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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Feb 04. 2022

환경에 따른 기질의 변화와 인간의 정체성

영화 <디파티드> 리뷰

1. 개요

 느와르 장르라고 하면 떠오르는 감독은 누구일까요? 대부를 만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겠지만, 저는 단연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 <아이리시맨>까지, 상당히 좋은 느와르 영화를 많이 만들어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명성에 비해 상복이 없는 감독이었습니다. 그런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안겨준 영화가 바로 <디파티드>였습니다.


좌측부터 빌리 코스티건, 프랭크 코스텔로, 콜린 설리번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영화 <디파티드>는 마틴 스콜세지 특유의 요소들(성-속의 대비, 아일랜드계 이민자 등등)을 다수 포함한 전형적인 그의 영화입니다. 또한 사회적 위치가 인간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이나, 인간의 정체성에 관해 고찰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편집과 화면 구성,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고찰이고, 아쉬운 점은 매돌린이라는 인물의 캐릭터성입니다.


2-1. 편집과 화면 구성

 이 영화는 코스텔로의 독백으로 시작됩니다. 배우 잭 니콜슨의 멋진 목소리로 이루어진 내레이션 이후 카메라는 한 가게 안으로 향하죠. 해당 시퀀스에서 코스텔로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보이기 전에 가게 주인의 표정을 먼저 보여주는데요. 상당히 위축된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후 코스텔로 역시 앵글안으로 합류하면서 가게 주인이 위축된 이유가 코스텔로 때문임을 확인시킵니다. 이 장면은 코스텔로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거창한 설명없이 편집을 통해 잘 표현해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화면 구성 또한 재밌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빌리 코스티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콜린 설리번(맷 데이먼)을 미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많아 시야가 가려지는 부분에서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딜레이시켜 관객들에게 역시 시각적 혼란을 주게 됩니다. 이는 빌리의 시점으로만 온전히 시청할 수 없는 관객들을 위한 좋은 장치였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일종의 수미상관 형식의 화면 구성을 띄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영화는 코스텔로가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하고, 설리번이 코스텔로에게 식료품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설리번이 식료품을 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장면과 쥐가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영화에서 쥐가 첩자를 상징하고, 영화에 등장한 첩자들의 말로가 어땠는지를 고려해본다면 이는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2. 인간의 정체성에 관하여

 이 영화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디파티드>에는 자신의 본질을 숨기고 활동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코스티건이고, 하나는 설리번이죠. 코스티건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낍니다. 계속된 불안감과 심리적 붕괴를 겪으면서도, 본인의 정체성을 찾는 것을 명예 이상의 것으로 놓고 있죠.


 반면에 설리번은 자신이 쓴 가면으로서의 삶을 더욱 선호하며, 자신의 본질을 숨기고 없애고자하는 인물입니다. 양측 모두 본질을 숨긴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코스티건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설리번은 그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둘 모두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영화는 코스티건의 삶을 더 고평가합니다. 코스티건의 죽음에서는 진심으로 눈물을 흘려주는 이가 있었어도 설리번은 극 후반부에서 누구의 환대도 받지 못한 채 싸늘히 죽어갔습니다. 이 영화는 사람은 본질과 기질이 다르게 발현될 수 있으나, 언제나 본질을 멀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죠.


3-1. 매돌린의 캐릭터성

 이 영화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매력적입니다. 주인공 3인방은 물론 딕넘 형사 역시 멋진 캐릭터가 아니라고 말할 이는 없을 것입니다. 허나 히로인인 매돌린의 캐릭터성은 굉장히 아쉽습니다. 그녀는 영화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능동적인 캐릭터가 전혀 아닙니다. 코스티건과 설리번 사이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유발하는 장치이자, 영화에서 계속 강조되는 (유사)부자 관계를 위한 1차원적 장치 이상의 무언가를 작중에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심리치료사라는 굉장히 진취적인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작중에서는 그녀가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고, 너무나도 아쉽게 낭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캐릭터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더욱 부각된 단점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거슬리던 점이었습니다.


4. 마무리

 영화 <디파티드>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도 말이 많습니다. 그간 상을 받지 못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위한 헌정상 이상의 가치를 두지 않는 영화 팬들도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안좋은 영화인가?" 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앞서 서술한 여러 장점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잘 녹아있는 영화이니까요. 느와르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훌륭한 편집을 가진 영화를 보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릴만한 영화 <디파티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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