수 없던 유대인 가족은 언어의 차이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한 4부에서 바스터즈 대원들이 정체를 들킨 이유도 한스에 비해 매우 떨어지는 이탈리아어 실력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1부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쇼사나가 독일인들에게 복수할 때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도 인상깊은 장면입니다. 이처럼 이 영화에서 언어는 단순한 대화의 수단을 초월하여 권력과 폭력을 상징하는 메타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문화적 측면입니다. 우리가 타국의 언어를 배운다고해서 그들의 문화까지 정확히 알기는 힘듭니다. 손짓, 몸짓과 같은 제스쳐를 헷갈릴 수 있고, 지리나 기후와 같은 점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대표적으로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아치 중위는 독일어 발음은 이상하지만 회화는 능통했던 인물입니다. 독일 영화에 박식하여 다양한 문화적 소견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독일식 스무고개 룰이나 손가락으로 3을 표현하는 방식을 미처 알지 못해 결국 정체가 들통나고 말죠. 


 또한 앞서 말한 바스터즈 대원들의 정체 탄로 파트에서도, 험준한 산이 없는 프랑스에서 등산을 하다가 골절상을 입었다는 말을 하다가 들통이 나기도 하는 등, 이 영화는 언어와 문화를 포함한 각종 지식들을 바탕으로 서스펜스를 이어나갑니다.


3. 마무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최고작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는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킬빌>,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같은 영화들이 말이죠. 영화의 어떠한 측면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답은 많이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 서스펜스적 면에서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최고가 아닐까 싶네요. 치밀한 서스펜스와 B급 감성을 잘 섞어놓은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를 추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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