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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Feb 07. 2022

나 이외의 다른 이름으로 기억된다는 것

영화 <크리드> 리뷰

1. 개요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합니다. 내가 직접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서 우리가 살면서 들을 수많은 단어 중 나만을 지칭하는 몇 안되는 단어가 바로 이름입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소중한 것이 이름이고,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이따금씩 우리는 우리의 이름이 아닌, 무언가로 불려지곤 합니다.


 누구의 자식, 누구의 형제, 누구의 친구와 같은 명칭으로 말이죠. 해당 명칭들은 우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줍니다. 허나 이러한 방식은 우리 이전에 다른 정보들로 하여금 기억되게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저런 명칭으로 불리울 때 크게 2가지 생각을 합니다. 하나는 해당 요소 이전에 하나의 개인인 나를 인정해달라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으로 인해 해당 요소가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후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좌측: 아도니스 크리드, 우측: 록키 발보아

 이 영화는 팬 서비스의 훌륭함과 아도니스 크리드의 캐릭터성이라는 특출난 점을 지니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 훌륭한 팬 서비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영화 시리지는  <록키>시리즈입니다. 영화를 보지는 않았더라도, 관련 언급이나 해당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수많은 매체를 우리 모두는 마주하며 자라왔습니다. 록키 시리즈는 1976년 제작된 1편을 시작으로 이후 6편까지 제작된 유서깊은 시리즈입니다. 해당 시리즈는 2편 이후 꾸준한 하향세를 기록하다 6편 <록키 발보아>에서 반등함과 동시에 최고의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약 10년 후 당시 커리어가 그렇게 길지 않았던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크리드>라는 이름으로 이 시리즈를 부활시켰죠.


 영화 <크리드>는 록키 시리즈 팬을 위한 훌륭한 영화입니다. 우선 주인공 아도니스 크리드부터 록키 발보아의 라이벌 아폴로 크리드의 숨겨진 자식이라는 설정이기에, 시리즈를 부활시킬 명분은 충분했습니다. 거기에 록키의 향취가 느껴지는 훈련 방식이나 필라델피아의 거리 역시 팬들을 훌륭히 만족시켰습니다.


https://youtu.be/9TogI2UVS0A

영화 록키의 OST 중 일부

https://youtu.be/dGANPsZSEGE

영화 <크리드>의 OST You're a Creed

 이런 느낌을 가장 잘살린 파트는 음악의 부문입니다. <록키 시리즈>에서 가장 상징적인 트랙들을 꼽으라하면 <Gonna Fly Now>와 <Going The Distance>일텐데요. 이 영화에서는 중반부까지 해당 음악의 일부를 리터칭한 노래들을 군데군데 삽입하며 팬들로 하여금 해당 음악들의 하이라이트가 나오는 순간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함과 동시에 그 하이라이트 부분들을 담은 노래 <you're a Creed>가 나오며 팬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깁니다.


2-2. 아도니스 크리드의 캐릭터성

 앞서 말했듯이 아도니스 크리드는 록키 시리즈의 메인 라이벌 캐릭터 아폴로 크리드가 혼외정사를 통해 낳은 아들이라는 설정입니다. 이 설정은 팬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게끔 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캐릭터가 크리드의 이름을 달고 있는 것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게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관객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게끔 의도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좌측: 아폴로 크리드, 우측: 아도니스 크리드

 이는 영화 중반부 TV쇼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아도니스 크리드의 실력에 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은 채 그의 존재가 아폴로 크리드의 실수이자, 명성에 흠이 가게하는 요소인가 아닌가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관객들과 등장인물들이 이런 시각을 가질 동안, 아도니스 크리드는 자신이 크리드라는 이름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관한 고찰을 계속해서 합니다. 그리고 극후반부, 그가 크리드라는 이름을 걸고 싸우는 이유를 밝힙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아버지의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의 그늘로 인해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기에 아버지의 이름을 사용하기를 꺼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존재가 아버지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요소는 관객들에게 작은 반전을 줌과 동시에, 그와 관련된 모든 설정을 깔끔하게 정리하였습니다.


 보통의 캐릭터는 자신이 인정받기 위해서 타인의 이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아도니스는 그 반대로 자신의 존재가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하지는 않을까 고뇌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 요소이고,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마무리

 우리는 타인의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는 것을 싫어합니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정체성으로 본인을 부르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죠. 타인이 아닌 자신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리고 나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염려하는 마음도 그에 못지 않죠. 저는 보통 전자의 관점에서 주로 생각해왔기에 후자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영화가 상당히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영화 록키 시리즈의 팬이라면 가장 즐겁게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충분히 좋은 영화이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 <크리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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